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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심층분석] 7억 원 조합비, 누가 어떻게 쓰는가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직책수당 이중 수령’ 논란이 던진 회계 투명성과 공정성의 질문

 

데일리연합 (SNSJTV) 박용준 기자 | 노동조합 집행부가 회사로부터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급여를 받으면서, 조합원이 낸 회비에서 월 수백만 원의 ‘직책수당’까지 챙길 수 있도록 규약을 바꿨다. 그런데 정작 그 규약을 만든 절차는 ‘쟁의 찬반투표’에 묶여 있었고, 일부 조합원은 자신이 무엇에 찬성표를 던졌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견제해야 할 대의원회는 설립 3년 가까이 단 한 번도 구성된 적이 없다.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총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분배의 정의’를 외치는 노조 집행부가, 정작 자기 조합원이 낸 회비 앞에서는 어떤 정의를 실천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본지(데일리연합)는 이 사안을 ▲무엇이 문제인가(사실관계) ▲절차적 정당성은 있었는가 ▲견제 장치는 존재하는가 ▲무엇이 노동운동의 ‘회계 투명성’인가라는 네 가지 축으로 짚는다.

 

① 사실관계 — 월 7억 원의 조합비, 그중 ‘3,500만 원’이 집행부 5명에게

 

여기에 핵심 집행부 대부분은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대상이다. 즉, 회사로부터 정상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 업무를 전임으로 수행한다. 회사가 주는 월급에, 조합원이 낸 회비로 지급되는 직책수당까지 더해질 경우 사실상 ‘이중 수령’ 구조가 성립한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가 회사에서 본래 직무에 따른 급여를 받는 경우 노조 직책수당도 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는 규약 개정 후 실제 수당 수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최승호 위원장 등 집행부에 질의했으나, 집행부는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원이 매달 1만 원씩 떼어 보낸 회비가 노동운동의 ‘실탄’이 아니라 ‘월급 봉투’로 흘러들어가는 것 아닌가. 7만 명이 던지는 이 질문에, 노조 집행부는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② 절차적 정당성 — ‘쟁의 찬반투표’에 묶인 ‘직책수당 신설안’

더 큰 문제는 이 규약이 어떻게 통과되었는가다.

 

업계 보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는 2026년 3월 총회에서 ▲쟁의행위 결의의 건 ▲규약 변경의 건 두 안건에 대해 찬반 투표를 ‘동시에’ 진행했다. 그런데 규약 개정 설명 자료의 하단부에 직책수당 관련 규정을 배치하면서, 일부 조합원들은 직책수당 신설안이 포함되어 있는지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ABC인 ‘충분한 정보 제공 후의 표결(informed vote)’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회사가 인사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불공정 노무관리’이고, 노조가 회비 분배 규칙을 한 묶음으로 처리하면 ‘민주적 의결’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쟁의 결의는 임박한 임금협상 결렬 국면에서 조합원의 정서적 결집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던져진 안건이다. 그 옆에 ‘집행부 본인의 보수를 신설하는 안건’을 슬쩍 끼워 넣었다면, 이는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의 전형이다. 본인이 받을 수당을 본인이 사회자로 진행하는 회의에서, 동원된 분위기 속에 일괄 처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묶음 처리’ 의혹이 보도되자 사내외 게시판에는 “위원장 개인이 월 1,000만 원을 수당으로 지급받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결국 그 청구서는 ‘조합원 이탈’이라는 형태로 돌아오고 있다.

 

③ 견제 장치 — ‘대의원회 없는 노조’의 7억 원 재량

노동조합법은 노조의 핵심 의사결정 — 예산 집행, 규약 제·개정 등 — 에 대해 조합원이 선출한 ‘대의원회’의 통제를 받도록 설계해 두었다. 7만 명을 대표하는 집행부가 소수의 결정으로 폭주하지 못하도록 마련한 헌법적 안전장치다.

 

그런데 초기업노조의 현실은 어떤가.

대의원회가 없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는 설립 후 약 3년이 가까워지도록 단 한 차례의 대의원 선거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5인 운영위원회에 권한이 집중된다. 의결 정족수는 ‘재적 과반 출석·과반 찬성’이다.

따라서 월 7억 원이 넘는 조합비 집행 권한이 사실상 ‘3명’의 의사로 좌우될 수 있는 구조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는 격언은, 노조라고 예외가 아니다. 노조 집행부가 회사 사용자에게 ‘투명한 성과급 산정 기준’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7억 원 조합비 집행에는 위원장 1인 재량(10% 이내) + 5인 운영위 의결이라는 이중의 ‘블랙박스’ 구조를 깔아둔 셈이다.

 

전자신문이 인용한 업계 관계자의 진단은 통렬하다. “위원장 한 사람의 월 1,000만 원 수당과 5명 운영위원회의 깜깜이 운영이 7만 조합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④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 조합원이 발로 던지는 신임 투표

조합원들은 이미 답을 내고 있다. 

 

▶ 지난 한 달 사이 초기업노조에서 탈퇴를 신청한 인원이 약 4,000명에 육박한다. ▶ 현재 조합원 7만 1,750명 중 4,000명 탈퇴가 승인되면 6만 7,000명대로 줄어든다. ▶ 과반 노조 지위 유지 마지노선은 약 6만 4,000명으로 거론된다. ▶ 이미 일부 DX(모바일·가전) 부문 조합원들은 “초기업노조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임금협상 체결·파업 금지 가처분 신청 행동에 돌입했다.

 

노조의 단체교섭권은 ‘대표성’에서 나온다. 7만 명의 대표를 자처하면서 정작 그 7만 명이 ‘이 사람들이 우리를 대표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빠져나가고 있다면, 그 노조의 협상력은 무엇으로 정당화되는가.

 

사측 협상 카드에 ‘노조 대표성 자체에 대한 사법적 의문’이 추가되는 순간, 본사 노조의 깃발은 더 이상 7만 명의 깃발이 아니라 5명의 깃발이 된다. 그리고 그 깃발 아래 손해를 보는 사람은, 앞선 기사에서 다뤘듯 1,700개 협력사와 그 노동자들이다.

 

⑤ 무엇이 노동운동의 ‘회계 투명성’인가

노조 집행부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것 자체는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노조 활동은 헌법적 권리이며, 전임자들의 활동을 뒷받침할 합리적 보상 체계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보상 체계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1) 분리 의결(Decoupling) 쟁의 결의 같은 ‘투쟁 안건’과 직책수당 신설 같은 ‘이해충돌 안건’은 반드시 분리해 별도 의결되어야 한다. 안건을 묶는 순간, 그것은 의결이 아니라 ‘끼워 팔기’가 된다.

 

2) 대의원회 구성과 회계 공개 대의원 선거를 즉시 실시하고, 직책수당 지급 명세를 포함한 회계 내역을 조합원에게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노조가 사측에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를 요구할 자격은, 자기 회계를 먼저 투명하게 공개한 다음에야 생긴다.

 

3) 이중 수령에 대한 명시적 입장 표명 타임오프 급여와 조합비 직책수당 ‘동시 수령’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일어나고 있다면 그 정당성의 근거는 무엇인지, 집행부가 직접 7만 조합원에게 설명해야 한다. 연합뉴스의 사실 확인 요청에 침묵으로 답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가장 경계해야 할 ‘무답변 권력’의 모습이다.

 

사측의 무노조 경영이 비판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일방적 결정’과 ‘설명 부재’였다. 그런데 그 사측을 비판하며 출범한 노조가, 똑같이 ‘일방적 규약 개정’과 ‘설명 거부’로 일관한다면, 그 노조의 정통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환기 — ‘투명’과 ‘공정’이라는 두 단어의 무게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묻는 것은 결국 두 단어다. ‘투명’과 ‘공정’.

▶ 노조가 사측에 요구한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화’는 정당한 요구다. ▶ 그러나 그 정당한 요구는, 노조 자신이 7만 조합원에게 회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 다음에야 도덕적 권위를 갖는다.

 

▶ 노조가 사측에 요구한 ‘공정한 분배’는 정당한 요구다. ▶ 그러나 그 정당한 요구는, 노조 자신이 5인 집행부에 월 3,500만 원을 몰아주는 구조의 공정성을 먼저 해명한 다음에야 신뢰를 얻는다.

 

‘투명한 회계’와 ‘민주적 의사결정’은 노동조합법이 노조에 부여한 의무이자, 노조가 사측·정부·사회로부터 도덕적 권위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근거다. 그 토대가 흔들리는 순간, 노조의 모든 외침은 ‘직군 이기주의’의 메아리로 들리기 시작한다.

 

집행부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조합원의 발걸음은 빨라진다. 7만 명이 던진 1만 원의 신뢰는, 7억 원의 권력이 아니라 7만 개의 ‘설명의 의무’로 돌아와야 한다.

 

라인이 멈추기 전에, 노조 회계의 문(門)부터 먼저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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