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연합 (SNSJTV. 아이타임즈M) 윤태준 인턴기자, 윤유경 에디터(영상뉴스 편집) | 삼성전자(코스피 005930, 대표이사 한종희)의 러시아 칼루가 공장이 다시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8년 준공한 이 공장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동 중단했으나, 2024년 현지 기업인 VVP 그룹에 임대해 새로운 논란의 씨앗을 뿌렸다. 러시아의 VVP그룹이 그래비톤이라는 기업에 재임대를 해주었는데, 이 공장이 현재 러시아의 최첨단 산업에 쓰이는 고성능 컴퓨팅 서버(HPC 서버)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왜 칼루가 공장을 임대했나?
삼성전자의 러시아 칼루가 공장은 2008년 준공 이후 2022년 3월 러-우 전쟁 때문에 가동을 멈췄었다. 칼루가 공장에서 삼성전자는 가전제품(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생산하고 있었고 이를 러시아와 CIS(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독립국가연합) 등에 팔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들과 유사한 고민에 빠졌다. 폭스바겐, 포드, 맥도날드, 현대차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난 반면, 삼성전자는 공장을 매각하지 않고 소유를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러시아는 약 1억 4,000만 명의 인구와, CIS 국가까지 포함하면 약 2억 5,000만 명의 소비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2021년 기준 러시아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30%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공장 매각은 러시아 시장을 놓치는 선택이기 때문에 차선책인 임대를 대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한 러시아 매체는 삼성전자가 러시아 내에 있는 칼루가 공장을 VVP 그룹에 임대했다고 전했다. VVP 그룹은 러시아의 가전 유통업체다.
삼성전자로부터 공장을 임대한 VVP그룹은 자사의 파트너사인 M.Video-Eldorado Group의 OEM 생산에 공장을 사용했다. 또한, VVP 그룹은 공장을 다시 러시아 전자제품 제조사 그래비톤에 재임대했는데, 여기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래비톤은 칼루가 공장에서 단순 모니터(Monitor)뿐 아니라 고성능 컴퓨팅 서버(HPC 서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AI 서버는 데이터 처리와 연산량이 방대한 산업군에서 필수적인 장비로, 러시아가 전쟁에서 무기에 활용할 수 있는 첨단 산업에도 직간접적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

HPC 서버는 주로 'AI 서버'를 위해 생산된다. AI는 데이터 트래픽이 넘쳐나고 계산량이 일반 서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많다. 그렇기에, HPC 서버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프로세서(CPU, GPU), 메모리(HBM, eSSD), 고속 네트워크 장비 등이 들어간다. 이러한 장치들을 그래비톤이 칼루가 공장에서 조립하는 것이다.

'전쟁 中인 러시아 간접 지원' 논란
삼성전자는 직접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임대만 했지만, 최종적으로 공장이 러시아의 전략적 산업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돕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기조를 봤을 때, 삼성전자가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 삼성전자가 직접적으로 그래비톤과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제재를 받을 지는 미지수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제적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가 공장 매각이나 독립법인 전환 등 대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러시아 현지의 일로, 아직까지 어떤 상황인지 잘 알지 못하고 있으며 따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우 전쟁 발발 후 러시아의 경제는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 동시에 삼성전자의 칼루가 공장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다. 추후 삼성전자가 이익 추구와 국제사회의 윤리적 역할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