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영풍/MBK 경영권 분쟁 시리즈
[이슈분석1] 고려아연 최윤범의 '개미 떡밥 던지기'
[이슈분석2] 고려아연 임시주총 D-1, "승자는?"
[이슈분석3] 고려아연 임시주총, 신의 한 수된 '상호주 의결권 제한'
데일리연합 (SNSJTV. 타임즈M) 윤태준 인턴기자 |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로 거론돼 온 집중투표제가 법원 결정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21일 법원은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이 신청한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 열릴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기존 과반수 득표제를 통해 이사진을 선임하게 된다.
‘골든 카드’ 집중투표제, 왜 무산됐나
집중투표제는 고려아연에 있어 ‘막판 뒤집기’가 가능한 최후의 카드로 여겨졌다.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면 소수 지분 측도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어, 우세한 지분 구조를 지닌 측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MBK 연합이 이미 약 46.72%의 의결권 지분을 확보한 가운데, 고려아연 측은 자사의 지분(약 39.16%)과 국민연금·해외 기관투자자, 우호 지분 등의 지지를 모두 끌어모아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법원 결정으로 집중투표제 자체가 무산되면서 고려아연의 ‘추격 전략’이 빛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 역전 가능성, 더 커지다
임시주총에서는 고려아연 측 후보 7명과 MBK 측 후보 14명 등 총 21명의 이사 후보가 표 대결을 펼친다. 증권가에서는 “MBK 측은 이미 과반에 가까운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어, 약 3.3%포인트만 추가 지지를 얻으면 경영권을 사실상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MBK가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경우, 이사회를 장악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가져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특히 이사회 의장 자리까지 차지할 가능성도 높아, 이번 분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더욱 뚜렷해졌다는 관측이다.
고려아연의 역사는 1949년 ‘영풍기업사’ 설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해온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동업은 작년 9월 추석 직전부터 시작된 ‘공개매수전’으로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됐다. 지분 확보 경쟁 속에서 결국 영풍·MBK 연합이 우세한 국면을 구축했고, 고려아연 측의 분투에도 상황은 역전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제 최씨 일가는 더 이상 경영권을 지키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상 76년간 이어진 동업 관계가 경영권 분쟁이라는 불꽃싸움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해석이다.
경영권 분쟁, 공개매수전으로 폭발
이번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배당과 정관 변경 문제로 점화됐다. 이후 고려아연의 원료 공동구매·공동판매 중단 선언, 계열사 격인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 등 대립이 점차 수위를 높여왔다.
결정적 분수점은 지난해 9월, 영풍 측이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며 시작됐다. 조(兆) 단위 ‘쩐의 전쟁’ 끝에 지난해 12월 말 기준, 영풍·MBK 연합이 46.72%의 의결권 지분을 확보한 데 반해 고려아연 및 우호 지분은 39.16%에 그치며 승부의 추가 크게 기울었다.
고려아연이 내세운 주장은 이차전지용 전구체 제조기술 등 국가핵심기술을 해외 투기자본에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원자재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며, 고려아연의 정제·제련 기술은 ‘첨단산업의 목줄(초크 포인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고려아연은 그동안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이 점을 강조하면서 “국가전략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해왔다.
자사주 유증 논란, 고려아연에 역풍
하지만 작년 말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입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자사주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시장에서는 ‘주가 부양용 자사주 매입 직후 곧장 유증을 한다’는 강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감독의 제재가 이어지자 결국 해당 계획은 철회됐지만, 그간 고려아연이 쌓아온 명성에 흠집이 생겼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법원이 집중투표제 무산에 손을 들어줬다고 해도, 고려아연이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최대한 확보한다면 여전히 과반 확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고려아연 측은 법원 결정 직후 “이번 판단은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자체와는 무관하다”며 집중투표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동시에 영풍·MBK를 '투기적 사모펀드'와 '적자 제련 기업'으로 규정하며,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막아내겠다는 결의를 재차 강조했다.
막바지 여론전, 조단위 경영권의 마지막 승리는 누구?
결국 23일 임시주총은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 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집중투표제 무산으로 불리해진 고려아연이 과연 반전을 이끌어낼지, 아니면 MBK 측이 이사회 과반 확보로 경영권을 장악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작년부터 이어진 초유의 ‘조 단위 경영권 분쟁’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그리고 76년 동업의 마침표가 어떤 모습으로 찍히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