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아이타임즈M) 이슈보도팀 | 롯데케미칼(코스피 011170, 대표이사 이영준)이 최근 시중은행의 도움을 받아 구사회생하면서, 롯데케미칼의 재무 리스크를 보고 투자를 하지 않았던 자산운용사들이 회의감에 빠졌다.
이번 지급보증은 롯데케미칼이 사채관리 재무 특약을 지키지 못해 롯데월드타워 담보를 제공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지급보증으로 롯데케미칼의 신용 등급은 'AA'에서 'AAA'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부 자산운용사들(보험사, 연기금, 기관투자자 등)에서는 "정부를 비롯한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으로 롯데케미칼에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 더 큰 리스크가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위탁받아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투자를 한다. 롯데케미칼의 채무상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은행들이 예상에 없던 지급보증을 해준 것이다.
롯데케미칼이 인공호흡, 정부가 CPR한 롯데건설
롯데케미칼의 위기는 자회사 롯데건설의 위기로부터 시작됐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본시장이 경색되자 롯데건설 부동산PF 사건이 터졌다. 지방에 마구잡이로 아파트를 지었는데, 미분양이 속출했다.
건설 프로젝트는 규모가 조 단위로 금융시장에서 '부동산 PF'라는 이름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당시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조달이 원할치 않았다.
이후 빌린 채권의 이자는 불어나고 빌려줄 사람은 찾기 힘들고 주택도 팔리지 않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때,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에 5,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44.02%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건설을 살리는데 총 2조 3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이중 시중은행이 1조 2000억 원을 부담했는데, 정부가 의도적으로 세금을 투입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바로, 산업은행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함께 1조 2000억 원을 마련했다. 무너져 가던 롯데건설에 시중은행은 쉽게 대출을 해줄 리 없는데도 말이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참여하니 나머지 은행들도 동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지원은 1+1?
이번에도 신한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지난 13일 롯데케미칼에 2조 5000억 원의 지급보증을 섰다. 롯데케미칼은 실적 악화로 차입금을 끌어다 썼는데, 이 때문에 이자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더욱 주목할 점은 채권 계약 중 이자보상배율(EBITDA 대비 이자비용)이 5배 이상 유지돼야 한다는 특약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란 EBIDTA/이자비용인데, EBITDA는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의미한다. 즉, 기업이 벌어들이는 순 현금 창출능력을 보는 지표가 EBITDA이다.
이자보상배율이 5배 이하라는 것은 EBITDA(분자)는 떨어지고 이자비용(분모)은 늘어났다는 뜻이다. 기업의 수익에서 이자를 내는 비중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경우,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는데, 이를 EOD(Event Of Default)라고 부른다. EOD가 발생하면, 채권자들은 만기까지 기다릴 필요없이 채무자한테 즉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다급해진 롯데케미칼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롯데그룹측은 롯데월드타워로 채권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2조 5000억 원 지급보증을 해준다는 것은 롯데 입장에서는 굉장한 호재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신용평가기업들 역시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에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AAA로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AAA등급은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시중은행 수준이 되어야 받는 등급이다.
'예측 불허' 한국 자본시장, 개선 시급
하지만 투자자 입장인 자산운용사들은 "어이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부실한 롯데건설을 주요 자회사로 두고, 롯데월드타워도 담보로 맡긴 상황에서 쉽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자산운용사가 롯데케미칼에 투자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와 시중은행들이 나서 자금을 지원해줬다. 특이한 상황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기업이 힘들 때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살려준 이력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고객의 돈을 위탁받아 투자를 하기 때문에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투자를 주로 한다. 롯데케미칼의 채무상환 리스크가 다소 높다고 평가하여 투자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투자하지 않은 것이 리스크였다"라고 평가했다.
과연, 이러한 상황이 자본시장에서 긍정적인 지표일까? 물론 롯데와 같은 대기업의 부도를 막는다면, 근로자들 고용 안정성은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근본적인 기업의 성장 없이 정부가 자꾸 인공호흡기만 처방한다면 해당 기업이 앞으로 새로운 사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산운용사들은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성장하는 기업은 재무적으로 튼튼할 뿐만 아니라 투자 수익률도 높다. 공공의 입장에서도 성장하는 기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한다. 계속해서 예상할 수 없는 자금 수혈이 이뤄진다면, 자산운용사들뿐 아니라 개인투자자 역시 성장하는 기업보다 무너져 가는 기업에 투자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정부에서 살려줄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자금은 한정돼 있다. 때문에 성장하는 기업과 부실한 기업 모두 충분하게 투자할 수 없다"며 "투자 자금은 마치 물줄기의 흐름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투자자금의 흐름이 역행한다면, 과실을 맺어야할 기업들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 = 윤태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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