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김혜정기자] 초등학생 10명 중 8명이 TV를 보면서 대출 광고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의연대는 서울·경기 지역 초등학교 4~6년생 36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9.2%(286명)가 TV를 통해 대출 광고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30일 밝혔다. 초등학생들은 대부업 광고 중 ▲노트북에서 돈이 나오는 장면 ▲돈을 빌리면서 활짝 웃는 장면 ▲갑자기 날아와서 돈뭉치를 안겨주는 장면 등이 쉽게 떠오른다고 답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노형식 연구위원이 지난해 한국갤럽에 의뢰해 만20세∼59세 성인 500명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금융광고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90.4%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의 47.5%는 '다른 상품 광고보다 금융 광고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답했다. 가장 문제가 있는 금융 광고로는 72.1%가 대부업을 꼽았고 ▲보험(9.7%) ▲캐피털(6.4%) ▲저축은행(4.2%)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금융광고를 가장 많이 접하는 매체로는 방송(케이블·공중파·홈쇼핑)을 80.6%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 가운데 케이블TV가 52.0%를 차지했다. 또한 케이블TV 매체를 중심으로 안방을 파고드는 대부업체 광고는 허위·과장에 가까운 내용이 많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업체는 일단 손님을 끌고 보자는 식으로 자극적이고, 과장된 광고문구를 앞세운다. 특히 대부업 광고에 많이 쓰이는 표현인 '3초 만에' '누구나' '무상담' '단박 대출' 같은 문구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표현들이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실 속에선 대출 과정이 광고문구처럼 빠르지도 않고 상담을 하고 나서는 대출이 거절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금리나 추가 비용 등 금융소비자가 돈 빌릴 때 인식하고 있어야 할 중요 정보를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하는 등 편법이 행해지고 있다. 경고사항은 작은 글자로 흐릿하게 표기하거나 빠른 속도로 지나가게 처리해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쉽지 않다. 대부업 광고는 특히 케이블TV 매체를 중심으로 급속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38개 주요 케이블TV 채널에서 하루 평균 1043건의 대부업 광고가 전파를 탔다. 하루가 24시간, 1440분으로 계산해보면 심야시간(0~6시)을 제외하고 1분에 1번꼴 이상으로 대부업 광고가 TV에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이는 103개 케이블 방송 채널 가운데 38곳만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금융소비자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이보다 더 많은 대부업 광고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은 "대부업체를 이용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제도권 상위 금융사와의 거래가 차단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케이블TV 방송 광고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않는다"며 "케이블TV나 버스, 지하철 등에서 대부업 광고를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대학교수는 "TV 대출 광고에 대한 문화적 저항이 상당하지만 금융정보로서의 가치와 뉴미디어 산업의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인 효용이 있는 만큼 강제 규제보다는 자율규제를 극대화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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