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아이타임즈M) 곽중희 기자 | 중견 제약사 한림제약(대표이사 부회장 김정진)이 업계 대비 16배에 달하는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과 오너일가 높은 배당 지급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한림제약의 계열사 한림MS(대표이사 부사장 이진수)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림MS는 한림제약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지난 5년간 약 4,500억 원의 유통마진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90% 이상 내부거래, 제약업계서 매우 높은 비중
한림MS는 한림제약의 상품을 매입에 시장에 판매한다. 최근 5년간 양 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9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한림MS는 한림제약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연평균 약 900억 원의 매출이익을 올렸다.
국내 주요 제약기업 43곳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내부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 공백 비중이 전체 외형에서 약 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약사가 1만 원의 매출을 올릴 때 약 600원이 내부거래로 인해 장부상 비는 돈으로 기록된다는 의미다.
한림제약의 내부거래 비중은 매년 95%를 넘는 반면, 제약업계 평균은 약 6%에 불과하다. 한림제약의 내부거래 비중은 업계 평균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일부 제약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의 경우 자회사가 조정받는 매출이 전체 외형의 약 50%에 달한다.
또한, 한림제약의 김정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고배당 잔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림제약과 한림MS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약 10년간 각각 약 500억 원과 170억 원, 총 670억 원의 배당금을 오너일가에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과 배당금 지급 구조에 대해 오너일가가 회사의 이익을 사유화하는 '*터널링'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터널링(tunneling)은 기업의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회사의 자산이나 이익을 부당하게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이전하는 행위를 뜻한다. 마치 지하 터널을 통해 보이지 않게 자산을 빼돌리는 것과 유사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한림제약과 한림MS의 사례는 좀 과도해 보일 수 있다"며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에 악용될 소지가 있기에 당국이나 기관의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독식, 사유화는 과도한 비판... 모니터링은 필요
일각에서는 높은 내부거래 비중과 배당 지급액만으로 총수일가의 기업 사유화나 독식 논란을 제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제약회사 CEO로 종사했던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입장에서 보면, 성장과 수익을 남겨야 한다는 점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점 자체를 문제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다만,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회사의 재무 건전성과 손실이 높은데도 경영진이 내부거래를 통한 사적 이익에 몰두해 있다면 그 점은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지적받을 수 있는 점"이라고 조언했다.
논란에 대해 한림제약 관계자는 "2018년 비슷한 내용으로 보도가 됐었던 적이 있다"며 "당장 구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내부에서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법을 떠나 도덕적, 윤리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기업으로서 계속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는 2023년부터 중견기업에 대한 내부거래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중견기업은 자산총액 5,000억 원 이상 5조 원 미만인 기업집단을 의미한다. 한림제약은 2023년 12월 31일 기준 약 4,72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중견기업에 다다르고 있다.
공정위는 2023년 9월 14일 오뚜기와 광동제약에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는 중견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모니터링 과정에서 부당지원 혐의를 포착한 데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당시 한기정 공정위 위원장은 "중견 집단은 이사회 내 총수일가 비중이 높고 내·외부 견제 장치가 부족해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 신속하게 조사하고 시정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림제약은 창업주 고(故) 김재윤 회장이 1989년에 설립한 제약회사로, 현재 그의 장남인 김정진 부회장이 경영을 이끌고 있다. 김정진 부회장은 2011년 최대 주주로 등재되며 경영권을 승계받았으며, 2020년 1월 1일자로 부회장으로 승진해 2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한림MS는 한림제약의 자회사로, 2008년에 설립되어 한림제약이 생산하는 의약품의 도매 및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