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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이슈분석] 62조 '유령 코인' 쇼크와 빗썸의 민낯… 알고리즘 붕괴 부른 '솜방망이 징계' 논란

 

데일리연합 (SNSJTV) 송동섭 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무려 62조 원 규모의 '유령 코인' 오지급 사태와 665만 건에 달하는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위반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빗썸에 대해 368억 원의 과태료와 영업 일부 정지 처분을 확정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사고 규모와 시장 교란 행위에도 불구하고, 빗썸 경영진에 내려진 처분은 대표이사 '문책경고'와 보고책임자 '정직 6개월'에 그쳤다. 고위 임원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는 전통 금융권의 행보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내부통제 부실과 규제 공백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데일리연합 기획보도팀은 이번 사태가 초래한 기술적 시장 붕괴의 실체와 솜방망이 처벌의 이면을 심층 분석했다.

 

■ 1. 단순 전산 오류인가, 예견된 인재인가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빗썸 시스템 내에서 실제로 보유하지 않은 가상자산이 장부상으로 무단 생성되어 고객에게 지급되었고, 이것이 실제 시장에서 거래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당국과 업계는 이를 단순한 전산 오류로 보지 않는다. 실체가 없는 62조 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매도 물량으로 쏟아지거나 호가창에 반영되면서,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시장 시세가 인위적으로 왜곡되는 중대한 '시장 교란'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빗썸은 과거에도 이미 4차례나 유사한 오지급 사고를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일회성 실수가 아닌, 빗썸의 IT 인프라와 리스크 관리 역량 자체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음을 방증한다.

 

■ 2. 오더북 덮친 62조 허수… 알고리즘·차익거래 시스템의 연쇄 붕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유령 코인'이 장내 호가창(오더북)에 유입되었을 때 발생하는 기술적 대참사다. 현대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은 상당 부분 자동화된 알고리즘 봇(Bot)과 퀀트 기반의 차익거래(Arbitrage) 시스템에 의해 공급되고 유지된다. 실체 없는 거대 물량은 이 기계적인 생태계를 순식간에 마비시킨다.

 

  • 알고리즘 매매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촉발: 장부상으로 허위 생성된 수십조 원대의 매도 벽(Sell Wall)이 호가창에 출현하면, 시장의 방향성을 감지하는 알고리즘 봇들은 이를 '극단적인 대량 매도 압력'으로 오인한다. 이는 즉각적인 기계적 투매(Panic Sell) 알고리즘을 연쇄적으로 발동시켜, 단 몇 초 만에 가격이 수직 낙하하는 플래시 크래시 현상을 야기한다.

  • 차익거래(Arbitrage) 시스템의 마비와 유동성 증발: 타 거래소와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차익거래 시스템 역시 치명상을 입는다. 빗썸 내에 허위 물량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가격 괴리(역프리미엄 등)가 발생하면, 차익거래 봇들은 이를 정상적인 차익 기회로 인식하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매매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 거래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자산'이므로, 결국 시장 내 진짜 유동성(원화 및 정상 코인)만 비정상적으로 흡수되고 고갈되는 최악의 유동성 경색을 낳게 된다.

 

결과적으로 빗썸의 통제 실패는 자본 시장의 가장 기본 원칙인 '공정 가격 형성'을 정면으로 파괴했으며, 펀더멘털이나 정상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자에 임한 일반 개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전가했다.

 

■ 3. 솜방망이 처벌의 이면, 전통 금융권 '책무구조도'와의 극명한 대비

 

수십조 원대 금융 사고를 일으키고도 경영진이 중징계를 피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가상자산 사업자를 규율하는 법적 장치의 한계가 존재한다.

 

현재 전통 금융권(은행, 증권사 등)은 대규모 금융사고 발생 시 꼬리 자르기를 방지하기 위해 개별 임원의 의무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책무구조도(Responsibility Map)'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이는 내부통제 실패 시 CEO 등 최고위 경영진이 직접적인 법적, 행정적 책임을 지도록 강제하는 장치다.

 

반면, 빗썸은 알고리즘 생태계를 붕괴시킨 천문학적인 전산 사고와 665만 건의 자금세탁방지 위반에도 불구하고 현행 규제 체계의 빈틈을 타 대표이사 '문책경고', 보고책임자 '정직 6월'이라는 제한적인 징계에 그쳤다.

 

이는 경영진에게 '대형 사고가 터져도 과태료(368억 원) 납부와 경징계로 무마할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부추기는 최악의 선례다.

 

■ 4. 글로벌 신뢰도 하락과 K-가상자산 시장의 위기

 

이번 사태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민낯을 전 세계에 드러낸 사건이다. 대규모 자금세탁방지 위반과 시장 시스템 붕괴를 초래한 빗썸의 사례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자금 추적 및 투명성 인프라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한참 미치지 못함을 증명했다.

 

이는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자본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K-가상자산 시장의 고립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무관용 원칙과 강력한 책임 경영 의무 도입 시급

 

수십조 원의 파장 앞에서도 가상자산 거래소 경영진의 징계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는 현 상황은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다. 단순한 과태료 부과를 넘어, 전통 금융사에 준하는 강력한 '책무구조도' 도입이 시급하다.

 

경영진이 시스템 오류와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구조가 법적으로 확립되지 않는 한, 알고리즘을 붕괴시키고 시장을 교란하는 제2, 제3의 '유령 코인' 사태는 언제든 다시 한국 시장을 덮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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