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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로레알 프랑스 시총 1위, LVMH 주가 올해 35% 이상 하락...중국 소비 둔화에 ‘명품 피로감’까지

글로벌 소비 '양극화'
‘초고가 명품’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프리미엄 소비’로 이동

 

데일리연합 (SNSJTV) 박해리 기자 |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L'Oréal)이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파리증권거래소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소비시장을 지배했던 ‘명품 불패’ 공식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15일 (현지시간) 종가 기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에 따르면, 로레알의 시가총액은 약 2030억유로 수준으로 올라 LVMH의 약 2010억~2020억유로를 앞섰다. 파리증시에서 명품 기업이 아닌 상장사가 종가 기준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로레알 주가가 약 5% 상승한 것과 달리 LVMH 주가는 35% 이상 하락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지 LVMH 패션·가죽제품 사업부 핵심 브랜드인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실적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시가총액 하락은 루이비통을 포함해 디올(Dior), 티파니앤코(Tiffany & Co.), 불가리(Bvlgari), 헤네시(Hennessy), 세포라(Sephora) 등을 거느린 LVMH 그룹 전체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낮아진 결과다.

 

영국 경제전문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6일 LVMH 시가총액이 2023년 고점에서 절반 이상 감소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LVMH는 코로나19 이후 폭발한 명품 소비를 기반으로 2023년 유럽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가치 5000억달러를 돌파한 기업이었지만, 불과 3년여 만에 시장의 평가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다만 LVMH가 지난 7월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386억4400만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보고 기준 3% 감소했지만 환율과 사업구조 변화를 제외한 유기적 성장률은 2%를 기록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유기적 매출 성장률은 3%로 높아졌다. 영업이익은 86억9100만유로로 4%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2.5%를 유지했다.

 

그룹의 핵심 수익원인 패션·가죽제품 부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81억4600만유로로 전년 동기 191억1500만유로보다 5% 감소했다. 유기적 기준으로도 1%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66억3600만유로에서 61억9500만유로로 7% 줄었다. 다만 2분기 유기적 매출은 1% 증가해 일부 회복 신호도 나타났다. LVMH는 베이징과 서울의 루이비통 신규 플래그십 매장이 좋은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당장의 적자나 매출 붕괴보다는 향후 성장성이다. 지난 수년간 LVMH를 비롯한 글로벌 명품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빠르게 올리는 전략을 사용했다. 브랜드 희소성과 높은 가격을 결합해 매출과 마진을 동시에 확대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가격 인상은 동시에 ‘접근 가능한 명품’ 시장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로이터는 지속적인 가격 인상과 경기 둔화 속에서 약 6000만명의 소비자가 명품시장에서 이탈한 것으로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2019년 이후 일부 명품 브랜드의 가격이 50~70% 상승하면서 중산층과 이른바 ‘열망 소비자'의 구매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전했다.

 

중국은 LVMH가 직면한 또 다른 구조적 변수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글로벌 명품산업 성장의 핵심 엔진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소비자의 고가 상품 구매 여력이 약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8월 지표에서도 소비 회복은 제한적이었다.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2% 증가했지만 소매판매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올해 1~8월 부동산 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19.9% 감소했다. 명품업체 입장에서는 중국의 제조업 회복보다 가계의 소비심리와 자산가격 회복이 더욱 중요한 변수다.

 

중동 정세도 부담이다. LVMH는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중동 분쟁이 영업환경에 영향을 미쳤다고 직접 밝혔다. 회사는 중동 분쟁 영향을 제외하면 2분기 그룹 유기적 성장률이 4%였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불안과 여행·관광 소비 변화가 글로벌 명품 수요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로레알의 실적은 소비시장의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로레알의 2026년 상반기 매출은 237억7600만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보고 기준 5.8%, 비교 가능한 기준으로는 6.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0억6300만유로로 6.8%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21.3%로 상승했다. 전자상거래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했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 구조다. 로레알은 대중 화장품부터 프리미엄 화장품, 향수, 피부과학 화장품까지 가격대를 폭넓게 갖추고 있다. 상반기 전문제품 사업의 조정 비교매출은 11.6%, 피부과학 화장품은 10.6%, 럭셔리 사업은 5.1%, 일반 소비자 제품은 4.3% 증가했다. 특정 소비계층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가 경기 불확실성 국면에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레알은 북아시아 지역 상반기 조정 비교매출이 4.6% 증가했으며 중국에서 시장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고 밝혔다. 럭셔리 화장품과 피부과학 화장품, 전문 헤어제품 등이 성장 동력이 됐다.

 

여기에서 이른바 ‘립스틱 효과'가 등장한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자가 수천유로짜리 가방이나 의류 대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화장품과 향수 등에서 만족을 찾는 소비현상을 말한다.

 

고가 명품 구매가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립스틱과 같이 부담이 적은 화장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인플레이션과 세금 부담, 인공지능(AI)에 따른 고용 불안 등도 고가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결국 로레알과 LVMH의 시가총액 역전은 ‘화장품 대 명품’의 단순한 승패보다 글로벌 소비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사건에 가깝다. 최상위 부유층은 여전히 초고가 제품을 구매하지만 중산층 및 상위 중산층 소비자가 명품시장에서 이탈하면서 그동안 글로벌 명품산업의 외형 성장을 담당했던 소비층이 얇아지고 있다.

 

이 구조에서는 희소성이 극도로 높은 최상위 브랜드와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제품이 동시에 강해질 수 있다. 반면 중산층 소비자까지 대상으로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며 외형을 확장했던 브랜드는 더 어려운 전략적 선택에 직면한다. 가격을 낮추면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고 가격을 유지하면 고객층이 더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LVMH는 올해 상반기 패션·가죽제품의 매출이 1% 감소한 반면, 시계·주얼리는 9%, 선택적 유통은 5%, 와인·주류는 5% 성장했다. 특히 2분기 시계·주얼리 부문의 유기적 성장률은 11%에 달했다. 티파니와 불가리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이는 명품산업 내부의 소비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실제로 그룹은 상반기 순이익 56억9700만유로를 기록했고 영업현금흐름도 41억유로에 달했다. 재무적 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한편 포브스는 지난 12일 자료에서 세계 부호 순위에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자산 순위가 상위 10위권 밖으로 내려갔다고 집계했다. 아르노 일가의 순자산은 약 1305억달러, 세계 13위라고 밝혔다. 반면 패션기업 자라(Zara)를 세운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가 유럽 최고 부호 자리를 차지했다.

 

LVMH가 코로나19 이후 누렸던 ‘명품 슈퍼사이클’이 끝났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미국 소비가 회복되고 있고 LVMH의 아시아 매출에도 개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회사 역시 2분기 패션·가죽제품이 유기적 성장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소비 부진과 중산층 명품 소비자의 이탈, 높은 가격에 대한 저항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향후 주요 포인트는 LVMH가 가격을 추가로 올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높아진 가격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있다. 루이비통과 디올 등 핵심 브랜드의 신제품 성과, 중국 소비 회복, 주요 시장의 명품 수요, 패션·가죽제품 사업의 영업이익 회복 여부가 기업가치 반등을 가를 핵심 지표가 된다.

 

파리증시 시가총액 1위가 로레알로 바뀐 것은 상징성이 크다. 이제 세계 소비시장은 ‘비싸도 팔리는 명품’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프리미엄 소비’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LVMH의 위기는 명품산업이 다시 희소성, 제품 가치, 가격의 균형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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