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김민제 기자 | 지난 2년간 인공지능(AI), 특히 생성형 AI는 전 세계 기술 산업의 중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이미지·텍스트 생성형 모델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일으켰고, 투자자들은 앞다투어 자금을 투입했다.
일부 스타트업은 창업 2~3년 만에 기업 가치가 수십억 달러까지 치솟으며 ‘차세대 유니콘’으로 불린다. 대형 테크 기업 또한 자체 AI 모델을 앞세워 클라우드 서비스·검색·생산성 소프트웨어 등에 통합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이 화려한 겉모습 뒤에 ‘실질적 성과 부재’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투자한 기업 중 약 95%가 아직 의미 있는 매출이나 시장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술적 시연은 혁신적이지만,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닷컴 버블 데자뷔” vs “장기 성장의 초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AI 열풍이 과거 닷컴 버블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인터넷의 잠재력은 분명했지만, 시장 검증 없이 기업 가치가 급등했고 결국 상당수가 붕괴했다. 당시 살아남은 기업은 아마존, 구글 등 시장에서 실질적 가치를 증명한 소수였다.
현재 생성형 AI도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 다수가 ‘기술력 과시’에 집중하면서 실제 수익 모델이나 고객 확보 전략은 뚜렷하지 않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지나치게 앞서면서 기업 가치가 실제 역량 이상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상황을 단순한 ‘거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AI는 의료, 교육, 금융, 제조 등 거의 모든 산업에 파급될 수 있는 범용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라는 점에서 장기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이유다. 한 기술 투자 전문가는 “현재는 실험과 시행착오의 단계이며, 향후 몇 년 안에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진보와 상업화의 간극
AI가 지닌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상업화 과정은 생각보다 더딘 편이다.
첫째, 운영 비용이 높다. 대형 언어모델(LLM)을 학습·운영하기 위한 컴퓨팅 자원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중소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어렵다.
둘째, 지속 가능성의 문제가 있다. 모델이 보여주는 답변은 혁신적이지만, 여전히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나 정확도 한계로 인해 의료, 법률 등 고위험 분야에는 바로 적용하기 힘들다.
셋째, 규제 리스크가 크다.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AI 윤리 문제 등이 불거지며 각국 정부는 규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빠른 상용화에 제약을 받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승자의 조건: 기술+비즈니스 모델
결국 승패는 기술의 진보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적합성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단순히 ‘데모 쇼케이스’ 수준에 머물면 거품은 불가피하다”며, 고객이 실제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효용을 제공하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일부 기업은 고객센터 자동화, 기업 문서 요약, 콘텐츠 제작 도구 등 비교적 명확한 수익 모델을 제시하며 시장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찾으며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투자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서비스화에 실패하는 스타트업은 향후 구조조정의 파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망: “냉정한 검증의 시기 도래”
AI 산업은 분명 거대한 변화를 이끌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현재 투자 열기는 기술의 실질적 성과보다 기대와 과장이 앞선 측면이 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안에 대규모 조정이 올 수 있으며, 거품이 걷히는 과정에서 진짜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생성형 AI가 혁신의 미래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투자의 착시로 기록될지는 이제 기업들이 기술을 시장에서 어떻게 검증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