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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비평

“노인 피해 막자는데 부서·기관 간 협조도 없나”…구로구청 ‘칸막이 행정’ 논란

특설판매장 피해 우려에도 현장 대응은 ‘하세월’
시민단체 “법과 권한 따지는 사이 업체 사라지면 피해 회복 어려워”
구청 측 “시민단체는 행정기관 아냐”…점검 일정 공유에도 선 그어
“서울시·25개 자치구 공동 검토” 답변에 “책임 미루기” 비판

 

데일리연합 (SNSJTV) 조성윤 기자 | 고령 소비자를 노린 특설판매장과 홍보관의 불법·부당 영업 의심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 구로구청이 부서와 기관 간 협조를 이유로 즉각적인 현장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피해 예방보다 담당 업무와 법적 권한을 따지는 ‘칸막이 행정’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노년소비자보호연대는 8일 구로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령 소비자 피해는 한 부서가 서류만 검토해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구청 관련 부서와 서울시, 각 자치구가 피해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합동 현장점검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연대는 구청 공무원들이 “우리 부서 업무가 아니다”, “다른 기관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점검 일정을 시민단체에 알려줄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는 사이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관 영업은 방문판매 관리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소비자 보호와 노인복지, 보건·위생, 금융 할부 피해, 건강식품·의료기기 과대광고 등 여러 행정 분야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구청 내부 부서 간 협업은 물론 서울시와 인접 자치구, 경찰 등 관계기관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5개 자치구가 함께 검토”…관할 구청 현장 확인은 누가 하나

 

연대가 공개한 담당자 면담 내용에 따르면 구로구청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함께 검토해 움직일 문제”라며 구로구만의 답변을 요구하지 말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대는 이를 두고 “공동 검토가 개별 자치구의 현장 대응을 늦추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문제가 제기된 영업장이 구로구 관내에 있다면 관할 구청이 우선 현장을 확인하고, 위법 의심 정황이 발견될 경우 관련 부서와 서울시, 경찰 등 관계기관에 즉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대 관계자는 “25개 자치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면 구로구가 먼저 서울시에 공동점검을 요청하고 다른 자치구에 피해 사례를 전파해야 한다”며 “협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현장에 나가지 않는다면 협업이 아니라 책임 미루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설판매장은 영업장을 옮기거나 갑자기 문을 닫으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조차 어렵다”며 “공무원들이 공문을 주고받고 담당 업무를 따지는 사이 업체가 사라지면 피해자는 돈도 물건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자료·경험 제공하겠다”…구청은 일정 공유에 선 그어

 

연대는 시민단체가 공무원의 단속권을 대신 행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구청이 현장점검에 나설 경우 관련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현장 경험이 있는 단체 관계자가 동행해 영업 방식과 피해 유형, 과대광고 의심 정황 등을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송희준 대한노년소비자보호연대 서울지부장은 구청 담당자와의 면담에서 “현장점검 날짜가 정해지면 연락해 달라”며 “공무원의 단속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막는 데 필요한 자료와 현장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구청 측은 “시민단체는 행정기관이 아니다”, “점검 날짜를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대는 이 같은 태도가 행정의 독립성을 앞세워 민간의 협조 가능성까지 차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대 관계자는 “구청은 법적 권한이 있지만 모든 영업 현장을 상시 감시하기 어렵고, 시민단체는 단속권은 없지만 피해자들과 접촉하며 구체적인 사례와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며 “서로 가진 정보와 권한을 결합해야 피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98만 원 물품 못 받고 업체는 사라져…“사후 조사로는 늦어”

 

연대에 따르면 최근 다른 지역에서는 한 고령 소비자가 금융회사를 통한 할부 방식으로 여러 상품을 구매했지만 98만 원 상당의 물품을 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이후 판매업자와 연락이 끊기고 영업장까지 사라지면서 피해 구제가 어려워졌다는 게 연대 측 설명이다.

 

다만 이 사례의 계약 과정과 실제 피해 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관계기관의 조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연대는 이처럼 이동성이 강한 특설판매장의 특성상 피해 신고가 접수된 뒤에야 조사에 착수하면 이미 업체가 철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피해 발생 후 민원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정보 수집과 신속한 현장점검 중심의 예방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대는 구청 경제·소비자 담당 부서가 중심이 돼 노인복지와 보건·위생 관련 부서, 동주민센터가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할 경우 서울시와 경찰 등이 참여하는 합동점검 체계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동주민센터와 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고령 주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 현장에 있는 만큼 피해 의심 사례를 조기에 발견해 구청 담당 부서로 전달할 수 있는 신고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부서에서 못 하면 즉시 관련 부서 소집하는 게 적극행정”

 

연대는 고령 소비자 피해를 단순한 방문판매 민원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상품대금 피해뿐 아니라 고금리 할부계약, 건강식품과 의료기기 과대광고, 가족 갈등, 노후생활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복합적인 사회문제라는 것이다.

 

 

연대 관계자는 “공무원이 각자 담당 법령과 권한만 되풀이해서는 빠르게 변하는 판매 수법을 따라갈 수 없다”며 “한 부서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관련 부서를 즉시 소집하고, 한 자치구만으로 어렵다면 서울시에 공동 대응을 요청하는 것이 적극행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조할 권한이 없다는 말보다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 찾는 것이 행정의 책임”이라며 “부서와 기관의 칸막이 뒤에 숨는 순간 피해는 고스란히 노인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연대는 구로구청에 △고령층 대상 특설판매장 긴급 현장점검 △구청 관련 부서 합동대응반 구성 △서울시·25개 자치구 간 피해정보 공유 △동주민센터 연계 신고체계 마련 △소비자단체와의 정기 협의 및 현장 협력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연대 관계자는 “피해자가 생긴 뒤 민원을 접수하는 행정으로는 늦다”며 “구로구청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내부 부서와 관계기관, 시민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예방행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로구청의 현장점검 실시 여부와 시민단체 협업 방침, 서울시·관계기관과의 공동 대응 계획 등에 대해서는 구청의 구체적인 공식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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