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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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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늦깎이로‘모델 꿈’이룬 인생 이야기, 모델/배우 천황성

시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노신사가 거수경례와 함께 알 수 없는 구호까지 외친다. 처음 대하는 순간, 눈에선 광채가 나고 황소라도 때려잡을 듯한 위세에 주눅들 정도다. 사실 그는 군복의 녹색견장이 어울리는 육군 야전부대 중대장 출신이다. 강인한 군인으로만 기억되던 그가 시니어모델로 변신해 세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시니어모델이자, 연기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천황성(63세)씨. 인터뷰를 위해 약속장소인 서울 구로의 한 음식점에서 그를 만났다. 자리에는 그가 중대장이던 때, 소대장으로 함께 근무했던 박춘호 중위(현, 도명컴퓨터 대표)가 합류했다. 만나자마자 거수경례와 함께 외친 말은 박 대표와 함께 근무했던 부대(1사단 15연대)의 구호였다. 오랜만에 옛 전우를 만나니 옛추억을 떠올려 공유하고 싶었던 게다. 훤칠한 키에 호남형인 천씨는 옷차림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최근 가황 나훈아가 공연에서 젊게 입었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배우/모델 천황성

 버라이어티한 삶…다양한 직업 경험


 “초급장교인 소위로 임관해서 군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인생이 이렇게 꼬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전후방을 오가며 근무했던 10여 년의 부대생활이 편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기복무를 접고 제대 후 시작한 사회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흔히 ‘때를 잘 만나야 된다, 운도 따라야 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해외로 나가 사업도 해봤고, 요식업에도 진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특히 IMF 때는 나락으로까지 추락해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일 때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돔 형태의 스키장을 만드는 사업은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한숨을 내쉰다. 당시 폭탄테러와 쓰나미로 물거품이 되었지만, 나름 사명감을 갖고 뛰어든 사업이었다. 눈 구경을 못하는 나라에서 눈을 보게 해주고, 그게 가능한 한국의 기술력도 보여주고 싶었단다. 하지만 시대상황이 맞지 않아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국에서 시작한 일이 요식업이었다. 천안에 바다장어집을 마산에서 바다장어를 직접 구입해 와서 팔았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또다시 실패로 끝났다. 내륙사람들은 민물장어에 입맛이 길들여져 바다장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그는 “여러 직업을 넘나들며 실패도 많이 했지만 뒤늦게 돈벌이가 되는 일을 찾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 생각된다. 조금 생활이 안정되고 돌아보니 어느새 60살이 다 돼가더라”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나이 들어 스멀스멀 되살아난 모델의 꿈 


무엇보다 지금까지 나를 있게 해 준 것은 가족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거듭하며 어려운 가운데도 항상 믿고 응원해줬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고생할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모델을 하겠다고 나설 때는 반대가 심했다고 덧붙였다.

 

경상남도 고성 촌놈이 엉뚱하게도 ‘시니어모델’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어찌 말리지 않겠는가? 하지만 한번 꽂힌 나의 맘은 도저히 고쳐 잡을 수 없었다. 당시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릴 앙카의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감명 깊었던 내용은 “삶이 당신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통해 삶이 일어나는 것이다.

 

반드시 가슴 뛰는 일을 해라”라는 글귀였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슴이 뛴다면 자신에게는 세 가지 만족을 갖다 준다고 했다. 즉 가슴이 뛰는 일은 ’그것이 나에게 맞는 일이고, 또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자, 삶도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 일에 치여 바쁘게 살아 온 내게 그 글귀는 울림을 주었다. 과연 내가 가슴 뛰게 할 일은 무엇일까? 오랜 고심 끝에 모델을 떠올렸다. 화려한 조명과 리듬에 맞춰 관객들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그들과 눈 맞춤을 하는 일, 그게 모델 아니던가. 젊었을 때 줄곧 ‘아무것을 입어도 옷맵시 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터라 잠재된 욕망이 다시 꿈틀거렸다.

 

이후 모델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심박 수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좋아하는 일을 못 해보고 후회하느니 과감히 일을 저질러보자며 길거리로 나섰다. 내가 생각해도 돈키호테 같은 결정인데 가족들의 만류야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배우/모델 천황성

 

모델 입문을 위해 시니어 대상 전문학원 등록


사실 모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잘 몰랐다. 길거리 캐스팅이란 말이 생각나 무작정 광화문과 압구정동을 배회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시니어모델을 양성하는 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제이액터스’라는 곳이었다. 등록하기 전 여러 차례 제이액터스 정경훈 대표와 상담을 했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이 신체조건과 나이였다. 한동안 고민 끝에 학원에 등록한 뒤 본격적인 모델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 때가 내 나이 60세를 갓 넘긴 시점이었다. 당시 정 대표는 ‘신체조건이 좋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모델의 유형은 다양하기 때문에 열심히 실력을 다지면 자신만이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해 주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용기를 준 고마운 분이다.

 

공식적인 데뷔 무대는 5개월간 모델 기초과정을 끝낸 후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특강시간에 이뤄졌다. 그때 대중과 처음 마주하며 긴장한 탓에 무대(런웨이)를 걷는 동안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대로 익힌 노하우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보려 애썼지만 생각 따로, 몸 따로였다. 어설펐지만 첫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순간, 짜릿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꿈에 그리던 모델로서 무대를 밟아봤다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다”며 “현재 자연스런 모델 천황성의 자세가 나오기까지 문화센터와 자선행사 무대가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시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아직도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자신을 낮췄다. 부족한 점을 열심히 갈고 닦아 프로 모델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실력을 쌓을 계획이란다. 욕심을 더 낸다면 시니어모델이 단순히 취미생활이 아니라, 수입과 연결되는 전문직으로 대우받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기 위해선 시니어모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이 마련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아쉬워했다. 전국 각지의 다양한 축제에 시니어모델들이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그럴 경우 시니어모델들은 수입이 생겨서 좋고, 이를 본 지역 어르신들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아울러 같은 일을 해보고 싶은 시니어모델 지망생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교육기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모델 수업을 받기도 전에 고가의 의상구매를 강요하는 곳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생 2막을 꿈꾸는 노년층에게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과감히 도전해 보라’고 권했다.

 

행동으로 못 옮기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래저래 핑계를 댄다. 안 되는 이유를 꼽으라면 차고 넘친다. ‘나이가 많다, 돈이 없다, 가족들이 반대한다’ 등등…. 그 역시 모델수업을 받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가족이었다고 한다. 예상됐던 일인지라 한동안은 몰래 매주 한 번씩 수업을 받았다. 그러다 방송에 소개되는 통에 들통이 났다.

 

그는 “처름 모델을 하겠다고 운을 떼자 아내는 크게 반대했다”며 “나이 들어 모델을 하는 게 무슨 비전이 있느냐”고 쓴소리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남편 멋있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지금은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고 한다.

 

아직은 ‘할 일도 많고, 배가 고프다’다는 시니어모델 천황성씨. 모델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영화와 TV에도 얼굴을 알렸다. 최근엔 재래시장 홍보대사로 위촉돼 활동에 나서는 등 숨은 끼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그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시니어들에게 희망을 주는 모델이자 배우로 승승장구하길 바라며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배우/모델 천황성

 

● 데뷔 후 활동상황

▪장편영화
-클로제(하정우배우 상관 역), 자전차왕 엄복동(일본인 가세가와 역)
  리멤버(일본고위 군관), 라이타(기업대표)
▪단편영화
-인도행 티켓, 단식광대,  차차,  more, 분갈이
▪드라마
-베드파파(mbc), 왓쪄, 킬잇, 리갈하이(ocn), 호텔 델루나(tvn),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나의 나라(jtbc) 등
▪방송(예능)
-볼빨간 당신(KBS2), 아리랑TV(시니어관련), 생생정보통(채널A), 원뉴스
▪광고
-총선 공익광고, 국세청 홍보, 서울주거포탈, 무역보험공사, 국토정보공사,
  롯데하이마트, 관절보궁. N.thing...

▪패션쇼
-앙드레 김 패션 쇼(시니어모델 1호), 유지영 디자이너 패션 쇼,
  박종철 디자이너 슬링스톤 패션쇼, 청계천 오간수교 패션쇼,
  포튼 가먼트 정장 패션쇼, 이순화 한복 패션쇼

 

정길종 기자 gjchung11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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