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아이타임즈M 월간한국뉴스신문) 곽중희, 김용두 기자(공동취재) | 테라사이언스(073640, 대표 이재성, 지서현)의 현 경영진과 전 경영진 간 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현 경영진 측이 "전 경영진과 소액주주단의 회생신청이 회사의 거래재개와 경영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회사의 전 사주 A씨의 회생신청에 의문을 제기했고 나섰다.
전 사주 A씨와 관계가 있는 이모씨 등 53인으로 구성된 테라사이언스 소액주주단은 지난달 20일 부산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들 주주는 10.97%(1048만1903주)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 경영진은 "거래중지 상태에서 회생신청을 하게 되면 재감사 적정의견이 나오기 어렵고, 거래 재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회생신청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질 것이 뻔한데 전 사주 A씨가 회생신청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거래 정지를 풀기 위해 하반기 재감사를 준비 중이었다”며 “회생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회사의 향후 방향이 법원의 판단에 귀속된다. 그러면 회계적인 관점에서 계속기업 가정(기업이 사업을 청산하거나 중단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존속하며 경제 활동을 영위해나갈 것이라는 가정)에 문제가 생긴다"며 ”2023년 회사의 감사법인인 삼정회계법인도 회생신청 인용 및 기각 여부를 지켜본 뒤 재감사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한 상태"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 경영진은 회생신청으로 인해 감사 관련 계약과 함께 거래 개재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거래처 연쇄 이탈 등으로 영업에도 타격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결국, 16일 현 경영진은 전 경영진 5인을 337억 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했다. 고소 이유는 2023년 반기검토의견 '한정' 및 2023년 감사의견 '의견거절' 사유와 일맥상통한다.
전 사주 A씨의 해외기업 투자, 특수관계 및 의도성 의혹 제기
A씨 특수관계자, 온코펩 인수 1년 전 지분 다량 매입
수백억 투자 후 의결권은 35년간 위임?
테라사이언스의 현 경영진이자 최대주주인 씨디에스홀딩스는 2023년 4월 블루밍홀딩스와 테라사이언스 주식 1063만 3403주(11.61%)를 전 경영진으로부터 400억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한지 2달 만에 삼정회계법인은 2023년 반기보고서 검토에서 '한정' 의견을 내놓았다.
현 경영진은 지난해 회사가 받은 반기검토의견 ‘한정’과 감사의견 ‘의견거절’의 결정적인 원인을 전 사주 A씨와 전 경영진의 해외기업 투자 때문으로 보고 있다. 투자 당시, 전 사주 A씨와 특수관계자가 바이오엑스와 온코펩의 주주였다는 점 등 특수관계성이 있었고, 이는 배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삼정회계법인은 한정의견 사유로 ▲301억 원을 투자한 미국 바이오기업 온코펩(30.2%)의 기업가치 과대평가 ▲50억 원을 투자한 블록체인기업 소켓게이밍(100%) 관련 무형자산 과대인식을 꼽았다. 2023년 기초 장부가액은 온코펩이 243억 원, 소켓게이밍이 16억 원인데 가치가 많이 높게 측정돼 투자자산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삼정회계법인은 반기한정의견에 “테라사이언스의 기초연결 재무제표에 대해 검토절차를 실시했으나, 당기손익-공정가치 즉정 금융자산과 무형자산에 대한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기재했다.
바이오엑스의 한 관계자는 ”테라사이언스의 전 사주 A씨는 당시 바이오엑스의 주주였으며, 그 아내 B씨는 2020년경 온코펩의 주식을 주당 약 2,000원의 가격에 15억 원 가량 취득한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1년 뒤인 2021년 테라사이언스가 온코펩을 주당 약 6,000원에 인수했다. B씨는 4,000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셈“이라고 귀뜸했다.
아이타임즈M 취재팀이 확보한 투자 내역에 따르면, 테라사이언스가 인수한 바이오엑스가 보유한 온코펩 구주지분의 가격은 약 251억 원이며, 바이오엑스의 장부가액은 약 65억 6554만 원이었다. 당시 바이오엑스는 온코펩 지분을 매각하므로 약 185억 원의 매각차익을 장부에 계상한다.
현 경영진은 ”투자거래 당시 전 사주 A씨는 바이오엑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관련자들 사이의 특수관계가 의심되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사주 A씨와 경영진은 투자를 통해 온코펩의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했음에도, 의결권을 위임하고 경영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게다가 지분 매각 시에는 회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처분 제한까지 되어 있는 불공정한 투자로 2022년까지 재무제표상 온코펩을 당기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으로 계상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8월 8일 네이버증권 테라사이언스 종목 토론실에는 전 경영진이 온코펩 측과 주고 받은 것으로 보이는 계약 내용 일부가 게시됐다. 해당 계약서에는 “갑(테라사이언스 전 경영진)이 을(온코펩 경영진)에게 대상주식과 관련해 의결권을 35년간 위임하고, 이 기간 동안 ‘갑’에 의해 위결권 위임은 변경이나 철회될 수 없다”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한편, 현 경영진은 문제 해결을 위해 2023년 말 삼일회계법인을 PA(Private Accounting)로 선정하고, 온코펩과 소켓게이밍의 투자자산을 전량 손상처리하는 등 재무제표를 수정했다. 또한, 삼정회계법인 요청에 따라 전문기관 2곳과 함께 포렌식 절차를 수행했다.
추가로, 2023년 말에는 미회수채권으로 인식한 34억 원이 갑자기 회사 통장으로 입금됐다. 회계법인이 감사를 위해 당시 입금된 돈의 출처를 채권 관계가 있던 회사인 ‘우성하이텍’에 확인한 결과, 해당 금액은 거래처로부터 입금된 것이 아니었다.
현 경영진은 “입금된 돈을 과거 전 경영진이 외주업체에 선급금 형태로 준 돈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외주업체가 쓴 돈이 아니고 비정상적으로 자금이 흘렀다가 2023년 하반기 포렌식을 진행하자 문제를 우려해 전 경영진 측에서 입금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현 경영진은 ”당시 A씨에게 입금된 돈이 회계 감사 의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A씨는 ‘입금된 돈에 대해 자신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감사인은 이를 우발채무로 보고 기말 의견도 '거절'로 평가했다.
끝으로, 현 경영진은 “주주의 입장에서 보고 회사를 살려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라 당혹스럽다. 전 사주 A씨와 전 경영진이 회생신청 의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회생신청 철회를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정말 회사를 살릴 생각인지 의문이다”며 “회생신청을 통해 다시 회사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경영권을 가진 후 배임 혐의를 덮으려 하는 것이라면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테라사이언스 전 사주 A씨, “거래중지는 현 경영진 책임... 정상화 위해 물러나야”
“배임 혐의는 사법부가 판단할 일, 회생신청은 주주들 뜻” 일축
일부 주주들, “회생신청은 회사 살리는 길 아냐” 우려 표명
테라사이언스의 전 사주 A씨는 현 경영진의 투자 실패 이력 등을 언급하며 “현 경영진은 회사를 살릴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무능한 현 경영진은 물러나야 하며, 회생신청 철회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 사주 A씨외 관계가 있는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7월 24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테라사이언스 측에 “현 경영진 이사 6명에 대해 이사해임 및 신규이사 선임의 관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달라”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감사의견 거절로 인해 거래정지가 된 회사들은 회사 내부에 우발채무 등 불법행위들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 경영진이 사채자금을 동원해 무자본 M&A를 인수한 회사의 경우, 회계법인에서 경영진을 신뢰하지 않아 검증된 경영진으로 교체해야 한다.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본 확충과 경영 개선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거래 재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다보링크에 투자한 내역 등 누가 인수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식의 현 경영진의 투자는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며 “다보링크 주식의 취득과 재매각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없는지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사주 A씨는 “전 경영진에게 회사를 살릴 방법을 내놓으면 도와주겠다고 분명 말했다. 하지만 주주들에게 물어보고, 어떻게 봐라 봐도 현재 회사가 실질적으로 거래 재개 심사를 통과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현 경영진은 회사를 쥐고 있으면서 리스크만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경영진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임직원 대여금, 신한리튬과 다보링크 투자와 관련된 내용, 그리고 현 경영진의 투자 실패 이력 등이 감사 거절 의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다 얘기하기에 길어서 말을 만다”고 덧붙였다.
또한, A씨는 전 경영진이 투자한 온코펩 측에 의결권을 35년간 위임한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순수하게 투자 이익을 얻을 생각으로 한 것으로 애초에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온코펩 측과) 그런 의도로 논의된 것”이라고만 답했다. 추가로, 전 경영진의 배임 고소건에 대해서는 "그건, 수사를 통해 사법기관이 판단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테라사이언스의 일부 주주들은 회생신청이 거래 재개와 경영을 위협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테라사이언스의 주주 C씨는 “주주 입장에서 아무리 봐도 정말 회사를 살리는 방향은 회생신청이 아니다. 전 경영진이 자꾸 현 경영진과의 관계를 틀고, 회생신청을 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 양쪽의 협의를 해서 대안을 찾고 회사를 살릴 생각을 하는 게 정상이다. 상장 폐지가 되면 주주들은 모든 걸 잃게 된다. 전 경영진은 누가 좋으라고 회생신청을 한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고위 관계자는 “주주의 입장에서 회사를 살리고 싶은데 회생신청 했다는 것은 말에 어폐가 있다. 회생신청이 들어가면 현 경영진의 경영권 보장도 힘들뿐더러, 상장 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주주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순수한 경영권 분쟁이라면 합의나 소송을 통해 대응해야지. 회생신청으로 회사의 발목을 묶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런 경우, 국내 투자 시장에도 악영향을 준다. 회생신청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테라사이언스의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경영권 싸움이 아니라,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고발 등 복잡한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주주의 입장을 반영하고, 거래 재개를 위해 협의하고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현 경영진과 전 경영진은 사익을 좀 내려놓고 진정성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