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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SNS 맛집'의 이면, 원산지 속임, 과태료 몇 십만 원으로 끝나..

 

데일리연합 (SNSJTV) 송은하 기자 |  소셜미디어에서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뒤통수를 맞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은 23일 SNS를 통해 홍보되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벌여 원산지 표시법을 위반한 20개 업체를 적발했다.

 

이들 업체는 미국산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하거나, 중국산 배추김치를 사용하면서 원산지 표기를 아예 하지 않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해왔다. 농관원은 거짓 표시 업체에 대해 형사 입건 조치했고, 미표시 업소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적발의 특이점은 단속의 무대가 SNS라는 점이다. 배달앱과 블로그를 넘어 인스타그램, 유튜브 쇼츠, 틱톡 등을 통해 '바이럴' 된 식당들이 원산지 속임의 새로운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점검을 통해 드러났다. SNS 맛집이라는 타이틀은 곧 높은 방문객 수와 신뢰로 연결된다.

 

그 신뢰를 등에 업고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는 단순한 표시 위반이 아니라 정보 비대칭을 의도적으로 활용한 기만이다. 실제로 올해 3월 농관원이 배달앱 등 통신판매 원산지 정기단속을 벌인 결과에서도 위반 업체 119개소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주요 위반 품목은 배추김치(28건), 돼지고기(23건), 두부류(12건), 닭고기(12건) 순이었다. 원산지 위반은 일부 식당의 일탈이 아니라, 외식업계 일각에서 반복적으로 구조화된 관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신호다.

 

문제는 처벌이 이 구조적 위반을 억제하기에 턱없이 약하다는 데 있다. 현행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은 원산지 미표시의 경우 1회 30만 원, 2회 60만 원, 3회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거짓 표시는 형사 입건으로 이어질 수 있고 최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이 규정돼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 이 상한선에 가까운 처벌이 내려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반복 위반자에 대한 가중 처분 기간이 2022년부터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원산지를 속여 얻는 수익이 그 위반으로 치르는 과태료를 훨씬 상회하는 구조에서 처벌의 억제력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처벌 강화가 필요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원산지 거짓 표시는 소비자 건강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범죄다. 국산 식재료와 수입 식재료는 검역 기준, 항생제 사용 이력, 위생 관리 수준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산이라 믿고 섭취했지만 실제로는 위생 관리 기준이 낮은 수입산이었다면 이는 소비자의 건강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특정 알레르기나 식품 민감성을 가진 소비자에게는 원산지 정보가 건강과 직결되는 필수 정보다. 이를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왜곡하는 행위를 단순 '표시 위반'으로 가볍게 다루는 것은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둘째, 국내 농어민과 정직한 자영업자에 대한 역차별의 문제다. 국산 돼지고기와 수입산 돼지고기의 가격 차이는 크게는 두 배 이상 벌어진다. 원산지를 속이는 업소는 그 차액으로 불법적인 이윤을 취하는 반면, 정직하게 국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업소는 가격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선다.

 

원산지 속임이 횡행할수록 국내 농어민의 판로는 좁아지고, 성실한 소상공인들의 영업 기반이 훼손된다. 이는 단순히 한 업체의 문제를 넘어 공정한 시장 질서 전체를 갉아먹는 행위다.

 

셋째, SNS 기반 마케팅 환경의 변화가 원산지 위반의 파급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고 있다. 과거에는 동네 단골집을 속여봤자 영향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지금은 SNS 하나로 하루에 수백 명이 유입되는 '바이럴 맛집'이 탄생한다.

 

더 많은 손님이 몰릴수록, 더 오랫동안 원산지를 속일수록 불법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럼에도 적발됐을 때의 제재는 고작 수십만 원의 과태료에 그친다면, 이는 범죄 행위에 대한 '사업 비용'으로 계산될 여지가 있다. SNS 확산력이 만들어내는 피해 규모와 처벌의 무게 사이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제도적 개선 방향은 분명하다. 위반 수익에 비례한 과징금 체계의 도입이 우선이다. 현재 거짓 표시에 대한 과징금은 최대 3억 원이지만, 이는 2년 이내 2회 이상 반복 위반 시에만 적용된다. 단 한 번의 위반에도 실제 불법 수익의 몇 배를 환수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억제력은 생기지 않는다.

 

나아가 SNS를 통해 홍보된 업소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와 신고 포상금 현실화, 위반 업소의 플랫폼 노출 차단 등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집행 수단이 필요하다. 이름 뒤에 숨겨진 위반을 막으려면 단속의 빈도보다 처벌의 무게를 먼저 키워야 한다.

 

농관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안심하고 음식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단속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위반 사항 신고를 당부했다. 단속 강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적발 이후 가해지는 제재가 재범을 막을 만큼 강하지 않다면, 단속은 반복되고 위반도 반복될 것이다.

 

소비자의 식탁을 지키는 것은 '주의해달라'는 당부가 아니라, 속이는 것이 확실히 손해가 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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