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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모로코-세우타 국경 붕괴가 드러낸 유럽의 딜레마…통제 강화와 난민 보호 충돌

스페인 국경 위기, EU 이민정책 균열로 번졌다

 

데일리연합 (SNSJTV) 송은하 기자 | 스페인의 북아프리카 자치도시 세우타에서 발생한 대규모 이주민 유입 사태가 유럽연합의 국경 관리와 난민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위기로 확산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틀 동안 모로코에서 세우타로 들어온 이주민을 약 7만2천 명으로 추산했다. 인구 약 8만5천 명인 세우타의 평상시 수용 능력을 사실상 무력화한 규모다.

 

페르난도 그란데마를라스카 스페인 내무장관은 4일 유럽연합 내무장관 긴급회의에서 이 가운데 약 7만 명이 모로코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세우타에 남은 약 2천 명은 체류 자격과 난민 신청 가능성에 대한 심사를 받고 있다.

 

사망자 집계는 계속 변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유럽연합에 보고한 사망자는 최소 75명이다. AP통신은 스페인과 모로코 당국을 인용해 80명 이상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상당수는 해안과 방파제를 넘는 과정에서 익사하거나 밀집된 인파에 깔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의 정확한 인명 피해와 국경 통과 인원은 추가 조사에 따라 다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세우타 집단 월경을 스페인의 영토 보전에 대한 침해로 규정했다. 스페인 정부는 경찰과 군 병력을 증원하고 임시 접수센터를 설치했다. 무단 입국자의 신원과 체류 자격을 심사한 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의 송환 절차를 신속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세우타 타라할 해안에는 길이 500m 규모의 '해상 장벽'도 설치됐다. 공기 주입식 구조물과 해군용 부표를 연결해 국경선을 명확하게 표시하고, 이주민이 해상으로 우회하는 것을 차단하는 시설이다. 해상 장벽 사이에는 스페인 민방위대 경비정이 순찰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집단 유입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밀입국 조직의 허위정보를 지목했다. 스페인 대법원이 물리적 국경 시설이 없는 해상에서 붙잡힌 이주민을 즉각 돌려보내는 이른바 현장 송환을 제한하자, 밀입국 조직이 이를 추방 면제로 왜곡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퍼뜨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만 명이 짧은 시간에 국경으로 이동한 사실을 단순한 소문과 밀입국 조직의 선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페인 국방부는 모로코 당국이 대규모 이동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로코 정부는 집단 월경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국경 통제 실패의 원인은 스페인 법원 판결과 온라인 허위정보에 있으며, 모로코는 이주민 귀환 과정에서 스페인과 협력했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모로코의 책임을 단정하지 않고 스페인 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모로코가 이주민을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했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5월에도 약 1만 명이 이틀 동안 세우타로 들어왔다. 당시 모로코가 서사하라 독립운동 지도자의 스페인 입국에 반발해 국경 통제를 느슨하게 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유럽연합은 북아프리카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불법 이주를 억제해 왔다. 그러나 출발국과 경유국이 국경 통제를 완화하면 유럽의 외부 경계가 즉각 흔들릴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도 동시에 드러났다. 이주 문제와 외교·경제적 이해관계가 결합하면서 국경 통제가 정치적 협상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22개국은 공동 대응을 요구했다. 4일 열린 긴급 내무장관회의에서는 밀입국 조직 수사, 정보 공유, 온라인 감시, 외부 국경 보호, 불법체류자 송환 확대 등이 논의됐다. 이탈리아와 덴마크는 유럽연합 밖의 안전한 제3국에 난민심사·송환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탈리아는 스페인과의 항공·해상 이동에 한 달 동안 국경 검사를 재도입했다. 다만 세우타는 솅겐 자유이동 체계에서 특수 지위를 적용받는다. 세우타에서 스페인 본토나 다른 유럽연합 국가로 이동하려면 별도의 여권과 신원 검사를 거쳐야 한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사태로 유럽 역내 2차 이동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의 이민 정책을 둘러싼 유럽 내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산체스 정부는 노동력 부족과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불법체류자의 체류 자격을 '합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번 세우타 사태와 합법화 정책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대규모 합법화가 유럽 밖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세우타에 도착한 사람 중에는 여성과 어린이,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가 포함됐다. 다수는 임시 숙소를 확보하지 못해 해변과 공원에서 생활했다. 

 

이번 세우타 사태는 단순한 스페인 국경 위기를 넘어 유럽 이민정책의 세 가지 취약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북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국경 통제 의존, 온라인 허위정보에 대응하지 못한 정보 실패, 국경 보호와 난민 심사를 둘러싼 회원국 간 정책 불일치다.

 

향후 관건은 모로코 당국의 사전 인지 여부와 밀입국 조직의 온라인 선동 경로를 규명하는 일이다. 유럽연합이 국경 통제 강화에만 집중할지, 합법적인 이주 통로와 난민 보호 장치를 함께 정비할지도 주목된다.

 

강경 송환과 해상 장벽만으로는 빈곤과 분쟁, 실업이 만든 이동 압력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세우타 위기는 장기적인 유럽 공동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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