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경찰병원에서 질산이 유출돼 의료진과 환자 등 10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소방당국과 경찰, 병원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7분께 6층짜리 경찰병원 본관 내 2층 임상병리과 검사실에서 임상조직물 검사용 질산 원액 1ℓ 가량이 유출됐다.
이번 사고는 직원이 사용하지 않는 질산 원액 7ℓ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경찰병원 관계자는 "질산 7ℓ를 유해폐기물통에 넣고 뚜껑을 닫았는데 잠시후 뚜껑 풀리는 소리와 함께 주변에 옅은 주황색 연기와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지난 2011년 1ℓ짜리 질산 원액이 담긴 10병을 구입한 뒤 3ℓ만 사용하고 2013년부터 쓰지않았다. 질산은 의료폐기물 대상으로, 유효기간이 3~5년이다.
경찰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시약용 유사물질을 폐기한 적은 있었지만 질산 원액을 폐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유출된 질산은 자극적인 냄새의 강한 산성 물질로, 사람이 발연질산을 흡입만 해도 기관지와 폐가 손상될 수 있다. 접촉시 화상까지 입을 수 있다.
병원 측은 사고 직후 119에 신고하고 외래 및 입원환자 400여명과 직원 700여명을 전원 대피시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과 경찰은 방화셔터를 내리고 제독 작업을 벌여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파손된 용기는 보호복을 착용한 소방대원이 안전하게 외부로 반출했고, 남은 질산은 중화제를 사용해 밀폐용기에 수거했다"고 말했다.
경찰병원 관계자는 "사고가 난 병리과는 2층 구석에 위치해 있는데다 근처에는 외래 환자가 없는 곳이라 피해가 적었다"면서도 "당시 안전관리감독자가 없었고, 상황이 위독하지 않아 방화문 차단 조치를 취한 뒤 다른 층에서 수술 집도를 그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청 직원도 현장에 투입, 대기 중의 질산 농도 수치를 측정했다.
환경청과 경찰에 따르면 사고가 난 지 2시간이 지난 오전 11시25분께 측정한 잔류 질산가스 농도는 1.5~2ppm였다. 사고 직후 1차로 측정한 0.5ppm보다 높다. 인체 허용 농도는 2ppm 이하다.
대피 환자들은 잔류 질산가스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진 낮 12시20분께 병실로 복귀했다.
경찰병원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사고가 벌어진 데 대해 사과한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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