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송동섭 기자 |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기조가 26년을 앞두고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지역마다 사업을 넓게 나눠 주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과 일자리의 연결성을 기준으로 지원의 무게를 다시 배분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6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성장잠재력 확충과 구조 전환, 지역 활력 회복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을 제시했고, 고용노동부도 올해 지역 일자리 정책의 기본 축을 “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설명했다.
같은 시기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 지원사업은 초광역권 단위 전략산업과 연계하는 구조로 개편되며, 단년도 보조사업이 아니라 2~4년 프로젝트형 지원으로 설계됐다. 지역 일자리를 더 이상 단기 채용 실적이 아니라, 지역에 남는 산업 기반의 문제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이런 변화는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현장의 현실은 그만큼 단순하지 않다. 통계청의 2025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시군구 주요고용지표를 보면 9개 도 시지역 취업자는 1,417만8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만6천명 늘었지만, 고용률은 62.4%로 제자리였다. 반면 9개 도 군지역 취업자는 1만1천명 줄었고 고용률도 68.9%로 0.5%포인트 떨어졌다.
7개 특광역시 구지역 역시 취업자가 4만명 감소하고 고용률도 58.8%로 0.2%포인트 하락했다. 지역 고용은 일부 지표에서 개선과 유지가 함께 나타나지만, 군지역과 대도시 주변부, 비수도권 생활권의 체질은 여전히 약하다는 뜻이다. 숫자는 버티고 있어도 구조는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지역활동인구’와 ‘거주지 내 통근 취업자’ 지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9개 도 군지역의 지역활동인구는 15세 이상 거주인구 대비 109.3%로 나타났다. 이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실제로 그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 비중이 더 크다는 뜻으로, 산업단지나 특정 사업장이 외부 인력을 끌어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어떤 지역은 주민이 그 지역에서 일하지 못하고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가진다. 결국 지역 고용의 성과를 단순 고용률로만 보면 놓치는 것이 생긴다. 지역에 일자리가 있다고 해도 그 일자리가 지역 주민의 삶과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 지역은 생산기지는 될 수 있어도 생활공동체로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지금 지역 불균형의 더 깊은 층위다.
그동안 지역 일자리 정책의 대표 공식은 비교적 명확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하나를 유치하고, 산업단지를 깔고, 도로와 부지를 지원하면 고용이 따라올 것이라는 논리였다. 실제로 이런 방식은 단기간에 숫자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오래 남았느냐’였다.
대규모 투자 사업 하나가 들어오면 초기 건설 고용과 일부 생산직 고용은 늘어난다. 그러나 그 지역에서 부품, 연구개발, 인력 양성, 금융, 물류, 주거, 교육이 함께 돌아가지 않으면 핵심 기능은 결국 수도권이나 광역 거점으로 다시 빨려 들어간다. 지역에는 공장만 남고, 의사결정과 고부가가치 일자리는 바깥에 남는 식이다. 일자리는 생겼지만 산업생태계는 자라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된 셈이다.
이 때문에 26년을 앞둔 정책 재편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기업 유치’에서 ‘산업생태계 구축’으로 평가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중앙-지역 일자리 정책 협의회에서 새 정부의 지역 고용 활성화 방안을 공유하며, 대폭 개편되는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지원사업에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참여를 요청했다.
공모 내용도 개별 단위 사업이 아니라 광역이음프로젝트와 기초이음프로젝트 중심으로 바뀌었고, 지원 대상 역시 초광역권 내 전략·육성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지역이 더 이상 중앙의 사업 메뉴를 수동적으로 받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산업적 맥락을 스스로 묶어 제안해야 살아남는 구조로 바뀌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지역이 정말로 스스로 기획할 역량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수도권은 기업, 대학, 연구기관, 민간 자본, 인력 풀이 이미 응집돼 있기 때문에 산업 전환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일어난다. 반면 다수 지역은 핵심 기업 하나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관련 인력 양성 체계가 취약하며, 산업 위기가 오면 고용 위기가 지역 전체로 번지는 구조를 안고 있다.
실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의 제·개정 이유에서도 지역 산업의 경우 특정 주력 산업 의존도가 높아 해당 산업이 흔들리면 지역경제 전체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명시됐다. 결국 지금의 지역 불균형은 단순한 ‘돈의 부족’이 아니라,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편중된 생태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내발적 발전론이 다시 부상한다. 내발적 발전은 지역 밖의 큰 기업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부의 자원과 사람, 산업 축적을 결합해 스스로 성장 동력을 만드는 모델이다. 말은 오래됐지만 이제야 현실 정책의 중심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외부 기업 유치형 모델은 초기에는 화려하지만, 본사 기능과 연구개발, 투자 결정권이 지역 밖에 남아 있으면 고용의 질과 지속성은 한계가 뚜렷하다. 반대로 지역 대학, 지역 기업, 직업훈련 체계, 정주 여건이 한 묶음으로 작동하면 속도는 느려도 일자리의 뿌리는 훨씬 깊어진다. 결국 지역 일자리의 진짜 경쟁력은 공장 숫자가 아니라, 그 공장을 둘러싼 산업 네트워크의 두께에서 나온다.
스마트팜, 친환경 에너지, 디지털 전환이 지역 일자리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스마트팜이 진짜 지역 일자리로 이어지려면 단순 재배 시설을 넘어 데이터 관리, 장비 유지보수, 유통, 가공, 금융, 교육이 함께 묶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설은 지역에 있지만 부가가치는 외부 기업이 가져가는 또 하나의 하청형 구조로 머무를 수 있다.
친환경 에너지와 디지털 전환도 사정은 비슷하다. 태양광, 풍력, 수소, 에너지 저장장치, 데이터센터, 디지털 훈련센터 같은 키워드는 지역 발전의 미래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지역에 남는 일자리는 설치 공사와 초기 운용 인력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핵심 장비와 소프트웨어, 운영 알고리즘, 서비스 설계가 지역 밖에서 이뤄지면 지역은 다시 한번 ‘공간 제공자’ 역할에 머문다. 산업생태계가 없는 지역에서 신산업은 종종 미래 먹거리라기보다 외부 자본의 입지 전략으로 끝난다. 그래서 지금의 균형발전 논의는 산업 분야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역 내부에서 기술·인력·서비스가 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법과 제도는 이런 전환을 뒷받침할 틀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의 개정 취지는 지역 간 기회균등과 지역의 자립적 발전역량 증진, 삶의 질 향상,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다. 또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 제2조는 지역특구와 지역특화발전특구의 개념을 정하고, 같은 법 제9조는 특화특구계획에 특화사업, 규제특례, 재원조달 방법 등을 담도록 규정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산업과 제도 지원을 결합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법이 길을 열어준다고 해서 산업이 저절로 자라지는 않는다. 특구 지정은 출발선일 뿐이다. 그 이후 기업이 안착하고, 인력이 머물고, 교육과 주거가 이어지지 않으면 특구는 현판만 남고 고용은 외부 순환형으로 끝날 수 있다.
결국 진짜 문제는 지역사회 불균형이 산업생태계 불균형으로, 다시 고용 불균형으로 되먹임된다는 데 있다. 수도권은 사람과 기업이 몰리기 때문에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기고,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기기 때문에 다시 사람이 몰린다. 반면 비수도권 상당수 지역은 청년 유출로 교육과 소비가 약해지고, 소비가 약해지니 서비스업과 문화 인프라가 줄고, 인프라가 약하니 기업이 들어오기를 망설이고, 기업이 없으니 다시 청년이 떠나는 악순환에 갇힌다.
이 구조에서는 개별 기업 하나를 유치해도 생태계 전체가 받쳐주지 못하면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 지역 일자리 정책이 ‘숫자’보다 ‘구조’를 봐야 한다는 말은 바로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균형발전은 산업정책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려면 일자리만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주거가 감당 가능해야 하고, 교육 여건이 갖춰져야 하며, 의료와 문화, 교통이 최소한의 생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다시 말해 지역 산업생태계는 공장과 연구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된다.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도 출퇴근 교통이 불편하고, 아이를 키울 학교가 부족하고, 문화·의료 서비스가 열악하면 정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균형발전의 실패는 곧 생활 인프라 정책과 산업정책이 따로 놀았던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2026년을 향한 정부의 재정 재편이 진짜 시험대에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산이 늘었느냐 줄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지역 안에서 산업·인력·생활 인프라를 함께 엮는 구조를 만들고 있느냐다. 중앙정부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재정을 투입할 수 있으며, 규제를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이 스스로 어떤 산업을 선택하고, 어떤 인재를 남기고, 어떤 생활권을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으면 예산은 다시 사업 목록으로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중앙의 재정·제도 지원과 지방의 기획 역량이 맞물린다면, 지금의 정책 재편은 단기 고용사업의 반복이 아니라 지역 산업생태계 복원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지역 일자리 정책 재정렬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지역에 일자리를 몇 개 더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지역이 앞으로도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를 가질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이제 균형발전의 성패는 공모사업 선정 개수나 연도별 취업자 증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공급망이 남는지, 인재가 남는지, 기업의 의사결정 기능이 남는지, 청년의 삶이 남는지, 그 네 가지가 함께 남아야 지역도 남는다. 숫자는 발표로 만들 수 있지만 구조는 시간과 설계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26년의 균형발전이 진짜 전환점이 되려면, 정부는 이제 지역을 지원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스스로 살아남을 산업생태계를 설계해야 할 주체로 대해야 한다. 그 변화가 시작되지 않으면 지역 일자리는 또 한 번 숫자만 남기고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