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롯데카드가 신용카드 모집인에게 고객의 카드 이용 실적 등을 볼 수 있게 하고,
고객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카드도 발급해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로고=롯데카드 제공)
'법규를 준수하는 깨끗한 기업'을 내세우고 있는 롯데카드가 신용카드 모집인에게 고객의 카드 이용 실적 등을 볼 수 있게 하고, 고객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카드도 발급해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 2월까지 4년 간 신용카드 모집인에게 회원의 신용카드 이용 실적과 현금서비스 사용 여부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모집인들은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비롯해 카드 모집 업무와 연관이 없는 카드 이용실적, 현금서비스 사용 여부까지 광범위하게 조회했고, 이에 따라 신규 회원 약 145만명의 신용정보가 불법으로 이용됐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32조 등에 의하면 신용정보 제공ㆍ이용자는 개인 신용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할 경우 정보 주체에게 이용 목적을 알리고 미리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그 사정을 알고 개인정보를 제공 받은 사람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 28일 롯데카드에 벌금 5000만원과 과태료 600만원를 부과하고 담당 직원들에게는 감봉 등 중징계를 내렸다.
또한 롯데카드는 지난 2010년 10월부터 개인 신용정보 제공을 필수 동의사항으로 정해 고객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신용카드 발급을 거부해왔다.
롯데카드 회원 김모씨(54)는 "롯데카드를 발급하려고 직원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정보 제공에 협조하지 않으면 카드 발급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요즘 개인정보가 민감한 부분이어서 망설이다 어쩔 수 없이 정보 제공에 동의했지만 떨떠름했다"고 호소했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수집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금융업법 등은 회원이 제3자에게 신용정보 제공 동의를 거절했다는 사유로 신용카드업자가 카드 발급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문제가 일어난 해당 지점과 설계사에 감봉 3개월 등의 처분을 내렸다"며 "조회 권한을 다 폐지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계사의 경우 신규 회원을 얼마나 모집하느냐에 따라 수당이 달라져 이런 문제가 생겼다. 앞으로 카드 발급 접수는 다 받을 수 있지만, 신용도에 따라 회원이 결정되거나 접수가 거절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용카드사의 무책임한 고객 정보 관리는 이전부터 문제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제야 조사에 들어가는 등 적발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이러한 일이 물론 있었지만, 최근에는 시장 전반이 개인 신용정보에 더 깊숙이 접근해 모집인이 볼 수 있는 정보량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롯데카드뿐 아니라 삼성카드ㆍ신한ㆍ현대ㆍKB국민 등 4개 신용카드사들도 카드 모집인에게 고객 신용정보를 무단으로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 카드사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말하긴 어렵다. 롯데카드와 유사한 잘못이 발견되면 비슷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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