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박해리 기자 | 국가유산청이 국가유산의 세계화와 재난 대응, 지역경제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 2026년 하반기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국가유산청은 ‘국민과 함께 지키고, 미래와 세계로 나아가는 국가유산’을 비전으로 한 ‘2026년 하반기 핵심 추진과제’를 5일 발표했다.
하반기 정책은 국가유산으로 만드는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 365일 빈틈없는 국가유산 안전망 구축, 국민 일상과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의 국가유산 등 3대 역점과제로 구성됐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7월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성과를 국제 문화유산 정책의 주도권으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9일 폐막한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는 162개국에서 3천140명이 참석했다. 코모로 대통령이 방한해 국가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유산위원회에 직접 참석하는 기록도 세웠다.
위원회에서는 기후위기와 분쟁, 재난 등 세계유산을 둘러싼 복합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 선언’이 채택됐다. 여수·고흥·무안·서산 갯벌은 생물다양성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2단계 대상지로 확대 등재됐다.
행사 기간 운영된 대한민국관에는 10일 동안 13만7천여 명이 방문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를 K-헤리티지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인 문화외교 성과로 평가했다.
국가유산청은 부산 선언의 비전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2027년 ‘부산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일회성 국제행사에 그치지 않고 부산을 세계유산 정책과 국제협력 논의가 이어지는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유네스코 유산 등재도 확대한다. 오는 11월에는 ‘단원고 4·16 아카이브’와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등재를 추진한다.
12월에는 ‘한지 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나선다. 기록유산과 생활문화, 전통기술까지 세계유산 정책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문화유산 보존·복원 기술을 활용한 국제개발협력도 강화한다. 국가유산청은 이집트 라메세움 신전과 가나 고성 등 8개국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보존·관리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추진한다.
튀르키예 퀼테페 유적과 베트남·몽골 수중유산에 대한 다국적 공동 발굴조사도 진행한다. 국내 보존 기술과 조사 역량을 해외 현장에 적용해 국제 문화유산 협력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정책이다.
국외에 있는 우리 역사 관련 사적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조사·관리 계획을 수립한다.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거나 보존 여건이 취약한 해외 사적지의 실태를 파악하고 중장기 관리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환수 문화유산인 ‘안중근 의사 유묵’은 8월 중 언론 공개회를 통해 처음 공개한다. 환수에 그치지 않고 국민이 해당 유산의 역사적 가치와 귀환 과정까지 공유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기후위기와 대형 재난에 대응하는 국가유산 안전망도 강화한다.
국가유산청은 대형 산불로부터 목조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안동 봉정사 등 주요 사찰 5곳 주변에 산불 대응용 대형 자동 물뿌리개를 2027년 시범 설치할 계획이다.
국가유산 주변 수목을 정비해 산불의 직접 확산을 차단하는 완충지대 조성 방안도 마련한다. 산불 발생 이후 복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불길이 국가유산에 도달하기 전 확산을 억제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오는 9월부터는 국보와 보물 등 중요문화유산 180건, 폐쇄회로 텔레비전 358개 채널에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감지체계를 도입한다.
기존 영상 감시가 관리자의 육안 확인에 의존했다면 새 체계는 화재와 침입, 이상행동 등 위험 징후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신속하게 알리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 효과를 높이려면 오탐지 최소화와 현장 대응기관 간 실시간 연계가 병행돼야 한다.
특별재난지역에서 국가유산 피해가 발생하면 최대 2천만 원을 즉시 지원하는 ‘긴급보호조치’ 제도도 운영한다. 초기 응급조치가 늦어지면서 피해가 커지는 문제를 막고 본격적인 복구 전 추가 훼손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다.
국가유산을 '휴식과 체류, 지역관광'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정책도 확대한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의 고즈넉한 환경에서 휴식과 사색을 경험할 수 있도록 ‘쉼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2027년부터 현충사 등 주요 사적지 5곳의 녹지 공간을 시범 개방하고 장소별 특성을 반영한 사색 코스를 조성한다.
지역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K-헤리티지 스테이’도 추진한다. 국가유산과 인접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숙박과 해설, 음식, 체험 프로그램으로 연결해 당일 방문 중심의 관광을 1박 2일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서울에 집중된 국가유산 관광 수요를 지역으로 분산하고 숙박·음식·교통 등 지역경제의 소비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운영 대상과 민간 참여 방식이 주요 관전 요소가 될 전망이다.
오는 10월부터 11월까지는 국립고궁박물관 야외 은행나무 공간을 실제 예식 장소로 개방하는 ‘문화유산 속 결혼식’을 운영한다. 국가유산을 관람 대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국민의 생애 중요한 순간을 함께하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규제 합리화도 계속 추진한다.
국가유산청은 대규모 개발사업의 지연을 줄이기 위해 국가유산 영향진단과 발굴현장 합동지원단을 운영해왔다. 국가유산 관련 규제 허가 수요는 2025년 전년 대비 22% 감소했고, 2026년 상반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1건, 13% 추가 감소했다.
세계유산 주변의 보존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도록 세계유산영향평가 제도를 고도화한다. 발굴현장 합동지원단 등 규제 허가 신속 처리제도 적극 운영해 대규모 국책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방침이다.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위제한구역과 허용기준을 설정할 수 있게 된 만큼 지역 주도 관리도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규제 완화가 국가유산의 보존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객관적인 영향평가와 사후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궁궐과 왕릉 관람료 현실화도 추진한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년 동안 동결된 궁능 관람료를 조정하기 위해 국민 공개토론회를 열고 오는 11월 새로운 관람료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변경된 요금은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관람료 인상으로 확보한 재원은 궁능 보존·관리와 관람 서비스 개선에 활용한다. 요금 현실화의 필요성뿐 아니라 국민의 문화향유권과 외국인 관람객 요금체계, 취약계층 감면 범위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전체 궁능 관람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했다. 외국인 관람객은 29% 늘어 고궁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K-컬처 자원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국제적인 관심과 참여 속에 마무리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국가유산의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가유산 향유 프로그램과 규제혁신을 추진하는 적극행정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하반기 정책의 핵심은 국가유산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외교와 안전, 관광,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국가 기반 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정책의 성패는 국제행사의 성과를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로 전환하고, 인공지능 안전관리와 체류형 관광 같은 신규 사업을 실제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에 달릴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