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송동섭 기자 | 충북 청주의 한 영화관 여자 화장실에서 여장을 한 채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2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사전 준비와 장시간 은폐, 반복 촬영 정황이 결합된 디지털 성범죄라는 점에서 공공장소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청주흥덕경찰서는 지난 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즉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한 영화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칸막이 아래로 휴대전화를 넣어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와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약 6시간 동안 화장실 칸 안에 숨어 옆 칸 여성들을 촬영하다 피해자에게 발각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A씨는 가발, 가슴 보형물, 모자 등을 착용한 상태였으며, 휴대전화에서는 사진과 동영상 등 100여 개의 불법 촬영물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여장’이라는 외형적 요소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핵심은 여장을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여성 전용 공간의 신뢰를 악용해 타인의 신체와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점이다. 범행 장소가 영화관 여자 화장실이라는 점, 범행 시간이 약 6시간에 이르렀다는 점, 촬영물이 다수 발견됐다는 점은 우발적 행위보다는 사전 계획성과 반복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 밖의 유사 기능 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14조는 촬영물의 반포·제공·전시·상영뿐 아니라 소지·저장·시청 행위까지 별도로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범죄심리 측면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관음적 성범죄의 전형적 위험 요소와 맞닿아 있다. 정신의학적으로 ‘관음장애’는 동의하지 않은 타인의 탈의, 나체, 성적 상황 등을 관찰하는 행위에서 성적 흥분을 얻거나, 그러한 충동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 문제가 된다.
다만 특정 피의자에게 이를 곧바로 진단명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진단은 임상 평가와 지속 기간, 충동 조절 여부, 기능 손상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이 유형의 범죄는 단순 호기심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는 촬영 순간뿐 아니라 영상이 유포될지 모른다는 불안, 일상 공간에 대한 공포, 대인관계 위축, 반복적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특히 화장실·탈의실·숙박시설 등은 신체 노출 가능성이 큰 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발생한 불법촬영은 피해자의 기본적 인격권과 안전권을 직접 침해한다.
근본적 대책은 처벌 강화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첫째, 다중이용시설 화장실의 구조적 감시 체계를 바꿔야 한다. 출입구 외부 동선 관리, 장시간 체류 이상징후 탐지, 직원 순찰기록 의무화, 칸막이 하단 구조 개선, 비상벨·신고 QR 설치가 필요하다. 사후 적발 중심이 아니라 범행 기회를 줄이는 환경 설계가 핵심이다.
둘째, 영화관·쇼핑몰·공연장 등 민간 다중이용시설에도 불법촬영 예방 매뉴얼을 의무화해야 한다. 현재 공공화장실 중심 점검은 일정 부분 이뤄지고 있으나, 민간 시설은 사업장별 대응 수준 차이가 크다. 정기 점검 장비 보급, 직원 교육, 피해 신고 즉시 분리 조치, CCTV 사각지대 없는 공용동선 관리가 표준화돼야 한다.
셋째, 디지털 성범죄 전력자에 대한 재범방지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불법촬영 범죄는 촬영·저장·시청·유포가 디지털 환경에서 쉽게 반복되는 특성이 있다. 단순 벌금형이나 단기 처벌에 그칠 경우 범행 충동과 왜곡된 성 인식이 교정되지 않을 수 있다. 법원 단계에서 성인지 교육, 인지행동치료, 디지털 기기 사용 제한, 보호관찰 연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넷째, 플랫폼과 수사기관의 삭제·추적 시스템도 고도화해야 한다. 서울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물 탐지·신고에 AI 시스템을 적용해 처리 시간을 크게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유포된 피해물 삭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는 재유포 차단, 해시값 기반 추적, 해외 플랫폼 공조까지 확대돼야 한다.
다섯째,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불법촬영은 ‘몰카’라는 가벼운 표현으로 소비할 사건이 아니다. 이는 명백한 성폭력 범죄이며,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에게 심각한 손상을 남긴다. 특히 언론 보도 역시 선정적 표현이나 가해자의 기이한 복장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피해 회복과 예방 시스템의 공백을 중심에 둬야 한다.
이번 청주 영화관 사건은 한 개인의 비정상적 범행을 넘어, 여성들이 일상 공간에서조차 안전을 의심해야 하는 현실을 다시 드러냈다. 수사기관은 촬영물 유포 여부와 추가 피해자 존재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지자체와 민간 시설 운영자는 “적발되면 처벌한다”는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범행이 시도되기 어려운 공간 구조와 관리체계를 만드는 데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