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박용준 기자 | 국회를 통과한 ‘임도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임도법)’을 두고 정부와 환경단체 간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산림 경영과 산불 진화의 효율성을 내세운 정부·여당의 논리에 맞서, 71개 환경단체와 전문가 집단은 임도가 오히려 산불 확산의 통로가 되고 산사태의 시발점이 된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발과 보존의 논리를 넘어, 대한민국 산림 지형에 최적화된 ‘기후 적응형 산림 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임도법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산불 대응의 실효성이다. 산림청은 대형 산불 발생 시 진화 인력과 장비가 진입할 ‘혈관’으로서 임도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들이 분석한 ‘2025년 경북 산불 원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불 피해 면적의 약 57%가 임도 등 도로로부터 200m 이내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임도가 진화의 길인 동시에, 외부인 출입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높이고 바람의 통로 역할을 하여 불길을 키우는 ‘양날의 검’임을 시사한다.
특히 국립공원공단의 연구 결과, 지난 10년 간 발생한 산사태의 15%가 임도 조성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임도 확장이 2차 재난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행법은 임도 건설 시 산지관리법 등 8개 관련 법률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환경 영향에 대한 정밀한 검증 없이 ‘속도전’식 공사가 진행될 우려가 크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
국내 환경에 적합한 방향성을 찾기 위해서는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산림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산림은 육상 탄소 저장량의 70~80%를 차지하고 있으나, 대규모 임도 건설을 위해 수십 년 된 나무를 베어낼 경우 저장된 탄소가 일시에 배출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대한민국은 글로벌생물다양성프레임워크(GBF)에 따라 2030년까지 보호구역 30%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 수치는 18.4%에 머물러 있다. 임도 예정지 선정 기준에서 보호구역을 명확히 배제하지 않은 이번 법안은 국제적 환경 기준과도 배치될 소지가 다분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38조)
반면, 임도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적절한 간벌(솎아베기)과 조림이 병행되어야 탄소 흡수 능력이 극대화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2025년 조사에서 간벌된 산림의 수관화(나무 머리가 타는 화재) 비율이 미간벌지보다 11배 높게 나타난 데이터는, 현재의 ‘수익형 산림 경영’ 중심의 임도 건설이 재난 방재 측면에서는 오히려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입증한다.
현재 대한민국 산림 정책은 ‘양적 확장’과 ‘질적 보전’ 사이의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모든 산림에 일률적으로 임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급경사가 많고 산사태 위험이 높은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선별적 맞춤형 임도’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또한, 인공적인 도로 확충보다는 드론 진화대와 고정식 소방 시설 등 비접촉식 방재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기후 위기 시대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대통령실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향후 국회에서 열릴 공청회에서의 데이터 교차 검증 과정이다. 임도법이 이대로 시행될 경우 산림 훼손과 재난 발생의 인과관계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독자들은 단순한 이동 편의를 넘어, 산림이 가진 탄소 저장고로서의 공익적 가치와 실제 재난 방재 효율 사이의 균형점을 정부가 어떻게 찾아낼지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산림 정책은 한 번의 잘못된 결정으로 복구에 수십 년이 걸리는 '시간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