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임재현 기자 | 국내 최대 암호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비트코인 오송금 사건은 단순 입력 오류를 넘어 거래소 운영체계의 구조적 취약성과 규제 공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월 6일 자체 이벤트 보상금 지급 과정에서 약 62만 비트코인이 잘못 입력됐으며 상당 부분이 이미 매도되거나 출금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시장 신뢰에 큰 타격을 남겼다.
이번 사고는 거래소 내부 통제 기능과 실시간 검증 장치 부재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로 분석된다. 입력 실수 하나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암호자산이 장부 상에 찍혀나온 것은 거래소 시스템이 실제 보유자산과 장부를 실시간 비교하는 검증 체계를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전통 금융시장에서 거래 오류 방지를 위해 잔고·거래 한도·위험관리 장치가 필수적으로 운영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거래소의 리스크 관리 능력 부족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제도 전문가들은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을 분리 보관하면서도 이를 일관되게 검증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국제적으로도 암호자산 거래소 규제는 각국에서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암호자산을 기존 증권법이나 상품거래법 체계로 규율하는 방식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으며, 연방 금융당국인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각각 감독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2025년에는 미국 연방법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감독체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지니어스 법(GENIUS Act)’이 제정돼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같은 법률적 기반은 거래소 및 디지털 자산 서비스 제공자의 금융 건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MiCA(시장 내 암호자산 규제)를 도입하며 체계적 규제 틀을 마련했다. MiCA는 서비스 제공자에게 라이선스 취득과 자금세탁방지(KYC/AML) 기준 준수, 거래 투명성 공개 등을 의무화한다.
2026년부터 EU 내에서 암호자산 서비스 제공자는 거래 당사자 정보 등 상세한 보고 의무를 지게 된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국가별 분절된 감독 체계를 통합해 규제 일관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Payment Services Act와 Financial Instruments and Exchange Act를 통해 거래소 등록 의무, 분리 보관, 보험 적용 등 엄격한 운영 요건을 적용한다. 일본 거래소는 예치된 고객 자산의 별도 보관, 핫월렛과 콜드월렛 간 자산 분리 등 보안 투자를 법적 의무로 부여받는다.
싱가포르는 Digital Payment Token license를 도입해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관의 감독을 받는 체계를 구축했다. 암호자산 서비스 제공자는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운영이 가능하며, 자금세탁방지와 고객 정보 확인, 거래 모니터링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와 같은 해외 규제 체계는 거래소에 대한 사전 검증과 운영 감독, 투명성 확보 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국내는 상대적으로 규제 체계가 느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암호자산 거래소가 금융회사 수준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자본시장법이나 금융상품법 적용 범위도 제한적이다.
암호자산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다수 상정돼 있으나 아직 종합적인 규제 법제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법적 책임과 관련해 거래소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상과 손해 처리 문제도 복잡하다. 암호자산의 법적 성격과 소유권 문제, 손실이 발생했을 때의 책임 범위 등은 국내 법제에서 명확히 규율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은 “암호자산의 법적 지위를 분명히 하고 거래소의 책임을 투자자 보호 중심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인 금융 기준도 거래소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금융범죄기구(FATF)는 암호자산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Travel Rule을 포함한 국제기준을 마련해 거래소가 거래 발생 시 발신자와 수신자의 정보를 교환하도록 요구한다. FATF는 일부 국가에서 규제 기준이 미흡한 상황이 세계적 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빗썸 사건은 국내 거래소가 외국 사례처럼 명확한 라이선스 기반 감독 체계와 실시간 내부 통제 시스템,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춰야 함을 시사한다. 단지 거래소가 오류를 인정하고 회수 과정만 발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규제 동향을 참고해 위험 관리와 책임 규범을 전면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처럼 거래소를 금융기관 수준의 규제 틀 아래 두고, 실시간 자산 검증과 위험관리 의무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시스템 투자와 글로벌 규제 기준 준수는 사후적 사고 예방뿐 아니라 시장 신뢰 회복에도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태는 입력 실수로 시작됐지만 시스템 취약성과 제도적 공백을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지속 가능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국내 규제 당국과 거래소가 국제적 수준의 규제 체계와 감독 기준을 도입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