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UR 시스템 적용 이전과 이후의 채혈 건수 현황. (자료 제공=김현숙 의원실)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3년간 헌혈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람의 혈액을 대거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27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헌혈 금지약물 복용자 채혈ㆍ혈액 출고 현황'을 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헌혈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람의 헌혈은 총 1116건이었고 그 중 911건이 유통됐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그동안 헌혈 금지약물 복용 관련 검사는 헌혈자가 헌혈 전 기록카드에 자율적으로 체크하도록 하는 식의 설문조사와 문진표 등을 통해서만 진행되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가 어려웠다.
유통된 911건의 헌혈금지약물 혈액 가운데 여드름 치료제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이 함유된 것이 628팩으로 가장 많았고,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피나스테라이드'가 포함된 혈액이 226팩으로 확인됐다.
그 중 한번 복용하면 3년간 헌혈이 금지되는 건선치료제 '네오티가손' 등도 18팩 유통됐는데, 이 혈액을 임신부에게 수혈하면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어 혈액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헌혈이 금지돼 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4월부터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안심서비스) 시스템을 사용해 채혈된 혈액 건수 대비 출고 건수 비율을 확인하고 있으나, 시스템 적용 후에도 채혈 건수가 많아 문제 해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DUR 적용 이전 한 달간 채혈 건수가 약 20건(석 달간 62건)이었던 것에 비해 적용 이후 한 달간 채혈 건수가 약 40건(5개월 간 206건)인 것을 보면 계절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방부 등에서 헌혈자의 금지 약물 처방 정보를 받고 있지만, 약물을 처방한 의료기관에서 심평원으로 자료가 넘어가는 사이 금지약물 복용자가 헌혈을 하게 되면 정확한 확인이 어려워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현숙 의원은 "문진 시 오류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며 "헌혈자의 문진표에 의존하지 말고 헌혈 전에 간호사가 직접 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진표의 경우에도 문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헌혈기록카드 문진항목 판정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내부적으로 연구 중"이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방부 등과 협업해 금지약물을 복용한 헌혈자 자료를 실시간으로 받아서 관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국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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