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후 오늘로서 144일이 지나며 대참사를 겪은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버리고 처음으로 추석이라는 명절을 맞이한다.
예로부터 한국의 추수감사절인 추석은 서양보다 더 ‘민족 대이동’에 걸맞게 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의 뜻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나눔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가위를 맞아 세월호로 숨져간 아이들로 인해 가족의 빈자리가 더 절실하게 느껴져 슬픔에 잠기는 이들이 세월호의 유족들이다.
또한, 아직도 침몰한 배에서 인양되지 못한 10명의 아이들 실종자 가족들은 바다 속에 잠겨있는 세월호의 무게보다 더 비통함과 절망감에 빠져 있을 것이다.
명절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이 성묘를 하러 부모님의 묘소를 찾듯이 박근혜 대통령도 추석에 현충원을 찾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현충원으로 성묘 가기에 앞서 아직도 자식들의 주검이 인양되지 못한 채 안산과 팽목항에 모여 있는 세월호의 유족들을 방문한다면 어떨까?
우리나라는 정(情)의 문화이고 정이 통하면 슬픔도 원망도 햇볕에 봄눈 녹아내리듯 한다.
물론 박 대통령이 국가의 수장이 아닌 국회의원의 신분이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분이 잠들어 있는 현충원을 찾아 성묘하는 것이 순리이고 상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이 아닌 이 나라의 어른인 대통령이기에 현충원에 성묘하는 것보다 안산 분향소나 팽목항을 먼저 찾아가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분의 뜻과도 일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얼어붙은 유족들의 맘도 조금은 풀리고 슬픔도 위로가 될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추수감사절 아침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도 전날 저녁 식사는 가족과 함께하지만 당일 아침에 에어포스원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미군들에게 달려가는 깜짝쇼를 연출한 적이 있다.
이재승 부국장
미국 대통령에게는 하나의 행사이지만 전장에 파병된 미군과 그 가족들에게 주는 상징성과 의미는 상상을 초월해 큰 위로와 기쁨을 준다.
미국의 국가원수가 국가적 명절을 맞이하여 전장에 파병된 미국 국민이자 군인들과 함께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순간이다.
소통을 중요시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막혀버린 정국과 침체된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슬픔에 빠진 세월호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러 팽목항이나 안산 분향소를 이번 한가위에 현충원에 앞서 방문하기를 소망한다.
정말 지혜와 정이 있는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한명이라도 측근에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세월호 문제 해결의 완성은 아니어도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해야 할 것이다.