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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수필〕담쟁이로 부터 받은 계시


내가 살고있는 셋집 원룸 앞 단독주택에는 온통 담쟁이넝쿨로 뒤덮여 있다. 여름이 되면 녹색바다로 가리워 주어 주택윤곽이 어슴푸레 드러난다. 내가 살았던 중국 무단장시 서11조로(西十一条路의 기차터미널 입구 다리벽에도 푸른 주단을 깔아 놓은 듯 온통 담쟁이로 덮이군 했다. 담쟁이는 그 곳 길 옆 나무에, 전봇대에도 기어오른다. 전봇대에 얼기설기 감겨 오른 것은 미화환경 인원들이 일부러 제거 작업을 하기 까지도 한다.

이처럼 담쟁이는 높낮음 가림없이 어디에나 타고 올라간다. 그 모습에서 나는 온몸을 담쟁이한테 내주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큰 키를 하늘로 뻗고 있는 길가나 공원의 굴참나무, 비술나무의 자비(慈悲를 보았다. 거기에 연민의 가슴을 쓰러내리기도 한다. 기실 주간( 主干은 나무다. 그런데도 사람의 시선은 나무에 있지 않다. 자기 절로 서지 못하고 남에게 기대여 오르며, 멋진 푸른 옷으로만 장식해 주는 담쟁이한테 가 있다.

담쟁이는 사람의 마음을 푸르게 장식해 주기라도 하는 듯 언제나 인기를 한 몸에 지닌다. 이걸 보고 빛을 내는 것과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사회 명암(明暗)’의 한 귀퉁이를 보는 것 같다. 잔치풍경으로부터 인간의 금전(金战)’ 까지의 연쇄 반응을 보다니, 사뭇 아이러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70년대만 해도 어느 집에서 잔치가 있으면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었다. 중국 문혁10년내란시기라 배불리 먹고 사는 게 꿈이였던 평민들이 대다수였기에 아무개 집에 잔치가 있다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그 날은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기회였다. 결혼잔치든 회갑연이든 일가친척이 아니어도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그때는 판점(식당)이요 주점(호텔술집)이요 하는 것은 엄감생심 꿈도 못 꿀 때다.

이웃 아줌마들이 와서 지지고 볶고 난리법석이다. 잔치에 쓰이는 식재는 육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본 고장에서 자기 절로 생산하고 채집한 농부산품이다. 그래서 식재에 드는 비용은 도시보다 훨씬 싸다 할 수 있겠다. 비용은 싸되 음식요리는 자기 집에서 하기에 수고하는 사람들은 동네 아줌마들이다. 젊고 예쁜 아줌마들이 이마에 송골송골 땀을 흘려가며 일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았다. 사람들은 이런 열띤 모습을 칭찬하고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날 아줌마들은 틈을 타서 떡이나 부침개를 치마폭에 싸서 제 자식들을 거둬 먹이느라고 분주하다. 엄마가 음식을 가져오기를 바라는 아이들은 마치 처마 둥지 밑에서 달라고 입을 벌리는 새끼제비를 방불케 한다.

결혼잔치날에는 온돌구들에 오붓이 앉아 잘 먹고 잘 뛰어 놀면 최고로 기분 좋은 하루가 된다. 신부측 결혼식날에는 동네 심술군’, 익살군 청년들이 신랑의 신을 감춰놓기도 한다. 또 골목에서 갑작스레 나타나 길을 막고 길세내놓으라고 실랑이 벌린다. 신랑이 못이기는 척 하며 돈을 10위안 쯤 내놓으면 청년들은 입이 헤벌레해져서 길을 내어준다. 사흘 뒤 신랑이 처가집 신행(新行오면 그 노략질한 돈으로 술과 간편한 안주를 사 들고 와 또 한번 유쾌하게 놀아준다. 그 시기에는 맑고 깨끗하고 감로수 같은 인간의 정을 주고 받는 것을 희열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시기는 누가 돈이 많고 유명해서 인기를 끄는 일도 없었다. 정성이 있고 선량하고 순진한 것이 사람들의 치하 대상이 되었다.

요즘은 대부분 조선족들이 한국 와서 웨딩홀에서 잔치를 거행한다. 짜여진 시간에 서양식 예식을 치르다 보니 옛날 풍습과 형식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결혼식은 거의 판에 박힌 듯 획기적으로 진행된다. 주례사가 지켜야 할 몇 가지 덕목을 차분하게 알려 준다. 다음 신랑신부측의 간단한 인사수작이 오가고, 바쁘게 사진 찍는다. 신랑신부가 퇴장하면, 하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께 하며 례포로 쏘아 올린 꽃보라가 신랑신부에게 억수로 쏟아진다. 객석에서 !’하는 감탄소리가 짧게 일어난다.

오늘의 잔치날은 화려하고 풍요롭지만 술상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고 대체로 조용한 느낌을 준다. 물론 주인의 절친들은 노래방에 가서 한바탕 떠들어 대기도 하지만, 대부분 조용히 먹고 일어난다. 헌데 지금의 예식을 보면 누구라 할 것 없이 주인들이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것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왜 안 그렇겠는가, 옛날의 대사는 집에서 치르고, 이웃집 아줌마-지금의 말을 빌면 여사님들의 자원봉사로 비용이 되게 절감된다. 오늘은 그렇지 않다. 비싼 식당 음식비용을 치른다. 주례사, 촬영사, 예식도우미, 가수한테 드는 비용도 주인집에서 부담해야 하기에 자연히 돈에 신경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하객의 축의금이 많고, 특히 친인척들의 축의금이 많을 때 주인의 얼굴은 금시 밝아진다. 결혼식에 축의금이 적으면 적자를 본다는 도리를 대사를 치뤄 본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처럼 특정된 소비요소 환경속에서, 사람들이 돈에 민감하다는 것을 잔치외 다른데서도 잘 보여준다. 출판문화기념행사, 송년회활동에서만 봐도 자금조달이 가장 큰 관심사다. 한국의 대부분 기념행사들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에서 책임 안 지고 민간인이 주최한다. 중국 같은데서는 공식적인 활동은 지방정부에서 돈을 낸다. 잡지, 책의 출판발행도 정부 산하 문화국, 출판사에서 통일 관리한다. 주필, 편집 등 사업일군도 모두 국가공무원들이다. 그들은 책, 잡지 주문이 적어 안타까운 마음은 있지만, 출판비용으로 속을 썩이는 일은 없다. 원고료는 정부에서 내려 보낸 돈으로 지불한다. 한국은 민간의 힘으로 출판문화활동을 주도하기에 돈에 실익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책과 잡지에 발표되는 글의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수준이 낮은 글은 독자층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국 엘리트들은 매번 행사활동기획을 빈틈없이 짠다. 행사 마다 고마운 후원자들을 아끼면서 배려하고 있다. 사회자가 지성인과 후원금을 많이 낸 단위, 개인을 정중히 모시고 소개한다. 지성인, 후원자에 대해 한바탕 추어 올리기도 한다. 아래 내빈속에서는 손바닥이 얼얼해질 정도로 박수를 보내준다. 때론 고마운 후원자들에게 커다란 꽃다발과 눈부신 상장을 안겨준다. 이들이 영예감에 부풀어 장내를 휘둘러 보며 포즈를 취하는 모습 또한 멋져 버린다. 언제나 자선 사업가, 고마운 후원자에 대한 격려를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사회의 과열경쟁하에서는 열정적인 인사들을 자기 곁으로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편 지금 돈이면 한 사람의 인품이 어떻든 인기를 얻고 널리 높이 추앙되는 모습을 배제 할 수는 없다.

이런 자선가, 기부자들이 나서기에 주최측에서도 원만히 활동일정을 소화 시킬 수 있다. 튼튼한 경제토대도 마련 할 수 있는게다. 공로업적뒤에는 평범한 인간, 돈의 유혹에 거리 둔 글쟁이들의 헌신정신도 숨어 있다. 지난 416, 저명한 소설가이신 용인대 신상성 교수님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엔 300개 넘는 문학지가 있는데, 원고료를 지불하는 문학지는 100개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어려운 출판업 사정으로 그렇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글쓰는 사람들의 노동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해도 모두 즐겨서 하는 일이다. 글이 책에 나가고, 문학 등단도 하고, 수작(秀作으로도 당선되는 희열, 영예를 생각하며 글쓰는 문인들이다.

그렇다. 마음 착한 후원자들이 멀리 이름 알려지고, 그 덕에 영광스러운 문화출판, 멋진 사회활동행사를 인도하는 유지인사들이 빛을 뿌리는 것 처럼, 정성을 다 하는 평범한 사람들, 이름없이 묵묵히 글이나 쓰고 있는 무명소졸도 인간들 기억속에 잊혀지지 말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무에 기대 우뚝 솟는 담쟁이의 매력도, 거기에 가리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나무의 헌신도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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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의 벽을 허물고, 삶의 품격을 더하다… 삼성노블카운티, 개원 24주년 맞아 공동체 축제 열어

데일리연합 (SNSJTV. 타임즈M) 류승우 기자 | 2001년 문을 연 삼성노블카운티가 24주년을 맞았다. 단순한 고급 주거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와 세대가 함께 어우러진 ‘공동체적 시니어 타운’으로 성장해온 이곳은, 이번 기념행사를 통해 ‘함께 나이 든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었다. “노년의 삶도 존엄하게”… 클래식 무대에 담긴 위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삼성노블카운티는 지난 9일, 개원 24주년을 기념해 입주자와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무대에는 성악가 백재은, 곽민섭, 김수한, 김준교, 신엽 등 국내 클래식 음악가들이 출연해 품격 있는 공연을 펼쳤다. 피아니스트 김남중과 색소폰 콰르텟 ‘에스윗’이 더한 연주는, 무대와 객석을 넘나들며 참석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문화 향유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고령층에게 ‘공연의 감동’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삶의 활력을 회복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아이들과 어르신이 함께 쓴 ‘공감의 시’ 이날 행사에는 단지 구성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아이들도 함께 참여했다. ‘온세대 글쓰기·그림그리기 대회’는 입주자·지역주민·어린이들이 같은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내며 세대 간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