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김용두 기자 | 플랫폼 기업의 본질은 '연결'과 '상생'이다. 그러나 국내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보여주는 최근의 행보는 이러한 본질을 망각한 채, 입점 업체를 볼모로 한 '금융 놀이'와 '기술적 약탈'에 가깝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쿠팡이 1조 원대가 넘는 대규모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정작 매출을 일으킨 입점 업체들에게는 대금 지급을 최대 60일간 유예하는 기형적인 정산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더해, 자금난에 허덕이는 소상공인들에게 '선정산'을 미끼로 고액의 이자를 챙기는 금융 상품을 운용하고, 잘 팔리는 상품을 가진 업체에 사업권을 넘기라고 종용했다는 녹취록까지 공개되며 국민적 공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갑질'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리스크다.
'금융 파트너'인가, '고리대금업'인가… S(Social)의 실종
글로벌 ESG 경영에서 'S(사회)' 부문의 핵심 지표 중 하나는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와 '동반성장'이다.
스타벅스나 유니레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의 재정 건전성을 돕기 위해 결제 기일을 단축하고,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상생 펀드'를 운영하는 것은 도덕적 허세가 아니다. 공급망이 무너지면 본사의 생존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반면 쿠팡의 구조는 정반대다. 쿠팡은 판매 대금을 두 달 가까이 묶어둠으로써 발생하는 막대한 유동성을 자신들의 운영 자금으로 활용한다. 반면, 당장 현금이 급한 소상공인에게는 자신들이 묶어둔 돈을 내어주는 대가로 연리 환산 시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수료(이자)를 떼어간다.
이는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입점 업체를 하청기지가 아닌 '현금인출기'로 전락시키는 행태다. 1조원의 빚을 내어 몸집을 불리면서, 영세 사업자의 코 묻은 돈으로 이자 놀이를 하는 구조는 '혁신 금융'이 아니라 전형적인 '약탈적 금융'에 가깝다.
데이터 독점과 PB 강매… G(Governance)의 투명성 훼손
더욱 충격적인 것은 최근 드러난 PB 관련 의혹이다. "장사가 잘되면 사입으로 넘기라"는 강압적인 녹취록은 쿠팡이 축적된 데이터를 어떻게 악용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마존(Amazon) 역시 자사 PB 상품 우대 논란으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소송에 휘말린 바 있다. 그러나 쿠팡의 사례처럼 입점 업체에게 직접적으로 사업권 이양을 압박하는 행태는 시장 경제의 룰을 파괴하는 행위다. 이는 ESG 중 'G(지배구조)'의 핵심인 '공정 거래'와 '투명성'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애플(Apple)이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협력사에게 엄격한 '공급업체 행동 강령(Supplier Code of Conduct)'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들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려 노력하는 것과 비교하면 쿠팡의 행태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도 모자라, 잘 뛰는 선수의 다리를 거는 격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진짜 혁신'이 필요
지금 쿠팡에게 필요한 것은 '계획된 적자'를 메우기 위한 꼼수가 아니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면, 재무제표상의 숫자보다 파트너와의 신뢰 자본을 쌓는 것이 우선이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모든 이해관계자(주주, 직원, 고객, 공급업체)에게 이익을 주지 못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매출 정산 주기를 글로벌 표준에 맞춰 대폭 단축하고, 선정산 시스템이 아닌 실질적인 상생 금융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독점을 통한 PB 밀어주기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소명하고 공정 경쟁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소상공인의 고혈을 짜내어 쌓아 올린 '로켓배송'의 신화는 모래성일 뿐이다. 쿠팡이 국민적 사랑을 받는 플랫폼으로 남을지, 아니면 '괴물'이 되어 규제의 칼날을 맞을지는 이제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