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정상규 기자 |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이토록 기묘하고 긴박한 대치 국면이 있었을까 싶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며 야권의 핵심부를 정조준했던 박상용 검사가 3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증언대에 올랐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당당한 증언이 아닌 선서 거부였다.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국조특위의 서슬 퍼런 칼날 앞에서 박 검사가 던진 소명서는 단순한 항변을 넘어 현재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이 처한 거대한 균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진 50분간의 공방과 박 검사의 선서 거부는 법적 함의를 넘어 향후 2차 종합특검으로 이어질 사법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오후 국회 국조특위 회의실의 공기는 차갑다 못해 날카로웠다. 고검장과 지검장 등 33명의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일제히 일어나 위증 시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선서를 하는 동안 박상용 검사만은 자리에 붙박인 듯 움직이지 않았다.
서영교 위원장의 질문에 그가 마이크를 잡고 일어서자 장내에는 고성과 탄식이 엇갈렸다. 현행법상 증인이 자신의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선서를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이는 동시에 그가 국회에서 내뱉을 모든 말이 거짓으로 판명 나더라도 위증죄로 처벌할 근거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박 검사는 7장 분량의 소명서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두고 국민 앞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맹비난했다.
박 검사의 이러한 행보는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당시 특검 수사를 이유로 선서 없이 증언했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박 검사 역시 현재 탄핵소추안이 계류 중이며 2차 종합특검의 수사 대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방어 기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수장이었던 인물이 법적 책임의 무게를 덜기 위해 선서 자체를 거부한 것은 검찰 조직 전체의 도덕성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전 국조특위에서 공개된 박 검사와 이화영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의 통화 녹음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절차적 갈등이 아님을 증명했다.
녹음 속 박 검사의 목소리는 냉철한 수사관이라기보다 모종의 거래를 제안하는 협상가에 가까웠으며, 재판장이 선고할 수 없는 사이즈가 된다거나 조금 지나면 나갈 것이라는 발언은 명백한 회유의 정황으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 대행은 조직적인 차원의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법무부 장관조차 부당하고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사팀이 원하는 진술을 얻기 위해 피의자에게 형량이나 석방을 미끼로 삼았다는 의혹은 그간 검찰이 주장해 온 실체적 진실 규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박 검사가 회의장 밖에서 취재진에게 특검에 의한 공소 취소를 안 한다고 약속해주면 바로 선서하겠다고 말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기소가 사법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거래의 영역에 놓여 있음을 역설적으로 자인한 셈이다. 이는 본인의 기소가 정치적 타격에 의해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는 검사의 본능적인 공포인 동시에 이번 국정조사가 향후 특검 수사에 미칠 영향력이 막강함을 시사한다.
박상용 검사 사건이 최근 권창영 특별검사가 이끄는 2차 종합특검으로 이첩된 것은 이번 사태의 가장 결정적인 변곡점이다. 검찰 내부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에서 벗어나 외부의 독립적인 시각으로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특검은 이제 박 검사가 이 전 부지사에게 제공했다는 각종 편의와 진술 유도 방식 그리고 그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재판 과정과 특검 수사에서 박 검사의 선서 거부는 그에게 불리한 정황 증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떳떳하다면 선서하라는 정치권의 압박은 대중적 분노와 맞물려 검찰의 조직적 개입설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국조특위 위원장이 박 검사에게 선서할 마음이 들 때까지 대기하라며 퇴장을 명령한 것은 단순한 축출이 아니라 진실 앞에서 비겁하게 물러선 공권력에 대한 국민적 단죄의 시작이다. 박 검사가 회의장 밖에서 서성이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 사법 정의 역시 차가운 복도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법의 수호자여야 할 검사가 스스로 법의 심판대를 거부하고 거래를 제안하는 현실은 법치주의의 실종을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다. 2차 종합특검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국조특위의 추가 증언이 이어질수록 박상용 검사를 둘러싼 의혹의 안개는 걷히겠지만 그 자리에 남을 상처는 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