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김용두 기자 |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례없는 비상계엄 사태와 그 이후 이어진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라는 격랑 속에서 국가 경호의 최전선을 책임졌던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마침내 법정에 섰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은 단순한 형사 재판을 넘어 무너진 국가 공권력의 권위와 경호라는 특수 임무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표출된 상징적 장면이었다. 박 전 처장은 이날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신분으로 출석해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언급하며 공권력 무력화 의도가 없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번 재판의 핵심은 경호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통치 권력의 최후 방어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귀결된다. 박 전 처장은 재판에서 2024년 9월 처장 임명 후 불과 3개월 만에 들이닥친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당시 상황이 통제 불가능한 혼란이었음을 피력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경호처 간부들이 느꼈을 압박감은 상당했을 것이나 이를 수사 방해라는 범죄 행위로 규정하는 특검팀의 시각은 냉혹하다.
박 전 처장의 입장 선회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는 공수처의 1차 체포 시도 이후 충돌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에 중재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초기 강경 대응 기조에서 벗어나 사태를 법적 절차 안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해 형사적 고의성을 희석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본인의 경호 관련 법률 검토가 잘못됐음을 뒤늦게 인지하고 상황 타개를 위해 스스로 경찰에 출두했으며 처장직에서도 물러났다는 점을 강조하며 책임 있는 공직자의 모습을 호소했다.
하지만 내란특별검사팀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특검은 박 전 처장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전에 공모하여 공수처의 정당한 영장 집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공모 관계가 성립된다면 이는 단순한 업무상 판단 착오가 아니라 국가 수사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중대 범죄가 된다. 특히 함께 기소된 김 전 차장의 경우 수사 대상이었던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져 사건은 권력 은폐 기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현장에서 함께 기소된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과 김신 전 가족경호부장의 항변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상관의 지시를 수행했을 뿐 죄가 된다는 인식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경호처라는 조직 특성상 상명하복의 위계가 절대적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책임을 윗선으로 돌리려는 전형적인 방어 기제로 해석된다. 경호관으로서의 임무 충실이라는 명분이 법치주의라는 거대한 원칙 앞에서 어떻게 심판받을지가 이번 재판의 포인트다.
26년 4월의 봄날 법정으로 향하는 박 전 처장의 뒷모습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가 권력의 심장부였던 경호처 담장 안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했는지 아니면 경호라는 특수성이 사법 정의를 가로막는 방패로 오용됐는지를 가려내야 할 시간이다.
15개월 전의 그 긴박했던 밤과 이어진 영장 집행 방해의 실체적 진실은 이제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연합은 이번 재판이 권력 기관의 공무 집행 범위에 대한 중대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향후 이어질 증인 심문과 증거 조사 과정을 면밀히 추적 보도할 계획이다.
국가 공권력이 서로 충돌했던 그 비극적인 현장에서 누가 무엇을 위해 총기를 휴대하고 영장 집행을 막아섰는지 그리고 그 지시의 정점에 누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작업은 우리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