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이권희 기자 | 금융감독원은 19일 ‘2025년 공시 위반 조치 현황 및 유의 사항’을 통해 지난해 자본시장법상 공시의무 위반으로 88개사에 대해 143건을 조치했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13건 늘었고, 비상장법인이 57곳으로 상장사(31곳)보다 많았다. 과징금 50건, 증권 발행 제한 25건, 과태료 4건 등 중조치가 79건으로 경조치(64건)를 웃돌았다.
금감원이 짚은 핵심은 ‘IPO 준비 과정에서 드러나는 비상장사의 발행공시 위반’이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50명 이상에게 청약을 권유하는 등 ‘모집’ 요건에 해당하는데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금감원은 이들 사례가 대체로 과징금 부과 또는 일정 기간 증권 발행 제한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문제의 뿌리는 제도 자체가 어렵기 때문만이 아니다. 기업 경영진의 인식과 내부 시스템 부재가 반복 위반을 구조화하고 있다는 점이 더 근본적이다.
첫째, ‘모집’의 기준을 가볍게 보는 관행이 여전하다. 자본시장법은 50인 이상의 투자자에게 새로 발행되는 증권의 취득 청약을 권유하는 행위를 ‘모집’으로 정의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법령 해설에서도 ‘50인’ 기준이 명확히 제시된다.
그럼에도 비상장사는 “상장사가 아니니 공시의무가 약하다”는 오해를 갖기 쉽고, 유상증자·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자금조달을 ‘사적 계약’처럼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브로커·지인 네트워크·온라인 커뮤니티 등 비공식 채널을 통해 투자자를 넓히는 순간 50인 기준을 넘기기 쉬운데, 이 단계에서 통제가 무너진다.
둘째, ‘간주모집’과 전매제한 요건에 대한 이해 부족이 크다. 금감원은 과거에 모집·매출 실적이 있는 법인이 50인 미만에게 발행하더라도 전매제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발생할 수 있고, 정기보고서·주요사항보고서 제출 의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대표적 위반 유형으로 제시했다. “이번 라운드는 50명 미만이니 괜찮다”는 단순 계산이 통하지 않는 구조인데, 경영진이 이를 ‘법무팀의 영역’으로만 넘기면서 관리가 비어버리는 패턴이 나타난다.
셋째, IPO ‘속도전’이 준법을 후순위로 밀어낸다. 상장 주관사 선정, 밸류에이션, 프리IPO 라운드, 재무제표 정비가 촉박하게 돌아가면 “일단 돈부터 모으고, 상장 심사 단계에서 정리하자”는 유혹이 커진다. 그러나 금감원이 강조하듯 IPO 과정에서 과거 자금모집의 위법 소지가 발견되면 일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지금의 편의’가 ‘미래의 상장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넷째, 전담 인력과 거버넌스 공백이 비용으로 전가된다. 공시 경험이 적은 비상장사는 CFO·컴플라이언스·공시 담당이 사실상 1~2명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고, 외부 법률자문도 거래 성사 이후에야 붙는 사례가 있다. 이때 위반은 ‘고의’보다 ‘무지와 방치’에서 발생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피해는 고의 여부와 무관하게 커진다.
사회적 피해는 투자자 피해다. 증권신고서 미제출은 투자자가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때 받지 못하게 만든다. 비상장 투자에서는 정보 비대칭이 원래 크지만, 최소한의 공시 절차가 무너지면 손실이 개인에게 집중될 위험이 커진다. 피해가 발생해도 사적 분쟁으로 흩어져 구조적 개선이 지연되기 쉽다.
또한 시장 신뢰 훼손이다. 비상장 단계의 공시 위반이 늘면 “상장 전 단계가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퍼진다. 이는 선량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고, 결국 자본시장의 ‘신뢰 프리미엄’을 갉아먹는다. 금감원이 중조치를 늘린 배경도 ‘반복 위반을 방치하면 시장 전체 비용이 커진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사회적 피해는 기업 자체의 비용 증가다. 과징금·발행 제한은 물론, 공시 위반 이력이 상장 심사와 투자자 신뢰에 직접 영향을 주면서 밸류에이션 할인, 딜 취소, 추가 실사 비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 “공시 위반이 곧 경영 리스크”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근본 대책은 ‘교육’만이 아니라 ‘책임체계’의 내재화에 있다.
경영진 인식 개선이 출발점이다. 비상장이라도 다수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모집하는 순간, 공시는 선택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이 된다. “실무진이 몰랐다”는 변명은 투자자 피해 앞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이사회와 대표이사가 자금조달 방식별 공시 체크리스트를 의사결정 문서에 의무적으로 붙이는 방식으로 ‘책임의 흔적’을 남겨야 한다.
상장 준비기업에 대한 ‘사전 자기점검’ 제도화가 필요하다. 금감원이 강조한 대로 IPO 추진 기업은 과거 라운드의 투자자 수, 권유 방식, 전매제한 조치 여부, 모집·매출 실적 여부를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를 외부 자문사에 맡기더라도, 최종 책임은 경영진에 귀속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내부통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공시 전담인력 1명 채용이 어렵다면 최소한 ‘외부 공시 대행 + 내부 승인 체계’라도 갖춰야 한다. 자금조달 계약서에 공시·전매제한·투자자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표준조항으로 넣고, 위반 시 내부 징계 또는 거래 중단 트리거를 설정하는 식의 시스템이 요구된다.
당국의 개선 방향은 ‘맞춤형 예방 + 중요사건 집중’이 병행돼야 한다. 금감원은 반복 위반 유형 안내 강화와 지방 중소기업 대상 찾아가는 공시 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거짓 기재·제출의무 위반 등 투자자 보호에 중대한 사건에 심사·조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예방은 넓게, 제재는 핵심에 강하게라는 접근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교육 자료가 법조문 요약을 넘어 ‘사례 기반 체크리스트’로 제공돼야 한다.
결국 이번 적발은 “제도를 몰랐다”는 단계에서 멈출 사안이 아니다. 공시 위반은 단순 행정 실수가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경영 리스크다. IPO를 준비하는 기업일수록 ‘상장 심사 통과’보다 먼저 ‘상장 이전의 준법 이력’을 설계해야 한다. 그 지점에서 자본시장 신뢰와 기업가치가 동시에 만들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