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타임즈M) 송동섭 기자 | 바이오산업은 한때 제약과 의료의 연장선에서만 이해되던 분야였다. 그러나 글로벌 산업 흐름을 다시 짚어보면, 바이오는 더 이상 특정 분야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 식량과 에너지, 제조업 전환까지 동시에 연결되는 핵심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었다.
기술의 확장 속도만 놓고 보면 인공지능과 반도체가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산업 구조를 바꾸는 깊이와 범위 측면에서는 바이오가 훨씬 더 넓은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5년 들어 바이오경제가 식품, 소재, 의약, 제조 전반으로 확장되며 공급망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고, OECD 역시 합성생물학과 차세대 바이오기술이 경제 성장과 안보, 회복력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오산업이 중요한 이유를 단순히 “미래 유망 산업”이라는 표현으로 정리하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진짜 이유는 바이오가 기존 산업의 보조 기술이 아니라, 산업의 원료와 생산 방식, 공급망 구조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5년 6월 보고에서 현재 세계 경제에 투입되는 물리적 원료의 최대 60%까지 생물학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말은 곧 바이오가 의료를 넘어 화학, 식품, 소재, 연료, 제조 공정까지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산업은 석유화학과 금속, 대규모 기계설비 중심으로 움직여 왔지만, 바이오기술은 살아 있는 시스템과 발효, 효소, 미생물 공정을 통해 같은 결과물을 더 다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산업 문법의 변화에 가깝다.
이 흐름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바이오산업이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공급망 재편이라는 세 가지 압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로 꼽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세계 산업은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 불안, 전쟁과 무역 갈등에 따른 원료 조달 차질, 팬데믹 이후 보건안보 위기를 동시에 겪었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산업은 단순한 성장 산업이 아니라 위기 대응 산업으로 재평가됐다.
OECD는 25년 관련 논의에서 바이오제조가 기후·생물다양성·성장 목표를 동시에 연결하는 산업이며, 특히 공급망 회복력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물 기반 생산은 특정 국가의 화석연료나 희귀 자원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지역 단위 생산 체계를 구축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데도 유리하다.
보건의료 부문에서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25년 시점에서 더 중요한 변화는 바이오가 의료를 넘어 제조업과 식품, 소재 산업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5년 1월과 6월 잇따라 발표한 자료에서 바이오산업과 AI, 자동화 기술의 융합이 식량, 의약, 산업소재 생산을 동시에 혁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밀발효와 합성생물학은 기존 농업과 석유화학 기반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는 단순한 연구개발의 확대가 아니라, 산업 전체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산업의 관점에서 이 문제는 더 직접적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제조 강국이지만, 원료와 에너지, 핵심 중간재 상당 부분을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바이오산업은 단순한 신산업 육성 대상이 아니라 한국 산업의 취약성을 줄일 수 있는 전략 분야로 읽힌다.
실제로 24년 기준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25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산업은 생산 9.8%, 수출 17.1%, 투자 46.1% 증가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24년 실적 기준이지만, 25년 이전 이미 바이오산업이 경기 둔화 국면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성과 투자 확대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바이오산업이 단순한 기대 산업이 아니라 실제 투자와 생산, 수출이 움직이는 실물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과 실제로 산업으로 키워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여기서 드러나는 가장 큰 병목은 상용화의 속도다. 세계경제포럼은 25년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50개가 넘는 국가가 바이오경제 전략을 발표했지만, 상당수는 비전 수준에 머물고 있고 실제 상업화 계획과 생산 기반 구축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은 빠르게 진전되고 있지만, 공장을 짓고 표준을 만들고 규제를 정비하고 금융을 연결하는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바이오산업의 진짜 경쟁은 연구 논문이 아니라 생산 시설과 인허가, 투자 구조, 인력 양성 체계에서 갈린다.
바이오산업이 중요한 또 다른 근본 원인은 일자리와 산업 전환 효과에 있다. 기존 제조업이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고용 구조 변화를 겪는 동안, 바이오는 연구개발뿐 아니라 생산, 공정설계, 규제 대응, 품질관리, 데이터 분석까지 폭넓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특히 바이오제조는 AI·자동화·클라우드와 결합하며 새로운 형태의 융합 일자리를 만든다. 세계경제포럼과 OECD는 모두 바이오산업을 기술융합의 대표 분야로 꼽았고, 이 융합이 새로운 성장과 고용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바이오가 단순히 의약품 몇 개 더 만드는 산업이 아니라, 산업생태계 전체를 다시 조직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바이오산업은 ‘안보 산업’이라는 성격도 강해지고 있다. 팬데믹은 백신과 진단, 치료제 공급 능력이 단순한 기업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문제임을 보여줬다. 여기에 식량과 바이오소재, 바이오연료까지 포함하면 바이오산업은 국민 건강을 넘어 국가 생존 시스템과 연결된다.
OECD는 25년 바이오제조 관련 논의에서 각국이 국내 바이오생산 역량을 강화하려는 이유를 단순한 성장 논리가 아니라 경제 안보와 공급망 회복력 차원에서 설명했다. 이는 결국 바이오산업을 외부 충격에 강한 국가를 만드는 핵심 축으로 본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자동으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바이오 분야는 투자 회수 기간이 길고, 규제와 안전성 검증이 까다로우며, 생산 단가를 낮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세계경제포럼은 정밀발효와 바이오 기반 제품이 대량 상업화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단가와 생산 규모 문제를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은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기존 화학·농업 기반 생산 시스템과 가격 경쟁을 하려면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공정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 역할이 커진다. 초기 시장 형성과 표준 정비, 위험 분담 금융, 인허가 합리화 없이는 민간이 단독으로 산업화를 끌고 가기 어렵다.
25년 9월 시점에서 바이오산업이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의 답은 분명하다. 그것은 단순히 성장률이 높아서가 아니다. 바이오는 의료를 넘어 식품과 소재, 제조와 에너지, 환경과 안보를 동시에 연결하는 산업이며, 기존 산업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미래 산업 구조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바이오는 앞으로 무엇을 먹고, 무엇으로 만들고, 무엇으로 치료하고, 무엇으로 버틸 것인가를 결정하는 산업이다.
한국이 이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라는 추상적 표현에만 가둬둘 것이 아니라, 공급망 회복력과 제조업 혁신, 기후 대응, 보건안보를 동시에 묶는 전략 산업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25년까지의 흐름이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바이오산업은 이미 중요해진 것이 아니라, 산업의 기본 질서를 다시 짜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그 흐름을 읽지 못하면 바이오는 유망 산업으로만 남겠지만, 제대로 읽어내면 국가 산업 구조를 바꾸는 새로운 중심축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