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송동섭 기자 | 경기도교육청이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행정 장벽을 허물고 학교 공간을 지역사회의 교육·복지 인프라로 활용하는 ‘벽 깨기’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8일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교가 유휴 부지와 공간을 제공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시설을 조성·운영하는 협력 모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벽 깨기’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로 분리돼 있던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경계를 낮춰 학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생활·교육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 교육감은 취임 이후 ‘폰 프리 스쿨(Phone-Free School)’, 라스(RAS·Reading, Arts, Sports), 벽 깨기를 경기교육의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해 왔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에도 도내 교육지원청과 31개 시·군이 참여하는 권역별 협력을 통해 지역 맞춤형 ‘벽 깨기’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 사업으로는 학교 안에 수영장을 포함한 복합체육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체육·생존수영 교육 공간으로 이용하고 방과 후에는 주민들에게 생활체육과 문화공간으로 개방하는 방식이다.
학교복합시설은 이미 경기지역에서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026년 하반기 학교복합시설 공모에서 수원·포천·하남·화성 등 4개 지역 사업을 선정했다. 총사업비는 1천330억원 규모다. 수영장과 돌봄시설, 청소년시설, 기후변화체험관 등이 학교와 지역 특성에 맞춰 들어선다. 도교육청은 학교복합시설 100개 조성을 목표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안 교육감은 이날 학교 부지를 활용하고 지자체가 시설 건립에 참여하면 경기지역에 수영장 100개를 추가로 조성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구상을 내놨다.
사업의 핵심은 재원 분담이다. 수영장을 갖춘 복합체육시설의 경우 100억원대의 사업비가 필요한 만큼 교육청 단독 재원으로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학교가 공간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재정과 운영 역량을 결합하면 교육시설 투자 부담을 분산하면서 지역 생활SOC 확충 효과도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도교육청은 시·군의 교육 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수원시의 학교 유휴공간 활용 사업인 ‘청개구리 연못’과 파주시의 학생 등하교 지원버스 ‘파프리카’처럼 지역 여건에 맞는 교육협력 사업을 발굴해 다른 시·군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재원 확보는 정책 확산의 핵심 변수다. 경기도는 지난달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하고 약 7천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 추진 방침을 밝혔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채 발행액은 9천430억원으로 발행 한도의 99.6%에 달했다. 각종 기금에서 일반회계 등으로 전입해 사용한 재원도 5천588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단기간에 경기도 차원의 대규모 재정 지원을 확보하기보다 개별 시·군과 교육청이 사업별 협력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안 교육감도 예산 투입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부터 협력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 시설 개방에 따른 안전관리와 책임 문제도 풀어야 한다. 학교 공간을 주민에게 개방할 경우 시설관리와 안전사고 대응, 외부인 출입관리 등의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관련 책임과 행정 부담이 학교장과 교직원에게 집중될 경우 일선 학교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벽 깨기’가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정착하려면 시설 확충뿐 아니라 운영 인력과 안전관리 체계, 사고 발생 시 책임 범위, 운영비 분담 등에 대한 교육청과 지자체 간 역할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안 교육감은 학교 개방에 대한 우려를 넘어 학생들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 교육공동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교육청은 9일 오산 원동초등학교에서 도내 29개 시·군과 ‘벽 깨기’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협력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어 10월에는 종교계, 11월에는 대학·기업과 협약을 추진해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교육협력 모델을 넓혀갈 방침이다.
결국 ‘벽 깨기’ 정책의 성패는 닫혀 있던 학교 공간을 개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청과 지자체가 예산과 인력, 관리 책임까지 얼마나 실질적으로 분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학교가 학생만을 위한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의 교육·문화·체육 거점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