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김민제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올해 대만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례적인 경고를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의 잠재력 둔화에 대한 해외 금융 시장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IMF가 최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인당 GDP 순위는 지난해 34위에서 37위로 세 계단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 반면, 대만은 38위에서 35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예측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은 2002년 이후 22년 만에 대만에 1인당 경제 규모를 역전당하게 된다.
■ 기술 혁신 속도 차이가 낳은 명암
IMF의 전망은 양국의 경제 성장 속도 차이에서 기인한다. 보고서는 한국의 1인당 GDP가 작년 대비 약 0.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데 반해, 대만은 무려 11.1%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주요 경제 분석 매체들은 이러한 격차의 핵심 원인으로 대만이 반도체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부상한 점을 꼽았다. 특히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은 전 세계적인 AI 및 고성능 컴퓨팅 수요 증가를 배경으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며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 '4만 달러'는 달성하지만... 지속되는 순위 하락의 그림자
IMF는 한국이 2028년경 1인당 GDP 4만 달러를 달성하며 선진국 대열에 확고히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문제는 순위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IMF는 한국의 순위가 내년에 38위, 2029년에는 41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해외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수년째 고착화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함께, 노동 시장 및 서비스업 부문의 경직성 등 구조적 개혁이 지연되면서 경제 활력을 잃고 있는 점을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로 진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을 통해 "한국은 선진국 클럽에 안착했지만,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가장 역동적이었던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낡은 규제와 경직된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 당국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 산업 투자 확대와 함께 노동 개혁, 교육 개혁 등 장기적인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라는 국제적인 압박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