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이기삼 기자 | 최근 정부가 확정·공표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소비 둔화와 일부 산업 부문의 배출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까지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되며, 산업계 전반에 구조적 전환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상 ‘감소’…그러나 구조적 감축과는 거리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경기 둔화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설비 전환이나 공정 혁신에 따른 구조적 감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발전·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중장기 배출 감축 속도는 정부가 제시한 연평균 감축 경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감축 부담이 특정 연도에 집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CBAM 전면 시행 앞두고 수출 산업 부담 확대
국제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입 제품에 대해 사실상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를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다. 현재는 전환 기간으로 보고 의무만 부과되고 있으나, 2026년부터는 본격적인 비용 부과가 시작될 예정이다.
CBAM 적용 대상에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이 포함돼 있어, 국내 산업계에 직접적인 비용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탄소 회계 기준이 적용되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 중소기업까지 영향권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배출권거래제(K-ETS) 부담도 가중
국내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핵심 수단인 배출권거래제(K-ETS) 역시 기업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1~2025년 3차 계획기간이 진행 중인 가운데, 무상 할당 비중 축소와 배출권 가격 변동성이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업종에서는 실제 배출량 대비 할당량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배출권 구매 비용이 원가 부담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시장 유동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ESG 평가 강화…중소기업 부담 현실화
기후변화 대응은 금융 부문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TCFD 권고안과 국제 공시 기준을 반영해 기업의 기후 리스크를 재무 위험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 관리 수준이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SME)이다. 배출량 측정과 감축 전략 수립, 관련 데이터 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규제 대응 비용 자체가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감축 압박, ‘규제’ 넘어 산업 구조 재편으로
전문가들은 현재의 흐름을 단순한 환경 규제 강화가 아닌, 산업 구조 전환 국면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 공정 도입, 순환경제 체계 구축 여부가 향후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명확한 정책 로드맵과 지원 체계를 제시해야 하고, 기업은 중장기 전략 차원의 투자 결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권 역시 녹색 전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산업 생존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산업계가 이 전환기를 어떻게 넘어서느냐에 따라 향후 국제 경쟁력의 향방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