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이기삼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 쿠팡 청문회를 지켜본 뒤 남긴 첫 인상은 강했다. 장관은 청문회 참석 소회를 전하며 쿠팡이 개선 가능하겠느냐는 취지의 의문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기업이 겪는 위기의 크기보다 그 위기를 대하는 태도가 더 큰 리스크를 만든다는 경고가 정부 고위 당국자의 언어로 표출된 셈이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쿠팡을 둘러싼 복합 이슈가 겹쳐 있다. 국회 청문회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대응과 책임 공방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정부 측과 쿠팡 측 입장이 공개석상에서 충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청문회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유출 경위와 책임 소재, 보안 관리 실태, 그리고 조직 내 의사결정 시스템이었다. 특히 정부 기관과의 소통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며 기업 설명의 신뢰성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의 다툼을 넘어 위기 대응의 원칙이다. 대형 플랫폼 기업의 위기에서 사회가 기대하는 첫 장면은 책임 범위의 인정과 진심에 가까운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의 설계도다.
반면 청문회에서의 언어가 방어와 정당화에 치우쳤다고 비쳐질수록 국감이라는 공적 무대는 곧바로 기업 문화의 바로미터가 된다. 장관이 지적한 지점 역시 개선 의지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는 인식에 가깝다.
쿠팡을 둘러싼 또 하나의 축은 산업재해 대응이다. 노동부가 산재 은폐 의혹 등과 관련해 수사에 나섰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이 사안이 사실로 굳어지는지 여부와 별개로 사회가 느끼는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안전 사건과 보안 사건이 동시에 반복될 때 조직은 안전과 윤리, 통제의 총체적 실패 의심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장관 발언 가운데 산재와 정보보안 이슈를 한 축에서 바라보는 대목은 상징성이 크다. 작은 사고를 덮는 문화가 누적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는 특정 사건의 단정이 아니라 위험 신호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위기의 본질이 사건 하나의 잘잘못이 아니라 기업의 체계가 실제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가는 순간이다.
국민 정서와의 괴리는 여기서 커진다. 이용자와 노동자, 소상공인까지 생태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일수록 사회적 기대치가 높다. 그 기대치는 돈으로 계산되는 보상안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책임 소재를 쪼개고 외부 요인을 강조하는 설명은 단기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장기 신뢰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국감과 청문회에서는 성과와 혁신보다 공공성, 안전, 기본권, 보호 의무가 우선 질문으로 올라온다.
이 지점에서 쿠팡이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는 문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진단의 부재다. 사고 원인과 관리 실패의 범위를 스스로 규정하지 못하면 재발 방지 역시 구호에 머문다.
둘째 사과의 결핍이다. 법률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피해와 불안을 초래한 사실 자체에 대한 공감과 유감 표명은 별개로 가능하다.
셋째 보상 중심의 봉합이다. 보상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이 아니다. 재발 방지와 책임 체계가 보상보다 뒤에 놓이면 사회는 이를 눈가리고 아옹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렇다면 근본 처방은 무엇인가. 답은 지배구조와 통제의 문제로 수렴한다. 최고경영진이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를 비용이 아닌 핵심 리스크로 취급하고 있는지, 안전보건과 정보보안 책임자가 실질적 권한과 예산을 갖고 있는지, 사건 발생 시 보고 라인과 의사결정 속도가 책임 회피가 아닌 피해 최소화로 설계돼 있는지, 내부고발과 문제 제기가 불이익 없이 작동하는지 여부가 핵심 지표가 된다.
이 네 가지가 서지 않으면 어떤 선언도 현장에서는 체크리스트로만 남는다.
특히 플랫폼 기업의 거버넌스는 복수 이해관계자 구조를 전제로 재설계돼야 한다. 물류 현장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는 부서별 과제가 아니라 이사회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전사 리스크다. 사고 발생 시 외부에 내놓는 메시지보다 먼저 내부에서 책임과 개선 과제를 확정하는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흔들릴수록 시장과 사회는 내부 통제도 흔들리고 있다고 해석한다.
정부의 모니터링과 제재 논의가 강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부는 산재 관련 수사와 감독을 언급했고 국회와 정부 기관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안에서 책임 규명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이 선택할 길은 방어로 시간을 버는 방식이 아니라 체계를 증명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쿠팡 사안은 단지 한 기업의 위기 관리 사례가 아니라 국내 플랫폼 산업 전반에 던지는 질문이다. 빠른 성장의 비용을 누가 떠안았는지, 안전과 보안이 성장의 후순위였던 것은 아닌지, 사회적 책임을 내부 통제와 거버넌스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국감의 본질은 처벌보다 개선이지만 개선은 진단과 책임, 그리고 반복 방지의 구조로만 가능하다. 쿠팡이 다음 장면에서 보여줘야 할 것은 홍보 문구가 아니라 통제 체계의 실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