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송동섭 기자 | 삼성전자 창립 이후 처음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된 대규모 총파업을 앞두고 국민 여론이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오는 21일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18일간의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지만, 노동권 보장이라는 명분보다 과도한 성과급 요구와 산업 경쟁력 훼손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되면서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쟁의의 핵심은 단순 임금 인상이 아니라 성과급 제도 개편이다.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을 연간 영업이익의 15%로 고정하고, 현행 상한선을 폐지하는 한편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영업이익의 10% 수준을 기본 재원으로 삼고 올해에 한해 특별성과급을 최대 12%까지 확대 지급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성과급 규모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노조 요구안이 그대로 수용될 경우 메모리사업부 일부 직원의 성과급은 1인당 최대 6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비메모리 사업부 역시 수억 원대 지급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성과급 총액이 약 6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노조 요구안 적용 시 성과급 재원은 최대 40조~50조원대로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 측은 “주주 배당은 수십조 원 규모인데 직원 몫은 상대적으로 적다”며 형평성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 배당 규모와 성과급 규모 간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당 정책이 단순 영업이익 비례 구조가 아니라 잉여현금흐름을 기준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노조 측 계산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성과급을 둘러싼 법적 해석도 논쟁거리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사실상 고정 임금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법원은 과거 성과급이 통상임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지만, 이는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 산정 기준에 관한 판단일 뿐 단체교섭 대상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 여론이 특히 싸늘해진 대목은 노조의 일련의 강경 행보다. 노조 지도부는 파업 미참여자 명단을 관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고, 중앙노동위원회 비공개 중재 회의 녹취를 공개해 중재 신뢰를 흔들었다는 비판도 받았다.
여기에 공동교섭에 참여했던 일부 노조가 이탈하고, DX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서 “DS부문 중심 요구”라는 반발까지 나오면서 내부 균열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 투쟁이 과거 생존권 중심의 노동운동과 결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현대중공업 노조가 하청 노동자와의 공동 교섭이나 성과급 연대를 시도했던 것과 달리, 이번 삼성전자 파업은 협력업체와의 이익 공유보다는 자체 보상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노동운동의 핵심 가치인 연대보다 실리 추구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론조사 결과도 부정적이다. 최근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70%가 “무리한 요구” 또는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답한 반면,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응답은 20%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이미 고소득인 집단의 추가 보상 요구”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계는 실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생산라인이 멈추면 공정 중인 웨이퍼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노조 요구안 수용 시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공급망 신뢰다. 이미 주요 고객사들은 삼성전자 측에 공급 차질 가능성과 대응 계획을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은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안정적 공급 능력’ 자체가 경쟁력인 만큼, 공급 불안 이미지가 굳어질 경우 장기 계약과 미래 수주 경쟁에서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공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고객사들이 물량을 분산 발주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메모리 시장 점유율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제·금융 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자제를 촉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일정 기간 쟁의행위는 중단되고 재조정 절차가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노동운동의 방향성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성과 배분 기준의 투명성과 공정성 논의 자체는 필요하지만, 현재 노조의 강경 대응 방식이 사회적 설득력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 손실은 시간이 지나면 복구할 수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신뢰와 사회적 정당성은 한 번 흔들리면 회복이 어렵다”며 “노사 모두 극단적 대치보다 산업 전체를 고려한 타협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