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본동 441번지 일대에서 시작된 지역주택조합 방식의 재개발 사업이 13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주민들은 “노후 주택을 철거하고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에 들어가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믿고 수억 원의 분담금을 냈지만, 지금은 집도 신용도 잃은 채 법정 앞에 섰다.
이 사업은 조합 조건의 미비, 대기업의 채무보증 구조, 행정기관의 인허가 책임 유보 등 복합적 문제를 드러내며 한국 재개발 시스템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조합의 구조적 결함
2007년 설립된 ‘노량진본동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전용면적 60㎡ 이하 주택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집했다. 조합원들은 아파트 한 채를 기대하며 1인당 2억~3억 원대의 분담금을 냈다.
하지만 조합은 토지확보율, 조합원 동의율 등 사업 추진에 필수적인 조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된다. 또한, 조합장은 수백억 원대 횡령 혐의로 실형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조합의 내부 부실이 사업의 본궤도 진입을 막았고, 결국 2012년 약 2 700억 원 규모의 대출금 만기 상환을 못해 파산 상태에 빠졌다.
대기업의 채무보증과 책임 회피 논란여전.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은 조합의 PF 대출에 연대보증 형태로 개입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조합이 대출을 갚지 못하자 대우건설은 2700억 원을 대신 변제했고, 이후 채권을 관계 시행사인 로쿠스에 양도했다.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시공사가 조합이 갖추지 못한 조건의 사업에 대우건설이 로쿠스에 채무보증을 서는 것은 비정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반면 대우건설 측은 “조합의 부조리로 조합장이 실형을 받았고, 조합 파산은 조합의 문제이지 우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인허가 사항에 대해서도 “구청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또한 조건이 되지않은 로쿠스의 채무보증을 해준 이유에 대해서도 대우건설측은 로쿠스측에 문의하는것이 좋을것같다는 입장이다. 로쿠스측 용역사측을 통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통화연결이 되지 않아 채무보증에 관련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행정기관의 인허가 책임
해당 사업의 인·허가는 동작구청이 담당했으며, 승인 과정에서 “기존 조합원 민원 해결”을 조건으로 사업을 허가했다는 문서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조건이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인허가가 철회되지 않았고, 주민들은 “구청이 사실상 대기업과 시행사에 손을 들어주었다”고 비난한다. 행정의 책임 회피가 또 다른 피해의 축적을 낳고 있다.
피해 주민들의 목소리
분담금을 낸 주민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졌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일부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생계가 어려워진 이들도 있다.
한 조합원은 “2008년 전 재산을 넣었지만, 지금은 아직까지 분양권도 돌려받지 못했다. 병원비로 쓰고 신용회복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개발이 우리 삶을 갉아먹었다. ‘더 좋은 집’ 말고 ‘더 정의로운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와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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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시공사-시행사-행정기관이 얽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이 구조를 투명히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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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 등 재개발 방식의 사전 검증과 조건 이행 확인 제도가 더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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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및 시행사의 채무보증-채권양도 구조에 대해 공공적 감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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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은 인허가 승인 후 조건 이행 여부에 대한 사후 관리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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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게는 피해구제 및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실질적 접근이 제공돼야 한다.
이번 동작구 본동 사업은 단순한 개발 지연이 아니다.
“더 좋은 집”이라는 슬로건 뒤에는 삶의 터전과 신용, 그리고 존엄이 사라졌다.
개발의 목적이 무엇이든, 그 과정이 정의롭지 않다면, 그 결말은 실질적 마지막단의 주민에게 또 다른 상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