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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이슈기획] 당선만 되면 끝…충북 선거사범 123명 적발, 선거법 위반 엄정 처벌 필요

흑색선전·금품수수·공무원 선거관여 집중 적발…‘민의 왜곡’ 막을 제도 보완 시급
고의적 선거범죄는 단순 일탈 아닌 민주주의 침해…당선무효·공직 제한 강화 논의 필요

 

데일리연합(SNSJTV)장우혁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된 가운데 충북지역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선거사범 123명이 적발되면서 선거 이후 사법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훼손한 의혹에 대한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된 셈이다.

 

충북경찰청은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23명, 80건을 적발했으며 이 가운데 6명을 불구속 송치하고 나머지 117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는 당선인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 결과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역 정치권의 후폭풍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유형별로는 흑색선전이 37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품수수 17명, 공무원 선거 관여 11명, 인쇄물 배부 6명, 선거폭력과 현수막 훼손 각각 5명, 사전선거운동 4명, 투표지 촬영 등 기타 3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흑색선전, 금품수수, 공무원 선거관여 등 이른바 3대 선거범죄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선거범죄는 일반 형사범죄와 성격이 다르다. 단순히 특정 후보나 정당의 이해관계를 침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권자의 판단 구조 자체를 왜곡한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상대 후보를 공격하거나, 금품 제공으로 표심을 흔들거나, 공무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면 이는 선거 결과의 공정성을 직접 침해하는 행위다. 민주주의는 ‘투표’라는 절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유권자가 왜곡되지 않은 정보와 부당한 압력 없는 환경에서 선택할 수 있어야 선거의 정당성이 성립한다.

 

공직선거법은 이미 허위사실공표, 기부행위 제한 위반, 매수 및 이해유도, 공무원 선거관여 등 주요 선거범죄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당선인이 선거범죄로 일정 수준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무효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법 조항의 존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선거현장에서는 여전히 “일단 이기고 보자”, “문제가 되더라도 나중에 다투면 된다”는 식의 계산이 반복된다. 이 같은 정치적 셈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선거법 위반은 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고의성이 뚜렷한 선거범죄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수나 절차 미숙에 따른 경미한 위반과, 조직적·반복적·계획적으로 이뤄진 위반은 구분돼야 한다. 후보자 본인이나 핵심 캠프가 허위자료를 생산·배포하거나, 금품 제공을 기획하거나, 공적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단순 행정착오가 아니라 선거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정책적으로는 세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고의적 허위사실공표와 조직적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신속한 디지털 증거보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 공간의 선거범죄는 확산 속도가 빠르고 삭제도 쉽다. 수사기관과 선거관리기관이 위법 게시물, 단체 대화방, 문자 발송 기록, 광고 집행 내역 등을 신속히 보전할 수 있는 절차를 정교화해야 한다.

 

둘째, 금품수수와 기부행위 위반에 대해서는 제공자뿐 아니라 기획·지시·묵인한 책임자까지 추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선거판에서 금품 제공은 대개 단독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자금 출처, 전달 경로, 수혜 대상, 캠프 내 보고 체계가 함께 움직인다. 말단 전달자만 처벌하고 지시선이 빠져나간다면 금권선거의 뿌리는 남는다.

 

셋째, 당선인의 고의적 선거범죄가 확인될 경우 공직 유지의 문턱을 더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선거범죄로 얻은 이익이 당선이라는 결과로 남고, 처벌은 벌금이나 지연된 재판으로 끝난다면 법의 예방 효과는 약해진다. 당선무효 제도는 유권자의 선택을 부정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불법으로 왜곡된 선택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물론 모든 피의자는 확정판결 전까지 무죄로 추정돼야 한다. 선거사범 적발 숫자만으로 범죄가 확정된 것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무죄추정 원칙이 수사의 지연이나 정치적 면책의 근거가 돼서도 안 된다. 선거범죄는 공소시효가 짧고, 증거가 빠르게 사라지며, 당선 이후에는 지역 권력 구조와 결합해 수사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선거범죄 수사는 신속성과 엄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충북경찰은 공소시효 만료 전까지 집중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숫자가 아니라 실체다. 단순 적발 통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선거질서를 훼손했는지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특히 당선인이 관련된 사건은 지역행정의 정당성과 직결되는 만큼 더 높은 투명성이 요구된다.

 

이번 충북 선거사범 수사는 한 지역의 사건을 넘어 지방선거 제도 전반에 던지는 경고다. 지방권력은 주민의 생활과 가장 가까운 권력이다. 그 권력이 허위정보, 금품, 공무원 조직 동원으로 만들어졌다면 피해는 유권자 전체에게 돌아간다. 선거법 위반을 정치적 관행이나 선거판의 부수적 잡음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공정한 경쟁이다. 후보자는 정책과 역량으로 평가받아야 하고, 유권자는 왜곡되지 않은 정보 속에서 선택해야 한다. 고의적 선거법 위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 선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방어선이다. 당선보다 중요한 것은 정당성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법의 심판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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