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기습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마을. 인근
오봉산과
매봉산 등산객 등으로 사람이 많이 찾았던 활기찬 마을은 순식간에 참사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이날 산사태로 펜션과 음식점 등 3곳에서 머물고 있던 여행객 중 9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 마을로 봉사활동을 하러 왔던 대학생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오전 0시쯤 마적산 자락 뒤편 야산에서 굉음과 함께 쓸려 내려온 토사는 건물 5채를 집어 삼켰다. 특히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펜션과 음식점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펜션에서 곤히 잠든 여행객들을 단 몇 초 만에 봉변을 당했다. 도망칠 새도 없었다.
극적으로 구조된 한 대학생은 "밤 12시쯤 후배와 민박집 앞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2층 펜션이 무너지면서 흙더미가 우리 쪽으로 덮치는 게 보였다"며 "1초도 안 돼 흙에 확 파묻혀서 쓰러졌다"라고 말했다.
무너진 펜션 인근에서 머문 투숙객도 "갑자기 기차 폭음처럼 큰 소리가 나 이상하다 싶어 밖에 나가보니까 '살려 달라'는 소리와 함께 토사가 순식간에 휩쓸려 내려와 있었다"라고 말했다.
산에서 내려온 토사는 건물을 통째로 덮쳐 지붕만 남긴 채 건물을 산산조각 냈다. 주위에는 주방용품, 가구 등 가재도구가 진흙더미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곳곳의 건물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흙 속에 파묻혀 버렸다.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서는 봉사활동을 하러 마을을 찾은 대학생과 인근 투숙객이 잇따라 구조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피해 현장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