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송동섭 기자 | 전남 담양군이 또 한 번 흔들리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전임 군수가 당선무효된 자리를 메우기 위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철원 담양군수(조국혁신당)가, 이번에는 본인이 과거 경영했던 건설사 3곳을 차명으로 지배하며 군 발주 관급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챙겼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한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나자 다음 군수가 재산 비리 의혹의 한복판에 서는 상황이 5만 인구 농촌 자치단체에서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남경찰청은 지난 15일 정 군수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업가 출신 지방자치단체장 243명의 수의계약 내역을 전수 조사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역 언론도, 정부 감사기관도 아닌 외부 탐사보도 매체가 의혹을 발굴했다는 점 자체가 지방 권력에 대한 감시 공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조사 결과 정 군수가 과거 경영한 금성건설은 최근 10년간 담양군으로부터 19억 400만 원의 수의계약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정 군수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군의원에 당선된 직후 금성건설의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며 회사와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핵심 진술이 의혹의 무게를 스스로 키웠다. 정 군수는 "(금성건설) 소유권을 행사하는 동안 다른 사람한테 주식을 팔았는데 누구한테 팔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고, 재차 묻자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을 반복했다. 수십억 원대의 회사 지분을 매각하면서 매수인이 누구였는지 모른다는 진술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더 결정적인 진술은 정 군수에 이어 5년간 금성건설의 2대 대표이사를 맡았던 김 모 씨에게서 나왔다. 김 씨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정 군수가 2~3년만 맡아달라고 해서 대표가 된 것이지 회사를 실제 경영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명목상 대표와 실질 지배자가 분리돼 있었음을 시사하는 사실상의 양심고백이다.
의혹은 한 회사로 끝나지 않았다. 뉴스타파의 후속 취재 결과 정 군수 소유로 의심되는 건설사 두 곳이 추가로 확인됐다. 청담건설과 정우건설이다. 두 회사는 모두 정 군수 소유 건물과 토지에 세 들어 있었고, 등기부상 대표이사는 1969년생 박 모 씨와 1982년생 박 모 씨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2년생 박 씨가 정 군수의 며느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박 씨는 지난해 3월 담양군수 보궐선거 당시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2017년부터 5년간 정우건설의 초대 대표이사를 지냈고 금성건설에서도 1년여간 사장직을 맡은 인물이다.
'평범한 주부'라는 자기소개와 '건설사 2곳의 대표이사 경력'이라는 객관적 사실 사이의 간극은 매우 크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한다. 금성건설·청담건설·정우건설 3사가 최근 10년간 수주한 관급공사는 44억 8,500만 원, 이 가운데 수의계약 비율은 81.8%에 이른다.
며느리 박 씨가 대표로 있던 시기에도 12건의 수의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군수가 분가한 딸과 공동 소유한 객사리 건물이 불법 증축된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2024년 재산신고에서 해당 건물 보유 면적이 전년 대비 8.96㎡ 늘었음에도 평가액은 그대로 신고된 점이 의혹의 단초가 됐다.
위장계열사 정황도 짙다. 서류상 전혀 별개의 회사인 청담건설과 금성건설의 직원들이 사실상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다. 또 며느리 박 씨가 2022년 3월 금성건설과 정우건설의 대표이사직을 동시에 내려놨을 당시, 두 회사는 같은 날 주주총회를 열고 후임 대표이사 취임 등기도 같은 날 마쳤다.
서로 무관한 독립 회사라면 발생하기 어려운 동조 움직임이라는 게 업계의 일치된 시각이다. 청담건설과 정우건설이 별개의 회사라기보다 처음부터 금성건설의 매출을 분산시키고 수의계약 등 관급공사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위장계열사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두 회사가 정 군수 소유 건물에 세 들어 있으면서도 전세권 설정을 하지 않은 점, 정 군수가 임대 보증금 채무를 객사리 건물 1억 3,000만 원, 금성면 담순로 건물 8,000만 원으로 신고한 점 등도 거래의 정상성을 따져봐야 할 지점으로 지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이 지적한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는 재산 증식 곡선이다. 12년간의 군의원 재임 기간 동안 정 군수 부부의 재산은 약 3.7배, 아들의 재산은 약 4.9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의원 급여 외에 뚜렷한 소득원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재산 증식이 차명 회사를 통한 사익 편취의 결과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 군수 측은 "오래전 일이고 일부는 민감한 사생활 영역도 포함돼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겨냥한 전형적인 네거티브"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수의계약 내역은 공공기관이 보관하는 공적 기록이고, 등기부등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공개 자료이지 사생활이 아니다.
의혹의 핵심을 정치적 공방의 문제로 치환하는 전형적인 방어 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은 "정 군수와 가족의 재산이 공직 재임 기간 동안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사실은 군민의 상식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일"이라며 "공식 소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재산 증식이 이어졌다면 그 경위는 반드시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일각에서도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군수의 개인 비리로 환원될 수 없는 구조적 성격을 띤다. 지방 권력 비리가 작동하는 다섯 단계의 전형적 메커니즘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첫째 단계는 '제도의 우회'다. 수의계약은 본래 소액 공사나 긴급 상황에서 경쟁입찰 없이 특정 업체와 계약할 수 있도록 만든 행정 편의 장치다.
그러나 이 장치가 권력자의 손에 들어가면 가장 효율적인 사익 추구 도구로 변질된다. 3개 건설사의 수의계약 비율이 81.8%에 달한다는 사실은 제도가 특정인을 위해 지속적으로 운용돼 왔다는 강력한 방증이다. 법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 아니라 법의 틈새를 정밀하게 활용하는 것, 이것이 고도화된 공직 비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적발이 어렵고, 적발돼도 "합법적 절차를 따랐다"는 방어가 가능하다.
둘째 단계는 '가족 동원에 의한 비리의 세습화'다. 며느리가 대표이사로, 딸이 건물 공동 소유자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이권 추구를 넘어 부패 구조가 가족 단위로 내면화되고 세습되는 양상을 의미한다. 공직자 1인의 비리가 가족 구성원을 차례로 끌어들이면서 가족 전체가 부패 구조의 수익자이자 사실상의 공범 구조 안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셋째 단계는 '지역 건설 생태계의 오염'이다. 수의계약이 특정 업체에 집중될 때 지역 건설 시장은 왜곡된다. 실력 있는 중소 건설사들이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당하고, 권력과 연줄이 있는 업체만 살아남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이는 두 가지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하나는 공사 품질의 저하다. 경쟁 없이 수주한 업체가 반드시 기술력이 우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담양군민이 매일 이용하는 도로·공공시설·관공서 건물의 품질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다른 하나는 청렴한 업체들의 시장 이탈이다. "이 지역에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인식에 동화되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하면서, 부패가 관행이 되는 임계점을 넘어선다.
넷째 단계는 '행정 판단력의 마비'다. 군수가 차명으로 소유한 건설사가 군청 발주 공사를 수주한다면, 그 건설사에 대한 감독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담당 공무원은 감독 결과가 윗선에 미칠 영향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부실시공을 발견해도 보고를 주저하게 된다. 한 사람의 비리가 수십 명의 공무원에게 '침묵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순간, 조직 전체의 윤리 기준선이 내려앉는다.
다섯째 단계는 '주민 신뢰의 붕괴와 냉소의 전염'이다. 가장 치명적인 피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한다. 지역 주민들이 "어차피 다 그렇다"는 냉소를 내면화할 때 민주주의의 기반인 공공 신뢰가 무너진다. 선거 참여율이 낮아지고, 지역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며, 양심적인 시민들이 공직 진출을 포기한다. 부패는 돈만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공적 에너지와 시민 의식을 함께 소진시킨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답은 '감시 밀도'에 있다. 중앙 정치에 비해 지방 권력은 언론 취재의 빈도가 낮고, 주민 감시 역량도 제한적이며, 시민단체의 활동 반경도 좁다. 수의계약 내역은 법령에 따라 공개되지만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으면 투명한 것이 없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이번 의혹을 발굴한 주체가 지역 언론이 아닌 서울 기반 탐사보도 매체였다는 사실은 이 같은 구조적 공백을 그대로 보여준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장 큰 약점이 풀뿌리 감시 시스템의 부재라는 역설이 담양에서 또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정철원 군수에 대한 수사는 이제 막 시작됐다. 법적 유무죄는 향후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던지는 더 무거운 질문은 법정 밖에 있다. 공직자의 비리는 개인의 범죄가 아니다. 지역 사회의 자원을 약탈하고, 행정을 왜곡하며, 공공 신뢰를 무너뜨리고, 다음 세대에 '권력은 사익을 위한 도구'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사회적 범죄다.
44억 8,500만 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회계 항목이 아니라 담양군민이 낸 세금이며, 그 돈으로 만들어졌어야 할 공공의 가치가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부패는 단번에 사회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천천히, 조용히, 제도의 틈새를 타고 번지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그것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어선은 수사기관 한 곳이 아니라 끊임없이 묻고 기록하는 시민과 언론, 그리고 제 기능을 회복한 의회와 감사 시스템이다. 담양의 5만 군민이 지금 응시해야 할 지점은 한 사람의 유죄·무죄가 아니라,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 지방자치 시스템 그 자체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전국 지방 권력 감시 체계 전반에 대한 묵직한 경고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