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영풍/MBK 경영권 분쟁 시리즈
[이슈분석1] 고려아연 최윤범의 '개미 떡밥 던지기'
[이슈분석2] 고려아연 임시주총 D-1, "승자는?"
[이슈분석3] 고려아연, 임시주총, 신의 한 수된 '상호 의결권 제한'
데일리연합 (SNSJTV. 아이타임즈M) 이슈보도팀 | 고려아연(코스피 0101130) 최윤범 회장이 최근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중 임시이사회를 연 가운데 그 배경에 주목이 쏠리고 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하 영풍연합)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최 회장이 묘수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풍연합은 최 회장의 제안을 꼼수라고 표현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 회장이 제안한 안건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머지 개인주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가 어떤 제안을 했는지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 전쟁, 현재는 영풍연합이 유리
영풍연합은 현재 46.7%, 고려아연 측은 40%의 고려아연 주식을 갖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영풍연합의 지분을 뛰어넘으려면 7% 이상의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고려아연 총 발행주식수 2,070만 3,283주에서 144만 9,230(7%)주를 사야된다. 이는 현재 시가로 무려 1조 6,000억원이다.
고려아연은 24년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을 약 2조 1473억 원 가지고 있다. 다만, 이는 고려아연의 자금이지, 최 회장의 개인 재산이 아니다. 결국, 최 회장 개인돈으로 주식을 사서 개인 지분을 늘여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임시이사회에 올라온 안건들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최 회장이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의 이사회 장악을 막으려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최윤범 회장의 떡밥은?
최 회장은 ▲이사회 이사 의석수 상한 설정 ▲집중투표제 도입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외국인 사외이사 도입 ▲액면분할 ▲분기배당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 중에서 이사회 이사의석 수 상한 설정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사회 이사의석 수 상한 설정 사안부터 보자.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7명 사외이사를 더 추가해서 19명(1명은 제외)으로 맞추자는 것이 최 회장의 제안이다. 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14명을 더 추가한 27명이 되기를 원한다.
최 회장 측과 영풍연합은 왜 각자 다른 이사회 의석수를 제안했을까?
"이사회 커지면 안 돼"... 그의 속내는?
앞서 설명했듯, 영풍연합이 최 회장측보다 지분율이 높다. 이는 곧, 이사회 의석수를 늘리면 영풍연합 측에서는 본인들에게 유리한 이사들을 더 선임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현재 고려아연의 총 이사 의석수 13명이 모두 고려아연에 우호한 인사로 선임됐다고 가정한다면, 전체 의석수를 늘려 14명을 넣어야 영풍연합 측이 경영권 방어이 유리하다. 그래야 영풍연합 측에 우호한 이사 수가 고려아연 이사 수의 과반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7명만 더 추가하자고 했다. 기존 이사회 구성원 13명에서 7명만 추가해도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카드, 집중투표제
최 회장이 꺼낸 또 하나의 카드는 바로 집중투표제다. 이사 선임에는 대표적인 2가지 투표 방식이있다. 단순투표제와 집중투표제이다. 단순투표제는 '1주=1표', 집중투표제는 '1주x이사의 수' 방식으로 투표를 한다.
예를 들어, 총 발행 주식 수 10,000주 중 대주주가 7,000주, 소액주주가 3,000주를 갖고 있다고 해보자. 이사 5명을 선임한다고 하면, 대주주는 각 이사를 선임할 때마다 7,000주씩 행사할 수 있다.
대주주는 5명의 이사에게 각 7,000주씩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소액주주 역시 각 이사에게 3,000주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사를 선임할 때마다 대주주 7,000주 vs 소액주주 3,000주의 구도가 나오기에, 대주주가 선호하는 이사가 선임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단순투표제다. 주식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기기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단순투표제 방식을 따른다.
반면, 집중투표제는 단순투표제와 다르게 소액주들이 자신의 표를 몰아줄 수 있다. 단순투표제에서는 소액주주가 3,000표씩 5명 이사들 각각 선임마다 나눠서 의결권 행사를 해야했다. 그런데 집중투표제에서는 5명한테 각 표를 분산하지 않고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사 선임 5명 x 3,000표를 하면 총 1만 5000표가 된다. 이를 한 명의 이사에게 몰아주면, 기존 3,000표가 아닌 1만 5,000표가 되는 것이다. 대주주의 표를 넘어 설 수 있다.
현재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은 영풍연합보다 적기 때문에 단순투표제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집중투표제로는 유리한 위치 선점이 가능하다. 자신들의 표를 소수의 이사들에게 몰아줘서 최소한 자신에게 우호적인 몇 명의 이사진들을 선임할 수 있다.
거버넌스 개선에 주주환원까지?
또한, 최 회장은 거버넌스 개선을 목적으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하겠다고 했다.
기존 고려아연의 이사회 의장은 최 회장 자신이었다. 그러다, 유상증자 논란 이후 스스로 의장직을 내려놨다. 추가적으로 외국인 사외이사도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실제로, 최 회장 측 제안서에는 제임스 앤드류 머피(James Andrew Murphy)라는 호주 퀸즐랜드지역 재무책임자 출신을 추천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인주주들에게도 주주환원책을 확대하겠다는 제안을 던졌다. 기존 반기배당을 분기배당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액면분할도 포함됐다.
분기배당은 자주 회사가 돈을 버는대로 주주들한테 배당금으로 환원하겠다는 것이고, 액면분할은 기존 고려아연의 총 발행주식수를 늘리는 것이다. 기존에 거래량이 적다는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로 보인다.
만약 액면분할이 시행되면, 고려아연의 주식 수는 10분의 1로 분할돼, 총 주식수가 10배 늘어난다. 물론, 이는 내년 1월 23일에 있을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이 나야만 가능하다.
발등에 불 떨어져야 바뀌는 오너 마인드
고려아연은 국내 시가총액 12위에 달하는 대기업 집단이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2022년부터 회장직 자리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경영을 시작했다. 영풍과의 관계 때문에 잡음이 있었지만, 본업은 잘해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였다.
하지만, 이사회 의장직을 고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등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몇몇 발생했다.
이후 영풍연합이 경영권 확보를 공개적으로 선포하자, 최 회장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신경쓰지 않던 소액주주들의 권리인 집중투표제,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등 제도를 개선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바뀌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자신의 경영권이 위협받으면 어떻게든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하는 오너의 모습, 최 회장의 이번 제안에서 국내 기업 오너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추후 본지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관계가 언제부터 틀어졌는지 더욱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글=윤태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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