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세월호 희생을 제2의 동학운동으로 승화시켜 한민족 민주주의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시민운동이나 다름없다.
한민족의 반만년 역사는 기득권층의 역사였다. 왕족과 귀족들 간 정쟁의 승자는 바뀌었어도 민중의 역사는 변하지 않았다. 민중은 탐관오리들을 앞세운 이기적이고 부패한 기득권층에 의한 왜곡과 수탈의 대상이었다.
한민족 민중의 역사는 동학운동에서 시작되었다. 동학운동은 조선 말기 서민층이던 농민들이 주축이 되어 사회개혁과 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추진됐지만 당시 기득권층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던 일제의 무력 개입으로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
하지만 동학정신은 사회개혁을 촉발하여 근대와 전근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의병전쟁, 3·1 운동, 상해임시정부, 광복군활동 등 민족운동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다.
해방 후 친일파와 군부 세력이 대한민국 신흥 기득권층이 되면서 전근대적 독재와 부정부패의 폐습이 부활하였다. 동학정신은 국민이 독재로부터 나라를 되찾으려는 4·19 의거, 5·18 광주민주화항쟁 등 민주화 운동의 철학적 배경으로 그 맥을 이어 왔다.
아직도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피에는 부패의 DNA가 흐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부패한 정치와 관료주의의 융합, 여기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편법·탈법·불법과 이로 인한 부실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유병언 일가는 30년이 넘도록 정·관계를 손에 쥐고 성공적으로 조종해 왔다. ‘세모’라는 불량기업에게는 부도의 위기도 기업 확장과 사유화의 기회였다. 구원파 관련 신협 11곳과 은행에서 3033억 원의 불량대출을 받아도 금융감독원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일반 국민의 세금은 1만원만 미납되어도 재산압류 경고장을 보내는 전자정부 3.0이 유병언의 탈세 추적에는 실패하였다. 개발제한구역 내 오두막 하나 증·개축해도 항공사진촬영으로 다음날 철거하는 당국이 금수원 내 건물 80%를 불법 증·개축하여도 못 본체 하였다.
서울시는 ‘세모’ 계열사에 한강유람선과 한강르네상스의 중추역할인 수륙양용버스 운영권을 주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박연령 규제를 완화하여 낡은 세월호의 운항을 가능하게 하였다. 안전 운항을 위하여 선박안전검사기관을 한국선급에서 독립시키자는 민주당의 법안은 당시 해양수산부 차관이 쓸데없는 예산 낭비라며 상정도 못하고 폐기되게 하였다. 이 ‘해피아(해수부+마피아)’는 지금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눈물은 예술성과 흥행 실적 모두 훌륭했지만 세월호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여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탈진한 유가족의 슬픔과 절규를 종북좌파의 선동 아니면 보상금 극대화를 위한 생떼로 해석한다. 유가족과 소통의 노력을 기울이는 야당은 세월호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정치꾼으로 매도된다. 어린 승객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도 해경은 자신들의 이권을 최우선시하여 자원봉사자와 해군의 접근을 통제하고 특수관계 민간업체에 구조작업을 전담시켰다. 이를 언론에 폭로한 사람은 유언비어 유포죄로 구속하고 선동꾼, 기회주의자로 왜곡하였다.
아직도 유병언 일가와 공권력은 두뇌 싸움 중인지 짜고 치는 고스톱 중인지 피날레가 예측불허이다. 관련자 색출 및 처벌에도 진정성이 없다. 오히려 배후의 권력실세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바리케이드 수사가 의심된다.
부정부패 척결의 시금석인 이명박 사택과 4대강 비리도 비리는 있으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대북 안보 외에 여념이 없어야 할 군(軍) 내에서 일어난 ‘묻지마 폭력’의 희생자 ‘윤 일병 사건’도 정작 군 인권교육에서는 ‘재보선 패배세력에 의한 과대 보도'로 왜곡·축소하여 가르친다. 간첩을 색출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국민을 증거를 조작하여 간첩으로 몬다.
국가 대개조의 100년 대계가 시급하다. 정당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국민은 기만과 압박의 대상이 아니라 세금 내서 나라를 운영하는 국가의 주인이다.
서구의 민주주의 역사도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시작되어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 프랑스 시민혁명, 미국 독립선언으로 이어지며 2000여 년의 세월 동안 피의 대가로 쟁취한 것이다. 그 중심사상은 ‘자유, 평등, 압제에 저항할 권리, 사유재산의 불가침성’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근대사에서 유례없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였으나 사회정의와 시민정신 면에서는 아직 전근대적 폐습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였다. 꿈과 현실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꿈꾸는 사람이 역사를 발전시켜 왔다.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이 제2의 동학운동으로서 근대사회에서 선진사회로 가는 분수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구조적 부정부패와 부익부빈익빈을 개혁하고 정직ㆍ책임ㆍ안전 등의 기본 덕목을 존중하며 평등ㆍ자유ㆍ권리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