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아이타임즈M) 곽중희 기자, 윤태준(자료 제작 및 분석) 인턴기자 | 롯데그룹(롯데지주 코스피 004990, 회장 신동빈)이 최근 전체 37개 계열사 중 21개사의 대표를 교체하는 책임성 인사를 단행하면서도, 신동빈(시게미츠 아키오)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시게미츠 사토시) 전무는 부사장으로 초고속으로 승진시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독선적 인사에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퇴행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 부사장의 경영 성과가 미비했음에도 아들이라는 이유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신 부사장이 롯데케미칼(코스피 011170, 대표이사 신동빈, 이영준)에 재직하던 시절, 회사는 계속 실적 부진을 겪었다.
신 부사장이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에서 상무보로 근무하던 2022년, 롯데케미칼은 (연결 기준) 매출액 22조 2,761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7,584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2022년 4분기에는 매출액 5조 4,959억 원, 영업손실 3,957억 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 상무로 근무한 2023년 (롯데케미칼의) 매출액은 19조 9,491억 원으로, 영업손실 3,33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10.4% 감소했다.
그럼에도, 신 부사장은 입사 후 약 4년 만에 매년 인사를 통해 빠르게 부사장 직위에 올랐다. 물론, 총수일가의 경영 승계가 일반화된 국내 대기업의 관행을 봤을 때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몇몇 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의 재벌 3세들은 평균적으로 28세에 입사해 약 3.5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한다. 신 부사장 또한 전형적인 재벌 총수의 승계 루트를 밟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반 직원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다. 같은 롯데그룹의 박두환 부사장은 입사 후 부사장 승진까지 약 29년이 걸렸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지배구조 투명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추세를 잣대로 보면, 결코 자랑할 일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부끄러운 일이다. 자산총액 130조 원에 달하는 국내 순위권 대기업이 과거의 찌든 지배구조를 아직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동국제강(대표이사 최삼영) 창업주인 장세주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전무는 2007년 입사 이후 18년간 경영전략실, 해외 법인, 인천공장 생산 부문 등 다양한 부서를 거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20년 상무로 승진한 후부터는 본사에서 구매 업무를 담당하며 경영 능력을 쌓았고, 최근에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동국인베스트먼트의 출범을 통해 신사업 투자에 참여하며 순차적으로 그룹 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창업주의 자녀이지만 무려 20년 가까이 업무와 경영 능력을 부단히 쌓았다. 롯데그룹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의 이번 인사 단행 명목은 경영 체질 혁신, 인적 쇄신이었다. 하지만 이뤄진 인사 단행에서 신 회장과 신 부사장은 그 잣대를 피해갔다. 그룹사 내에서 별다른 기여나 실적도 없이도 빠르게 승진했다는 측면에서, 인사 공정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롯데지주가 공시한 ‘2023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는 분리돼 있지 않다. 이는 국내 다수의 상장사가 가지고 있는 지배구조의 취약점 중 하나다. 이 점을 봤을 때, 신 회장의 입김이 이사회의 인사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외 ESG 평가 기구들은 경영 투명성 확립을 위해 지배구조 핵심지표 중 하나로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맡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해 지배구조 투명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내이사 혹은 총수일가 내 임원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을 경우,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독립성과 객관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롯데그룹은 지표에 대해 보고서에 “이사회 관련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른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수행해 이사회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이사회 결정이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형식적인 관례만 적었다.
하지만 의문인 점은, 올 3월경 롯데가 비상장계열사인 롯데GRS와 대홍기획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향후 해당 정책을 상장사로 확대한다고 했는데,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지는 법인데, 영향력이 낮은 비장상사부터 정책을 우선 적용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재벌 2세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의 경영 쇄신을 위한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가족의 이익과 재벌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독선적 선택을 하고 있을까?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공정성의 측면에서, 부디 신동빈 회장과 신유열 부사장이 조금만 시각을 넓혀 책임 있는 경영을 해나가길 바래 본다.
한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약 7%로 국내 주요 대기업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 대비 약 1/3로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본지는 다음 취재에서 해당 지표를 ESG의 측면에서 분석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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