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아이타임즈M 월간한국뉴스신문) 곽중희 기자 |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제22대 국회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의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 일명 '플랫폼법'을 발의하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입점 기업 측과 플랫폼업계의 공방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플랫폼법의 원래 이름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 중인 법안이다. 주로 구글, 네이버, 배달의민족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해 입점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취지로 탄생했다.
하지만, 플랫폼법은 ▲시장 지배력 정의 ▲혁신 저해 우려 ▲국제 협력과 충돌 ▲소비자 보호와 개인정보 등 여러 쟁점으로 인해 21대 국회에서 추진이 중단되고, 최근 22대 국회에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 5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2대 국회 공정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위한 정책 과제’ 토론회
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인천 서구을)은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독과점 방지를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및 독과점 방지를 위한 법률이 발의됐지만 입법 논의가 진척하지 못하고 있다”며 “21대 국회에서 진행한 입법 활동에 근거해 22대 국회가 해결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소기업들, 60% 이상이 "수수료 비싸, 법 제정 시급"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이하 '중기중앙회')가 최근 온라인쇼핑몰, 배달앱 및 숙박앱 등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기업 1,10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온라인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는 플랫폼법 제정의 필요성 시사했다. 플랫폼의 불공정거래·부당행위 등의 규율을 위해 플랫폼 경쟁촉진법,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법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숙박앱(74.0%), 온라인쇼핑몰(65.0%), 배달앱(61.3%) 순으로 나타났다.
법제정이 필요하다는 업체들은 법 제정시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공적감독 강화’와 ‘위반시 강력한 제재’를 주로 꼽았으며, 플랫폼 거래와 관련, 기타 개선을 희망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3개 플랫폼 분야 모두 ‘수수료, 광고비 단가 인하’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불공정거래와 부당행위를 경험한 기업 비율은 숙박앱 7.5%, 배달앱 5.3%, 온라인쇼핑몰 5.1%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경험한 불공정거래 유형으로는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상품의 부당한 반품’(48.4%), 배달앱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래 조건을 불리하게 설정·변경’(62.5%), 숙박앱에서는 ‘불필요한 광고나 부가서비스 강요’(40.0%)가 지적됐다.
판매수수료와 광고비의 경우, 온라인쇼핑몰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14.3%, 숙박앱은 11.5%로 나타나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꽤 높다는 점이 부각됐다. 구체적으로 온라인쇼핑몰의 중개거래 및 위수탁거래 판매수수료는 최고 35.0%에 달했고, 숙박앱의 경우 최고 17.0%의 예약 수수료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입점 기업들이 지출하는 월 평균 광고비는 온라인쇼핑몰 120만 7,263원, 숙박앱 107만 9,300원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숙박앱은 노출 광고비와 쿠폰 광고비로 각각 월 평균 82만 2,200원과 25만 7,100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입점 기업들이 체감하는 거래 비용 변화는 전년 대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온라인쇼핑몰 55.4%, 숙박앱 54.5%, 배달앱 45.7%로 나타났으며, 감소했다는 응답은 배달앱 33.3%, 온라인쇼핑몰 22.4%, 숙박앱 21.0% 순이었다. 반면 증가했다는 응답은 숙박앱 24.5%, 온라인쇼핑몰 22.2%, 배달앱 21.0%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를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바로잡고, 중소기업들이 공정한 거래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작년 상반기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1년간 이행해온 오픈마켓, 배달앱에 비해, 숙박앱에서 불공정·부당행위 경험이나 법 규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각계 전문가들, "플랫폼 규제보다 보호와 육성, 상생 필요" 강조
한편, 일각에서는 플랫폼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7월 4일 전문가들과 함께 ‘신 보호주의 속 플랫폼법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주제로 플랫폼법에 대한 논의를 위한 '제89회 굿인터넷클럽'을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국민대 플랫폼SME연구센터 류푸름 실장, 디지털데일리 백지영 부장,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신순교 국장, 벤처기업협회 이민형 팀장 등 각계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하나 같이 플랫폼법 제정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플랫폼법 제정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성장과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2021년 중국의 사례를 들어 과도한 규제가 벤처투자 감소와 스타트업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특히, 플랫폼의 혁신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강조하며, 플랫폼이 중소기업들에게 글로벌 시장 접근과 거래 비용 절감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협회 이민형 팀장은 “플랫폼은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AI와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순교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국장은 “오프라인 매장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합리적인 비용으로 안정적인 수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부장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국 플랫폼을 육성·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플랫폼 규제 방향의 실효성과 중복 규제 논란,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최근 각 국가의 문화와 가치를 반영한 ‘소버린 AI’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자국 플랫폼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 인력, 비즈니스 네트워크 등의 AI 생산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형 팀장은 “플랫폼 규제로 인해 벤처기업의 혁신 시도가 위축되고,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외면할 것”이라며, “플랫폼 규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규제보다는 육성과 보호를 통해 플랫폼과 중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촉구하면서, 플랫폼법 제정 시 이해당사자 간 충분한 논의와 산업 특성에 대한 면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정책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법을 두고 양측의 팽팽한 논쟁이 오가는 가운데, 22대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될 수 있을 지, 어떤 내용들로 채워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