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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영국박물관에 펼쳐진 ‘한국 2천년’…K-컬처의 뿌리, 유럽에서 한국미술의 깊이 알린다

국보 10건·보물 13건 포함…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창의성 한자리에

 

 

데일리연합 (SNSJTV) 박해리 기자 |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와 예술 2천년을 조망하는 대규모 특별전을 시작했다.

 

‘한국: 2천년 창의의 여정(Korea: 2,000 years of creativity)’은 1일(현지시간) 개막해 2027년 1월 31일까지 영국박물관 조지프 호퉁 그레이트 코트 갤러리(Joseph Hotung Great Court Gallery)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영국박물관이 공동 주최한다. 영국박물관에서 한국 미술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대규모 특별전이 열리는 것은 1984년 ‘한국미술 5000년전’ 이후 42년 만이다. 

 

전시는 2021년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2만3천여 점의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반으로 한다.

 

2025년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2026년 시카고미술관에 이어 열리는 세 번째 국외 순회전이자 이번 해외 순회의 마지막 전시다.

 

전시 규모도 주목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보 10건과 보물 13건을 포함해 79건 164점을 내놓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5건과 영국박물관 소장품 6건을 합하면 모두 100건에 이른다.

 

전시는 선사시대와 고대 국가부터 통일신라, 고려, 조선, 근현대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국보 ‘대구 비산동 청동기’를 비롯해 고려 청자와 불교미술, 조선시대 회화 등이 전시장을 채운다. 겸재 정선의 국보 ‘인왕제색도’는 이번 전시의 핵심 작품 가운데 하나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한국 전통 이미지도 적극 활용됐다. ‘까치와 호랑이’와 왕실을 상징하는 ‘일월오악도’는 동시대 대중문화와 한국 전통미술을 잇는 작품으로 제시됐다.

 

특히 전시는 전통문화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려청자와 이수경의 현대 작품을 나란히 배치하는 등 과거의 형식과 미감이 현대 작가에게 어떻게 재해석되는지를 보여준다.

 

영국박물관이 최근 구입한 서도호(Do Ho Suh)의 ‘자화상’도 전시돼 정체성과 이주, 기억이라는 현대적 주제를 한국 문화사의 연장선에서 제시한다.

 

현지 미술 전문매체 아시안 아트 뉴스페이퍼는 이를 한국의 과거와 현재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현지 언론의 관심도 높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고려청자와 불교미술, 조선 백자 달항아리 등 전통미술의 수준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다만 20세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격동의 현대사가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다는 비평도 내놓았다.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이번 전시가 한국 문화예술 2천년을 폭넓게 보여주며 희귀한 국보급 문화재와 고려·조선 미술을 효과적으로 소개한다고 평가하면서도, 현대사의 정치·사회적 격변을 다루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더 타임스는 고대 금동 유물과 현대미술, 대중문화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전통적인 까치·호랑이 이미지와 세계적인 K-콘텐츠의 연결을 한국 문화가 현재까지 변화하며 이어지는 사례로 소개했다. 

 

로이터는 이번 전시가 영국 젊은 세대가 K팝 등 대중문화로 접한 한국에 2천년이 넘는 문화적 역사와 창의성, 기술적 전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김상아 영국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도 현지 인터뷰에서 이 같은 전시 의도를 강조했다. 

 

이번 특별전의 의미는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공개를 넘어선다. 세계적 대중문화 현상으로 성장한 K팝과 한국 영화·드라마가 만든 관심을 한국의 역사와 미술, 공예, 철학으로 확장하는 문화외교의 장이라는 점에서다.

 

영국박물관 역시 전시를 통해 한국이 외부 문화를 단순히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변형하고 재해석하면서 독자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대학(SOAS)에서는 오는 23~24일 영국박물관과 연계한 국제 심포지엄도 열린다. 한국미술사 연구자들이 전시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의 역사·사회·문화적 맥락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시가 단순한 유물 공개를 넘어 유럽에서 한국문화 연구와 담론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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