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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 “이란전 안 도운 국가 배상해야”…호르무즈 통항 비용 ‘청구서’ 꺼냈다

한국·일본 등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 겨냥 가능성
한미동맹·대이란 외교 사이 전략적 부담 커져

 

데일리연합 (SNSJTV) 송동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종료 이후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협력하지 않은 국가들에 비용 부담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군사적·재정적 부담을 지고 있는 만큼 수혜국들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가 흐르고 있다”며 미국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국가들은 전쟁이 끝난 뒤 미국에 배상해야 하며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보다 다른 국가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게시물에서 한국이나 일본 등 특정 국가를 직접 지목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발언을 곧바로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비용 청구 방침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배상의 범위와 산정 방식, 법적 근거, 대상 국가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발언의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의 군사적 부담과 동맹국에 대한 역할 분담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요충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하루 평균 약 2천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이 해협을 통과했다.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의 약 25%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약 80%가 아시아로 향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에서도 중요성이 크다. IEA에 따르면 카타르 LNG 수출의 약 93%, 아랍에미리트(UAE) LNG 수출의 약 96%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쳤다. 두 국가의 물량은 세계 LNG 교역량의 약 19%에 해당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서도 아시아의 높은 의존도가 확인된다. 2025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콘덴세이트 가운데 89%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다.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 등 4개국이 전체 물량의 74%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의 호르무즈 경유 페르시아만산 원유 수입은 하루 약 40만 배럴로 미국 전체 석유제품 소비의 약 2% 수준이었다.

 

이 같은 구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보다 다른 국가들을 위해 더 많이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으로 에너지 수송로가 안정될 경우 직접적인 공급망 효과가 아시아 주요 수입국에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에너지 가격은 국제시장에서 형성되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는 이번 발언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향후 한미 간 방위·안보 비용 분담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주요 관전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위한 군사적 기여를 요구해왔다. 지난 8월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도록 지시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작전에 협력하지 않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AP통신 등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이란전 비협조를 연합훈련 축소 결정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외교부와 국방부 관계자로 구성된 현지 점검단을 아랍에미리트에 파견해 군사기지와 항만, 작전·군수 여건 등을 확인했다. 정부는 현지 점검이 파병 결정을 의미하지 않으며 안보 상황과 안전 여건을 평가하기 위한 절차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이란 외교도 병행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Seyyed Abbas Araghchi)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모든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이 보장돼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국제사회의 자유 통항 노력에도 지속적으로 동참해왔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의 선택지는 복잡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직접 연결돼 있지만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문제는 대이란 관계와 중동 지역의 재외국민 보호, 파병의 법적 절차와 군사적 위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배상'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될지 여부가 핵심이다. 현재 공개된 발언만으로는 국제적 비용 분담 체계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미국 주도의 해상안보 작전 참여국과 비참여국을 구분해 비용을 요구하겠다는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법적·외교적 청구 체계 역시 제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비용 분담안을 공식화한다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에는 새로운 외교·안보 변수가 될 수 있다. 호르무즈 문제의 성격이 기존의 ‘파병 여부’에서 ‘군사적 기여 또는 재정적 기여’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군사적 참여 여부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이라는 에너지 안보 이익과 한미동맹, 대이란 관계, 국제법과 국내 파병 절차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방어를 동맹국과 주요 에너지 수입국의 공동 부담 문제로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방식으로 비용과 역할 분담을 구체화하는지가 한국 외교·안보 정책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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