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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300일 남았는데 환급 거부" 웨딩 피해 56% 급증, 구조적 함정

 

데일리연합 (SNSJTV) 송동섭 기자 |  봄이 오면 결혼 시장도 뜨거워진다. 그리고 그 열기만큼 피해도 함께 불어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22일 발령한 '봄철 결혼서비스 소비자 피해예방주의보'에 담긴 숫자는 단순한 경고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결혼 성수기인 4~5월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56.0% 급증했고, 전체 연간 피해 건수도 2024년 905건에서 2025년 1076건으로 18.9% 늘었다. 숫자 뒤에는 생애 가장 행복해야 할 날을 앞두고 위약금 폭탄과 환급 거부, 깜깜이 계약에 발목 잡힌 예비부부들의 현실이 있다.

 

피해의 80% 이상은 계약 해지·위약금 분쟁에서 발생한다. 최근 2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결혼서비스 피해구제 1981건 중 1633건(82.4%)이 이 유형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면, A씨는 2023년 6월 예식장 계약금 310만 원을 납부했지만 153일 전 해지를 요청하자 예식장이 내규를 이유로 환불을 거부했다.

 

B씨는 보증인원 100명으로 계약하고 실제 참석 인원이 99명이었는데도 예식장 측이 신부 측 인원 초과를 이유로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C씨는 200명으로 상담했으나 예식장의 권유로 300명 보증인원 계약을 맺은 뒤 인원 축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처럼 '보증인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소비자가 계약 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는 함정이 돼 있는 경우가 많다.

 

구조적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다. 한국의 웨딩 시장은 오랫동안 '깜깜이 가격'이라는 특수한 생태계를 유지해왔다.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시장은 업체를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기 전까지는 가격을 알 수 없는 구조였다.

 

견적서는 업체마다 다르고, 추가 비용이 얼마가 붙을지는 계약서 세부 조항을 꼼꼼히 읽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렵다. 평균 29만 원이 넘는 드레스 헬퍼 비용, 스튜디오 촬영 시 스태프 간식비, 웨딩 플래너 사례금 같은 항목들이 '암묵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돼 왔다. 계약 후 제휴업체가 변경될 때 위약금 기준이 달라지는 것도 뒤늦게야 알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여기에 결혼 비용 자체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피해의 무게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2025년 4월 조사에 따르면 전국 예비부부의 결혼서비스 총 계약금액(예식장+스드메) 평균은 2101만 원이며, 서울 강남의 경우 3466만 원에 달한다.

 

2025년 혼인 건수가 24만 건으로 2019년 이후 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자 대관료는 더 빠르게 올랐다. 2월 전국 대관료 중간가격은 350만 원으로 전년 12월 대비 16.7% 상승했고, 광주는 1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결혼식 관련 비용만 약 4400만 원에 달하고, 신혼집까지 포함하면 2년 내 신혼부부의 평균 총 결혼비용은 3억 8113만 원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만한 돈을 쏟아붓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기본적인 가격 비교조차 할 수 없었던 구조는 분명히 비정상이었다.

 

특히 '최소 보증인원'의 함정은 소비자들이 가장 미처 예상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소비자원 분석에 따르면 1인당 식대가 비슷하더라도 서울 등 5개 지역의 평균 최소 보증인원은 224명인 반면, 부산 등 4개 지역은 102명 수준이다. 1인당 단가가 같더라도 보증인원이 두 배 이상 차이나면 총 식대 비용은 최대 6배까지 벌어진다.

 

예비부부들이 1인당 식대만 보고 계약했다가 나중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총액을 마주하게 되는 구조다. 이 함정은 계약서 어딘가에 작은 글씨로 숨어 있다가 해지 시점이 돼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웨딩박람회 구조도 주의가 필요하다. 할인 프로모션을 앞세운 박람회 현장에서 계약을 유도한 뒤 환불을 제한하거나, 처음 제시된 패키지 금액과 실제 추가되는 비용 사이에 큰 격차가 생기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최저가 보장', '국내 1위' 등 객관적 근거 없는 과장 광고에 혹해 계약을 서둘렀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결혼서비스 불만은 2021년 1038건에서 2024년 상반기에만 913건으로 매년 가파르게 늘어왔다.

 

제도적 변화는 시작됐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공정위는 올해부터 결혼서비스 가격표시제를 도입해 예식장·스드메 업체가 자사 홈페이지 또는 소비자원 '참가격' 사이트에 가격 체계와 환급 기준을 의무 공개하도록 했다. 위반 시 최대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공정위 표준약관도 제정해 기본 품목 가격, 추가 옵션별 비용, 위약금 기준을 명확히 기재하도록 했다.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는 결혼준비대행업체의 사업 신고 의무화와 보증보험 가입을 통한 '먹튀' 방지를 담은 '결혼서비스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 법은 1인 영세사업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 실제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개인 스튜디오,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개인 사업자 영역이 규제 사각지대로 남는다. 가격표시제가 정착되더라도 기본가를 낮게 표시하고 선택 옵션으로 실질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나, 업체 간 암묵적 가격 담합이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이번 성수기에 맞춰 5~6월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참가격 사이트를 통해 지역별 가격과 항목별 비용을 사전 비교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에 앞서 소비자 스스로의 대응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계약서에 없는 추가 비용 요구는 거절할 수 있다는 인식, 계약 전 참가격 사이트에서 지역 평균 가격을 확인하는 습관, 표준약관 사용 업체인지 검토하는 절차가 피해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어선이다. 결혼 성수기가 다가올수록 예비부부들을 향한 유혹도 함께 짙어진다. 수천만 원이 오가는 계약인 만큼 서두르지 않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소비자 권리다.

 

[피해 예방 체크포인트]

  • 계약 전 소비자원 '참가격'(www.price.go.kr)에서 지역별 가격 사전 비교
  • 공정위 표준약관 사용 업체 여부 확인
  • 보증인원 조건과 위약금 기준을 계약서에서 직접 확인
  • 추가 옵션 항목별 비용을 계약 전 서면으로 명시 요구
  • 피해 발생 시 1372 소비자상담센터(전화 1372) 또는 FIU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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