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EU 공시기준 확산과 한국 기업의 '전환계획' EFRAG 보고서출처: 데일리연합AI생성
데일리연합 (SNSJTV) 이권희 기자 |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이 발표한 ‘2026 State of Play’ 보고서는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적용 대상 중 재무연도 2025 지속가능성 보고서 905건(제3자 보증 대상)을 분석해, 약 69%가 기후 전환계획(climate transition plan)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또한 분석 대상 기업의 절반 이상이 1.5℃ 경로와 정렬된 탈탄소 목표를 제시했고, 평균적으로 기업들은 자신들이 물질적이라고 판단한 주제 중 대략 절반에 대해서만 구체적 목표를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EFRAG는 ESRS(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를 바탕으로 18개 질문 범위에서 보고서를 평가했으며, ESRS는 2025년 옴니버스(Omnibus) 절차를 통해 일부 개정된 바 있다.
보고서는 물질성(materiality) 식별과 실제 행동의 연계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기업들이 평균 6.4개의 ESRS 주제를 물질적이라고 규정했고, 같은 표본으로 보면 FY2024의 6.3에서 FY2025에 6.6으로 소폭 증가했다.
주제별로는 E1(기후변화)과 S1(자체 근로자)이 각각 99%로 최빈도로 물질성을 인정받았고, G1(업무윤리·경영행태)도 95%로 높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약 2/3의 기업이 지속가능성 성과를 임원 인센티브와 연계했다 고 보고된 부분으로, 공시가 단순 정보공개를 넘어 보상·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유럽의 공시·검증 강화는 역내 기업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CSRD·ESRS는 EU 시장에 진출하거나 EU 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된 해외 기업들까지 사실상 영향을 미치는 규범이 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직접 CSRD 적용 대상(예: EU에 상장 또는 현지 대형법인 보유)뿐 아니라 다
계층 공급망을 통해 요구되는 데이터 제출과 전환계획의 연계·검증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동차·조선·철강·화학·전자 등 대규모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주력 수출업종이 우선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한 친환경 마케팅을 넘어선 책임경영 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 EFRAG 보고서가 드러낸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후 전환계획과 1.5℃ 정렬 목표를 내놓은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물질적으로 식별된 주제 전반에 걸친 목표 설정과 실행계획은 아직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다 른 하나는 제3자 보증이 확산되며 공시의 신뢰성(verification)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GHG(온실가스) 배출 데이터 관리, Scope별 계측·추적 시스템, 외부 보증·감사 준비 등 실무적 비용과 역량 투입을 요구한다.
금융시장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지속가능성 성과의 보상 연계는 기업 지배구조·임원 보수 체계 변화를 촉발한다. 동시에 투자자들은 전환계획의 존재 여부와 1.5℃ 정렬 가능성을 리스크·기회 판단의 핵심 변수로 삼고 있어 자본비용 차별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자산운용사·연기금·외국계 투자자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정보에 더욱 의존하게 되면, 공시 수준이 낮은 기업은 자본 접근성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정책적 함의도 분명하다. EU 기준의 국제적 확산은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 한국거래소 등 시장 인프라 제공자에게 표준 정합성, 상호인정(equivalence) 논의, 기업지원책 마련을 촉구한다. 특히 중소·중견 공급업체에 대한 기술·데이터 구축 지원, 보증(assurance) 역량 확충을 위한 회계·검증업계 육성,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금융 인센티브 설계 등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과도한 규제비용이 산업경쟁력에 미칠 부작용을 관리하는 정책적 균형도 요구된다.
기업 차원에서 실행 가능한 우선 과제는 명확하다. EU 고객·공급망 노출을 정밀하게 매핑한 뒤 ESRS 수준의 물질성 평가를 수행하고, 우선순위 주제에 대해 1.5℃ 정렬 여부를 포함한 정량적·정성적 전환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내부 데이터체계(특히 Scope 1·2·3 데이터) 정비, 외부 보증을 위한 문서화·내부통제 보강, 임원 성과지표와의 연계를 통한 실행 동력 확보, 그리고 공급망 파트너에 대한 기술·자금 지원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 대응 방안이다.
EFRAG의 보고서는 EU 공시체계가 단순한 보고의무를 넘어 기업의 전략·경영·거래관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과 정책기관은 이 변화를 'ESG 홍보'의 범주로 끝내지 말고, 공급망 적응력·자본 접근성·에너지 전환 실행능력을 강화하는 구조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산업별 민관협의체와 금융·검증 시장의 역량 결집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