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봄의 기운 만큼, 사람들은 일상속에서도 더 다양한 정신적 자양분을 찾고 그 속에서 쉼과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갈망이 커지는 것 같다.미술에서도 근본이 되는 기본색이 더 다양한 색을 창출하고 표현하듯, 음악에서도 기본색이 되는 클래식을 통해 더 다양한 음악이 창출되기에, 점점 더 근본과 기본에 대한 중요성은 커질 수 밖에 없다.어려울 수도 있지만, 기본이 가지는 중요성과 그 깊이의 매력을 조금 더 쉽게, 그리고 체험하듯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신상일의 독주회가 지난 4월26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렸다. 유럽과 한국에서 솔로이스트로서, 그리고 앙상블로 활동하며 들려준 진중한 음악적인 색채가 현지 관객과 음악관계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기에 오늘 열린 독주회는 많은 기대와 함께 필자를 비롯한 애호가들의 발길을 연주장으로 이끌었다.

독주회의 사회자로 뮤지컬 배우정원영씨의 연주자의 소개, 곡의 간단한 설명과 함께 첫 막이 올랐다. J. S. Bach의 <Jesu, Joy of Man’s Desiring>은 하피스트한혜주와 함께 경건함과 평안을 주는 지상천국의 분위기로 홀 전체에 물들였다. 그리고 이어진 C. Gounod/F. Liszt의<Faust Waltz>는 피아니스트 신상일이 가진 에너지의 끝이 어디인지, 마치 수학의 뫼비우스 띠와 같이 끝을 알 수 없는 무궁무진함을 엿볼 수 있었다.왈츠의 춤사위가 떠오르면서도 멈출 수 없는 신을 신은 듯 뛰어노는 그의 손가락은 관객들의 숨마저도 멎게 만들 것 같았다. 이어진 드뷔시의<Estampes (판화)>는 제목 그대로 마치 작곡가의 감각을 하나하나 찍어내는 듯 했다. 1악장은 고요한 산 속, 동양적인 풍경을 그려내었고, 특히 2악장의 하바네라 풍과 3악장의 피날레의 화려함은 놀라웠다.1부의 마지막 곡인 V. Monti의 <Czardas>는 많이 들어본 익숙한 곡이었지만, 피아노가 하프와 함께 어떻게 어우러질지 많은 기대감이 있었다. 익숙한 멜로디지만, 익숙하지 않은 듯 우아하면서도 발랄한 듯한 하프의 선율과피아노의 조화로움은 관객들의 가슴까지 들뜨게 만들었다. 그리고 2부에서 들려준 P. Musorgskii의 <Pictures at an Exhibition>은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친구 중 건축가였던 하르트만의 죽음 후 고인을 기르기 위한 유작의 전시회를 보고 음악적인 재능을 발휘하여 완성한 곡이며 10개의 모음곡으로 구분이 되어있다. 피아니스트 신상일은 인상적인 프롬나드로 이어지는 곡 하나 하나를연주하는데, 마치하르트만이라는 건축가의 그림들을 하나씩 그리며 전시하는 듯 했다. 피아노 건반의 색깔은 그저 검은색과 흰색이었지만 그는 마치 두 가지의 물감으로 다양한 색을 만들고 표현하는 화가처럼 음을 터치하며 그려내었다. 무려 30여분 홀로 무대 위에 고독하게 싸워야 할 것 만 같던 피아니스트 신상일의 2부의 연주는 보는 필자까지도 그 시간 그저 앉아 듣기만 하는 관객에 불과한 순간에 그치게 하지 않았다.쉼을 주는 연주도 중요하지만, 뭔가 함께 연주하는 것 같은, 그 에너지를 함께 공유하는 것 같았던 그의 연주는 더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피아니스트 신상일, 그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해왔던 연주들, 단 30분 또는 오늘과 같은 독주회처럼 1시간 반 동안의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그가 연구하고 연습하며, 연주했던 그 기록들과 흔적은 지금 피아니스트 신상일을 만들었으며, 음악인으로서의 그의 가치가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연주자마다 가진 연주 방식이나 매력이 다르겠지만, 그와 작곡가와의 악보를 통한 소통, 표현하는 연주 속에서 피아노를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연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던 독주회였다.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그가 때로는 쉼으로, 때로는 에너지의 공유로 다가올 것에 대한 기대감은 다음의 그의 연주를 기다리게 만든다.
예술통신SMCM_글쓴이. 이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