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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세계 3위' AI 강국 분기점, 역대 최대 GPU·R&D 예산 확대...‘검증 가능한 성과’가 과제다

과기부 1년, R&D 예산 35조5000억 원·GPU 26만 장...한국형 AI 전략, 산업 전환 시험대 올랐다

 

데일리연합 (SNSJTV) 박용준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정부 출범 1년 성과로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 기반과 역대 최대 연구개발 예산 편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독자 인공지능 모델,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 인프라, 연구개발 제도 정상화, 기본 통신권 보장을 핵심 성과로 제시했다.

 

정부가 강조한 핵심 수치는 분명하다. 과기정통부는 국가 인공지능 인프라의 핵심인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 확보를 추진하고, 2026년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전년보다 20% 늘린 35조5000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기초연구 예산도 2조74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신규 과제 수를 3772개에서 7022개로 늘렸다는 설명이다.

 

이 정책의 배경에는 세계 인공지능 경쟁의 성격 변화가 있다. 인공지능 경쟁은 더 이상 모델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초거대 연산 인프라, 고대역폭메모리, 전력망, 데이터센터 입지, 보안 체계, 연구 인력, 공공 조달 구조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이는 국면이다. 정부가 ‘AI 고속도로’와 ‘AI 풀스택’을 동시에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 지표는 한국의 도약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AI연구소가 발간한 2026 AI 인덱스 보고서에서 한국은 2025년 공개된 주목할 만한 인공지능 모델 수에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인구 10만 명당 인공지능 특허 수에서는 14.31건으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다만 이는 특정 지표 기준의 성과다. 종합적인 프런티어 모델 경쟁력과 글로벌 플랫폼 지배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

 

국내 정책의 첫 번째 축은 컴퓨팅 인프라다.

첨단 GPU 26만 장 확보는 단순 장비 도입을 넘어 국가 전략자산 확보에 가깝다. 글로벌 인공지능 산업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가속기 공급망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인공지능 수요 확대로 한국 반도체 기업과 수출 지표가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이 인공지능 소비국을 넘어 메모리, 서버, 데이터센터, 모델 개발을 연결하는 공급망 국가로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축은 연구개발 체계 정상화다.

과기정통부는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제도를 18년 만에 폐지하고, 사업계획서 제출부터 예산 배분·조정까지 걸리던 기간을 기존 2년에서 5개월 수준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 연구비 자율사용 비목 신설, 간접비 규정의 네거티브 전환, 행정서식 2171개에서 154개로의 감축도 제시됐다. 연구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고위험·고성과 연구를 촉진하겠다는 방향이다.

 

그러나 예산 확대가 곧바로 연구 경쟁력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구개발 예산은 규모보다 배분의 정밀성이 중요하다. 기초연구, 전략기술, 지역 연구거점, 민간 공동투자, 사업화 연계가 서로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반도체, 소형모듈원전(SMR), 휴머노이드, 양자, 바이오 등 이른바 K-문샷 분야는 성과 지표를 논문·특허·매출·수출·기술이전으로 분리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축은 법제 기반이다.

정부는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별법 제정을 성과로 내세웠다. 인공지능 기본법은 인공지능 기본계획 수립, 인공지능정책센터 지정, 인공지능안전연구소 운영, 고영향 인공지능 규율, 투명성 및 안전성 확보 의무를 담고 있다. 고영향 인공지능과 고성능 인공지능의 관리 기준이 제도화되면서 산업 육성과 신뢰 확보를 병행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제7조, 제31조, 제32조)

 

다만 규제 완화와 안전 규율은 긴장 관계에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별법이 전력·입지·인허가 문제를 풀기 위한 산업 촉진 장치라면, 인공지능 기본법은 고위험 인공지능의 투명성·안전성·책임성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금융, 의료, 행정, 채용, 교육으로 확산될수록 정부는 규제 완화의 속도와 국민 기본권 보호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을 요구받는다.

 

네 번째 축은 국민 체감 정책이다.

과기정통부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 인공지능 모델 기반 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데이터 제공량을 소진한 뒤에도 메신저와 내비게이션 등 기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안심옵션을 전체 데이터 요금제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는 통신권을 넘어 인공지능 접근권을 새로운 디지털 기본권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정책은 사회적 의미가 크다. 인공지능 활용 능력은 앞으로 고용, 창업, 교육, 행정 서비스 접근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AI디지털배움터를 37곳에서 69곳으로 확대하고, 교육 인원을 91만 명에서 13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무료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려면 운영비, 모델 갱신비, 보안비, 개인정보 보호 체계, 민간 서비스와의 충돌 문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보안은 별도 쟁점이다. 고성능 인공지능은 사이버 공격의 자동화, 딥페이크, 악성코드 생성, 개인정보 침해 위험을 동시에 키운다. 정부가 민간분야 긴급상황반 구성, 취약점·패치 관리 일원화, 제로트러스트 확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반복적인 침해사고 기업에 대한 과징금 강화 방향도 같은 흐름이다. 다만 구체적 처벌 수위와 적용 요건은 최종 개정 법률 문안과 시행령 확인이 필요하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64조의3)

 

한국 인공지능 전략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GPU 26만 장 확보가 실제 국내 연구자와 기업의 연산 접근성 확대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둘째, 35조5000억 원 연구개발 예산이 현장 회복을 넘어 글로벌 원천기술 성과로 연결되는지 여부다.

셋째, ‘모두의 AI’가 단순 복지성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국민의 생산성·창업·교육 격차를 줄이는 실질적 플랫폼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다.

 

결국 정부 출범 1년의 성과는 ‘기반 구축’에 가깝다. 인공지능 세계 3위라는 표현은 정책 홍보의 문장으로는 강하지만,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는 계속 검증받아야 할 중간 성적표다.

 

한국이 진정한 AI 3대 강국으로 진입하려면 모델,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보안, 인재, 연구개발 제도, 국민 접근권을 하나의 국가 시스템으로 묶어내야 한다. 앞으로 1년은 예산과 선언이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바뀌는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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