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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선거만 되면 사라지는 준법정신…유세차량 불법주차가 보여준 한국 정치의 민낯

법 위에 선 선거운동, 시민 안전은 뒷전…ESG조차 외면한 정치권의 자기모순

 

데일리연합 (SNSJTV) 장우혁 기자 |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일부 유세차량의 불법 주정차 행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결코 축제와 거리가 멀다.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며 유권자 앞에 고개를 숙이는 정치인들이 정작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교통법규와 시민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과 서초 일대에서 확인된 선거 유세차량의 불법 주정차 사례는 단순한 교통질서 위반 이상의 문제를 드러낸다. 황색 점선 구역 장기 정차는 물론 어린이보호구역에 수 시간 동안 유세차량을 세워두는 사례까지 확인됐다. 일반 시민이 동일한 행위를 했다면 과태료 부과와 단속이 뒤따랐을 상황이지만 선거 유세차량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되는 현실은 법의 형평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단순한 현장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거운동은 철저한 사전 기획과 조직적 운영을 통해 진행된다. 유세차량의 위치 선정과 이동 경로 역시 캠프 차원에서 관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불법 주정차가 발생한다는 것은 시민 편의보다 선거 홍보 효과를 우선시하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권은 늘 국민에게 준법과 책임을 강조한다. 부패 척결과 법치주의 확립을 외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선거 현장에서조차 기본적인 교통법규를 지키지 못한다면 정치인들의 이러한 약속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차는 단순한 행정법 위반을 넘어 어린이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논란은 정치권의 ESG 인식 수준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ESG는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오늘날 정치와 공공영역에서도 ESG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라는 세 가지 요소 가운데 이번 사안은 특히 사회적 책임과 거버넌스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사회적 책임은 시민 안전과 공공질서를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유세차량이 교차로 시야를 가리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며 교통 혼잡을 유발한다면 이는 ESG의 사회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 시민의 불편을 감수시키면서까지 선거운동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접근은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문제는 적지 않다. 현재 현장 공무원과 경찰은 정치적 편향 논란을 우려해 적극적인 단속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후보 차량을 단속하면 정치적 민원과 항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결국 법은 존재하지만 집행은 선택적으로 이뤄지는 왜곡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법 집행의 일관성과 공정성이 흔들리는 순간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진정한 자질은 선거 기간에 더욱 드러난다. 표를 얻기 위해 외치는 화려한 공약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보여주는 책임감과 시민 의식이다. 교통법규를 지키고 시민 안전을 배려하며 공공질서를 존중하는 모습은 거창한 선거 공약보다 더 강한 신뢰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정치권 내부의 자정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과 후보 캠프 차원의 자발적 개선 노력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선거 때만 되면 관행처럼 이어지는 불법 현수막, 확성기 소음, 불법 주정차 문제는 정치권 스스로 변화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선거 유세차량 운영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과 교차로, 횡단보도 인근 등에 대한 절대적 주정차 금지 원칙을 강화하고 위반 시 정당이나 후보를 막론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주의는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 선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선거운동이라는 명분 아래 시민 안전과 공공질서가 희생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다. 국민은 법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에게 국가 운영을 맡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결국 이번 유세차량 논란은 단순한 교통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치가 얼마나 시민을 존중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치권이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윤리 기준이 얼마나 엄격한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시민들이 기억하는 것은 화려한 유세 문구가 아니라 정치인들이 보여준 태도와 책임감이라는 사실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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