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박해리 기자 |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주변 마트와 정육점의 농축산물 가격을 비교하고 인공지능(AI)에게 가장 저렴한 구매처까지 추천받는 장보기 서비스가 시작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위치 기반 농축산물 가격정보 애플리케이션 ‘알뜰하게 장볼지도’ 시범 출시 기념식을 개최했다.
서비스 대상 지역은 경기 수원시, 강원 원주시, 충북 청주시, 전북 전주시, 경남 창원시 등 5개 도시다.
이번 서비스는 정부가 추진하는 ‘AI 민생 10대 프로젝트’ 가운데 실제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알뜰하게 장볼지도의 핵심은 흩어져 있던 농축산물 가격 정보를 소비자의 실제 구매 행동과 연결했다는 데 있다.
앱을 실행하면 소비자 위치를 기준으로 반경 약 2∼3㎞ 안에 있는 대형마트와 중소형 마트, 정육점 등 판매처의 신선 농축산물 가격과 할인행사 정보를 비교할 수 있다.
단순 가격 검색 기능에 AI 채팅 기능도 결합했다.
소비자가 “오늘 김치찌개를 하려고 한다”는 식으로 자연어로 질문하면 AI가 필요한 식재료를 추출하고 주변 판매점의 가격 정보를 분석해 구매처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특정 요리를 입력하면 레시피에 필요한 농축산물을 찾아낸 뒤 재료를 많이 갖춘 매장과 예상 구매비용도 비교한다. 한 매장에서 한꺼번에 구매하는 경우와 여러 매장을 이용하는 경우를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기존 가격정보 서비스와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가격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질문을 구매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판매처에 따라 농축산물 가격 차이가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달 말 배추 한 포기를 기준으로 대형마트와 다른 판매처 사이 가격 차이가 약 20%에 이르는 사례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질수록 같은 상품을 어디에서 구매하느냐가 가계 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가격 데이터 확보 방식도 주목된다.
전산 시스템을 갖춘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디지털화가 어려운 소규모 점포도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소규모 마트가 할인 전단을 촬영해 올리면 AI가 전단의 정보를 분석해 할인 정보를 등록하는 기능을 적용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축산물품질평가원 데이터를 연계해 주요 농축산물의 주간 가격 동향도 카드 형태로 제공한다.
현재 AI 상담은 텍스트 입력을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향후 음성 인식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 서비스를 단순한 가격비교 앱이 아닌 민생형 AI 플랫폼의 첫 사례로 내놓은 배경에는 AI 정책의 무게중심을 기술 개발에서 국민 체감 서비스로 확대하려는 정책 방향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2025년 11월 ‘AI 민생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농축산물 알뜰 소비정보 플랫폼, AI 국세정보 상담사, 국가유산 AI 해설, 소상공인 AI 창업·경영 컨설턴트, 보이스피싱 대응 등 생활·행정 분야 서비스를 개발해 왔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6월 공개한 추진계획에 따르면 10개 협업 부처와 수행기업이 참여해 10개 과제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4개 대국민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개시하고 나머지 6개 과제는 2027년 상반기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기능 고도화와 현장 적용을 추진하는 구조다.
‘알뜰하게 장볼지도’가 그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향후에는 AI 국세정보 상담과 국가유산 AI 해설 등 다른 생활밀착형 서비스도 순차적으로 국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전국 단위 서비스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AI 자체의 성능보다 가격 데이터의 정확성과 최신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농축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같은 품목이라도 산지와 등급, 규격, 판매 단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할인행사 역시 점포별로 수시로 변경된다. 실제 매장 가격과 앱에 표시되는 가격 사이에 시차가 커지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다.
참여 점포의 규모도 중요한 변수다.
시범 서비스에는 5개 도시 136개 점포가 참여한다. 향후 전국 서비스로 확대하려면 대형마트뿐 아니라 지역 슈퍼마켓과 전통시장, 정육점 등으로 가격정보망을 얼마나 촘촘하게 확장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농식품부와 앱 개발업체, 참여 유통업체, 한국마트협회, 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농축산물 가격정보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판매처별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던 불편을 줄이는 것이 서비스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시범 운영 과정에서 기능을 보완한 뒤 2027년 하반기 전국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서비스는 생성형 AI가 검색이나 문서 작성 영역을 넘어 실제 소비자의 지출 결정에 개입하는 ‘생활형 AI’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AI가 “무엇을 살 것인가”뿐 아니라 “어디에서 얼마에 살 것인가”까지 계산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알뜰하게 장볼지도’의 성패는 화려한 AI 기능보다 얼마나 많은 점포의 정확한 실시간 가격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범지역 5개 도시에서 가격 정확도와 참여 점포 확대, 실제 소비자의 절감 효과가 확인된다면 장보기뿐 아니라 외식·생활서비스 등 다른 분야에서도 위치 기반 AI 가격비교 서비스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